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민호(응급차 사망 환자 아들)
주말 사이 떠들썩했던 사건이 하나 있죠.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50만명 넘게 서명을 한 사건. 바로 응급차를 막아선 택시 이야기입니다. 대낮에 응급차와 택시 사이에 접촉사고가 났습니다. 그 응급차 안에는 80세 고령 환자가 누워 있는 상태였는데요. 다급한 상황이라 응급차 기사는 사고 처리를 나중에 하자라고 택시기사에게 제안했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택시기사는 사고처리가 급하다, 죽는 환자도 아니지 않느냐 죽으면 내가 책임지겠다, 이러면서 응급차를 막아섰고 결국 이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에 이르게 된 겁니다. 택시기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린 응급차 환자의 아들 김민호 씨. 오늘 직접 만나보죠. 아드님, 나와 계세요.
◆ 김민호> 네.
◇ 김현정> 돌아가신 지는 이미 한 달이 넘었습니다마는 뒤늦게나마 국민청원을 직접 올리게 되신 건, 특별한 사유가 있는 거겠죠?
◆ 김민호> 네, 너무 분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기에 알려야 되겠다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이런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힘을 내신 거예요?
◆ 김민호> 네.
◇ 김현정> 조금 어렵겠지만 그 당시 상황을 좀 떠올려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당시에 접촉사고가 났을 때, 어머님은 얼마나 위중하신 상황이었던 건가요?
◆ 김민호> 3년 동안 암 투병을 하셨고요. 그날 따라 유독 식사도 못 하시고 힘들어하시고 해서 구급차를 부르게 됐죠.
◇ 김현정> 구급차를 불러서 구급차가 왔고, 거기에 아드님은 짐을 챙겨서 뒤에 따라가셨고 아내 분이, 환자의 며느리가 타고 계셨어요.
◆ 김민호> 네, 저희 아버지랑.
(사진=응급차 블랙박스 영상 캡쳐)
◇ 김현정> 그렇죠. 사고 현장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있더군요. 당시 상황을 짧게 좀 듣고 더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택시기사의 목소리입니다.
■택시기사> 내가 책임질 테니까 119 불러준다고. 내가 책임진다고 죽으면. 내가 이거 다 아니까. 그러니까 환자가 있는 건 둘째 치고 119 불러서 보내라고. 장난해 지금? 내가 사설구조차 안 해본 줄 알아 아저씨? 내가 119에 사고 났다고 119 불러서 보내줄 테니까 119에 태워서 보내라고 환자, 그러면 되잖아. 사고처리 하고 가야지 왜 그냥 가려고 그래 아저씨. 여기 응급구조사 있어 없어, 여기에? 어? 응급구조사 있냐고 없냐고? 환자 있는 거잖아, 환자가 급한 거 아니잖아 지금. 지금 요양병원 가는 거죠?
□ 환자 가족> 아니에요. 응급실 가야 돼요.
■택시기사> 응급실 가는 건데 급한 거 아니잖아요, 지금. 뭐 죽는 거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119 불러줄 테니까 119 태워 가고, 응급구조사도 없이 지금 운전한 거 아니야.
□ 환자 가족> 119에 신고하고 내가 명함 줄 테니까...
■택시기사> 아, 명함 필요 없고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니까. 내가 죽으면 책임진다니까 어딜 그냥 가 아저씨. 나 치고 가, 그러면.
◇ 김현정>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니까, 어딜 그냥 가 아저씨.” 이렇게 택시기사와 응급차 기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건데, 참 들으면서도 좀 기가 막히시죠. 환자가 급한 게 아니잖아. “지금 요양병원 가는 거잖아요.” “요양병원 아닙니다, 응급실 갑니다.” “응급실 가는 건데 급한 거 아니잖아요.” 이런 어이없는 대화가, 이런 실랑이가 얼마나 벌어진 거예요?
◆ 김민호> 이런 실랑이가 길에서만 11분, 12분 그렇게 됐죠.
◇ 김현정> 11분, 12분.
◆ 김민호> 그리고 실제 상황은 119가 오고 119대원이랑 제가 어머니를 119 차로 모셨고 거기까지는 한 15분 지체가 된 거죠.
