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故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및 조직 내 묵살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차원의 진상조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서울시는 14일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피해사실을 묵살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는 비서진들이 모두 퇴직한 것으로 파악돼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부터 어렵다는게 시 입장이다.
서울시 측은 박 시장 장례 이후 긴급회의를 이어가며 조사여부 및 방식에 대해 숙의를 거듭하고 있다.
시는 박 시장 사망 직후에도 감찰 및 조사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 10일 서울시 김태균 행정국장은 브리핑에서 '고소인이 시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찰 계획이 있나'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피해 관련 사항을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고소인 측이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주장하고 나선 데다 "피해사실을 서울시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폭로해 내부 묵살 의혹까지 번졌다. 고소인 측을 비롯한 여성단체도 진상규명이 필수적이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조사 방식을 두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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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 소속이었던 고소인이 피해사실을 알린 대상으로 지목된 비서실 관계자들이 현재 모두 퇴직한 것으로 파악돼 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게 시 입장이다.
민간인 신분이 된 외부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일 근거가 없고 강제력을 동원할 수 없어 철저한 사실관계 파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파악된다.
감찰 가능성도 미지수다.
감찰은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위법이나 비위사실에 대해 실시하는 만큼 위법·비위를 행한자가 감찰 대상이 된다. 이 경우 감찰 대상이 마땅치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성추행 의혹을 받는 박 시장은 사망했고, 묵살 의혹을 받는 비서진들은 공무원이 아니므로 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나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 경우 서울시 차원의 소극적인 대처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서울시 내부에선 야당공세와 악화된 여론에 등 떠밀려 조사에 나서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피해자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서울시 내 각종 여성지원기구들이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시는 2017년 성인지 감수성 신장을 위해 전 부서에 젠더담당관 367명을 지정하고 5급 공무원인 젠더사무관직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시장실 직속 젠더 특별보좌관과 여성가족실에 4급 여성권익담당관을 뒀다.
그러나 젠더담당관이나 피해구제기구에는 이번 성추행 관련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게 내부 중론이다"라며 "조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신중히 고민중"이라고 밝혔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