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국회와 정부에 입법 요청한 '부동산백지신탁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 이재명 "정책결정권자가 다주택자면 정상적 정책 추진 불가능"
이 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한 부동산 정책을 만들어 국민신뢰를 확보하려면, 부동산백지신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혼란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1정책으로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입법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부동산백지신탁제는 부동산 정책결정과 관계 있는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 등에 대해서 주식백지신탁제처럼 필수부동산(주거용 1주택 등)을 제외한 부동산 소유를 모두 금지하는 제도이다.
지난 2005년 통과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서 고위공직자의 주식백지신탁제가 도입되면서 부동산백지신탁제도 논의됐지만 법안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부동산백지신탁제는 이재명 지사의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 그만큼 이 제도의 효용성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합리적인 부동산 정책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정책결정권자들의 개인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며 "정책결정권자들이 다주택자일 경우 정상적인 정책결정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올해 4.15총선의 키워드로 '부동산 문제'를 꼽으며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ㆍ장기 공공임대주택ㆍ부동산백지신탁제 등의 정책 의제화를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언론과 마주할 경우, 예외없이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의 시급성을 설파한 셈이다. {RELNEWS:right}
◇ 원희룡·김두관·김기현·김남국도 '한목소리'
원희룡 제주지사.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치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뒤 "통합당도 공적인 권력을 가지고 국민의 사적 영역에 대해 규제하려면 손이 깨끗해야 한다"며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제안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에 대해 "매우 좋은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들은 (부동산)정책을 통해 지가를 띄우는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TBS 라디오에 출연해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의 다주택 소유자가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며 "이들은 스스로 직무 기피를 신청하거나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비록 부동산백지신탁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8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으며,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은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 경실련 "다주택 의원 비율…민주당 23%, 통합당 40%"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진보당은 지난 3일 논평에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나 고위공직자 1가구 1주택 소유를 제도화하여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투기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다주택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압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7일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주택을 소유한 민주당 의원들의 '주택 처분서약' 이행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민주당은 스스로 투기 세력이 돼 종부세는 인상하면서도 다주택자에 대한 세재 혜택을 유지하는 등 부동산 개혁에 반대해왔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180명 중 23%에 이르는 42명이 다주택자이다.
통합당은 더 심각하다. 미래통합당 의원의 다주택자 비율은 40%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