◇ 김현정> 아, 15분이에요? 아버님께서 연락을 받고 사고현장으로 달려가보니 이렇게 계속 싸우고 있던 겁니까?
◆ 김민호> 네, 그 더운 날 응급차 문은 계속 열려 있었고, 그 광경이 돼 있었어요.
◇ 김현정> 더운 날 어머님이 타고 계시는 응급차의 창문은 열려 있고요?
◆ 김민호> 네, 옆문, 뒷문 다 열려 있었죠.
◇ 김현정> 다 열려 있고 그러면 그 더운 날 에어컨도 제대로 작동 안 했다는 거네요?
◆ 김민호> 네, 시동이 켜져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니, 사설 구급차 중에는 응급 환자를 태운 게 아닌데도 사이렌 울리고 가서 적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해요. 그런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번 경우는 환자 분의 며느리도 같이 타고 계셨고, “이 사람 응급환자 맞아요, 요양병원 옮기는 거 아니에요.”라고 직접 설명을 하셨던 거잖아요.
◆ 김민호> 네, 영상에도 나왔지만 도저히 보내주지를 않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 김현정> 현장에서 들으셨던 말 중에, 어떤 게 지금 생각해도 제일 기막히고 화가 나세요?
◆ 김민호>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119로 보내 그런 말들이 제일 가슴 아픕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 김현정> 그렇게 11분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다시 응급실로 출발을 했는데,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머님 상태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 김민호> 응급실로 가시고서부터 하혈을 하신 걸 보고 많이 놀랐죠.
◇ 김현정> 도착하자마자?
◆ 김민호> 네. 그때부터는 급격하게 순식간에 상황이 악화돼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돼서 의사도 그렇고 저도 경황이 없었어요,
◇ 김현정> 도착한 후에 얼마 만에 돌아가신 거예요?
◆ 김민호> 도착하시고 그 사고부터 5시간 걸렸어요. 조금만 더 빨리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게 너무 아쉬움이 큽니다.
◇ 김현정> 참... 그런데 일을 그렇게 만든 택시기사는 지금 업무방해죄 정도 받게 된다면서요?
◆ 김민호> 그거는 제가 경찰관 분께 물어봤어요. 죄목이 어떻게 됩니까? 그랬더니 경찰관 분이 현행법상 적용할 법이 업무방해죄 정도라고 그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더 분통하고 화나고 그렇더라고요.
◇ 김현정> 무슨 생각이 드세요? 지금 그게 법이라는 건데, 무슨 생각이 드세요?
◆ 김민호> 뭐 제가 법은 모르지만, 현행법에 있는 처벌할 수 있는 모든 처벌을 저는 원하는 입장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그 택시기사, 혹시 그 후에 통화라도 하셨습니까?
◆ 김민호> 아니요. 통화한 거 없어요.
◇ 김현정> 연락이라도 그쪽에서 취해 온 게 전혀 없어요?
◆ 김민호> 네. 없어요. 연락이 왔다고 해도 제가 목소리 들을 자신도 없고. 해 주고 싶은 말도 없고. 청원 올린다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오시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이대로 그냥 묻혀지기에는 또 너무 분통하고 억울하고.
◇ 김현정> 그 택시기사를 혹시라도 만나게 된다면 이 말을 좀 꼭 해 주고 싶다. 마음에 쌓인 이야기가 있으십니까?
◆ 김민호> 네. 당신도 부모가 분명히 있을 텐데. 부모님이 나이 들고 몸이 약해지시고 응급차를 이용할 일이 있을 텐데. 어떻게 그랬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 김현정> 그 얘기를 묻고 싶다는 말씀. 물론 이 사건도 법치주의에 따라 법대로 처리되겠죠. 하지만 인간에게는 법보다 앞서서 지켜야 할 인간의 도리라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인 겁니다. 제발 짐승이 아닌 인간이 되자라는 말씀 저도 드리고 싶고. 아드님 힘내시고요.
◆ 김민호> 네.
◇ 김현정>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 김민호>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응급차 사망 환자의 아들, 유족 김민호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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