나주 혁신도시 부영CC(사진=박요진 기자)
아파트 부실시공과 미분양, 착공 연기 등으로 나주 혁신도시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받고 있는 ㈜부영주택이 골프장 부지에 5천 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를 추가로 건립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부영주택이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는 땅은 부영CC 중 한전공대 부지로 기부하고 남은 땅으로 수천억 원의 수익을 내기 위한 '꼼수 기부'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전라남도와 나주시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부영주택은 나주 혁신도시에만 아파트 건립 가능 부지 7개에 아파트 단지를 건립했거나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이미 완공된 1단지·2단지·3단지·5단지 중 분양 또는 입주가 완료된 곳은 1단지가 유일하며 임대 아파트인 2단지와 3단지의 입주율은 70%대, 5단지의 분양률은 42%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1단지의 경우 부실시공 논란이 일어 하자보수 비용으로 부영이 입주자들에게 5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내려진 상태다. 지난 2019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28부(반정모 부장판사)는 나주 혁신도시 부영 1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시공사 부영과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부영이 51억 5천만 원 정도를 지급해야 한다며 입주자대표회의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여기에 앞서 부영은 나주 혁신도시 6단지에 대한 시공 허가를 받았지만 여러 이유를 들며 착공을 미뤄오다 이르면 오는 9월쯤에야 뒤늦게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허가를 받은 이후 착공에 들어가야 하는 의무 기간은 지났지만 부영 측의 요구로 착공 연기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나주 혁신도시에 입주하기로 예정된 16개 공공기관의 입주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아파트 건립 부지를 다수 확보한 부영이 공사를 서두르지 않으면서 나주 혁신도시 발전의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나주 혁신도시 부영CC(사진=박요진 기자)
더군다나 아직 부영 7단지와 8단지는 허가조차 받지 않은 상태에서 5천 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립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분간 나주 혁신도시 내 아파트 수요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영CC 부지의 본래 취지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야구장이나 축구장 등의 체육시설이나 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지만 부영의 입장은 확고하다.
부영은 지난 1월 나주시를 통해 전라남도교육청에 제출한 입안서에서 58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를 건립하겠다면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의 교육기관 건립이 반영되지 않은 계획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전라남도교육청은 해당 부지에 전남과학고 이전 부지와 초·중학교 부지 3만 평 확보가 적절할 것 같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현재까지는 나주시만 전남 과학고 이전 부지를 산·학·연 클러스터 인접 부지에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6월 말 한전공대 부지 무상 기부를 확정 지은 부영그룹은 부영CC 부지 35만 2295㎡에 24평형·33평형 아파트 5328세대를 짓겠다는 내용의 수정된 입안서를 나주시 등에 제출했다. 부영이 용도변경에 성공해 아파트 단지를 건립하게 될 경우 기부한 부지의 추정액 806억 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천억 원 규모의 수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나주시의회 황광민 의원은 "한전공대 유치를 위해 부영CC의 남은 부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남은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공대 개교와 인근 지역 인구 유입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부실시공 이력이 많고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가 긍적적이지 않은 부영이 아파트 추가 시공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 역시 이어진다. 나주 혁신도시의 복수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나주 혁신도시에 필요한 아파트는 부영이 짓는 아파트가 아닌 이른바 A군 아파트"라며 "나주시가 해당 부지를 매입해 공개 입찰을 맡기는 방안이 가장 적절하지만 불가능하다면 부영은 최소한 시공사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