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 7함대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사진=연합뉴스)
무역전쟁, 코로나19 기원, 홍콩보안법 등으로 이어져 온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남중국해로 옮겨 붙었다.
남중국해는 접해 있는 나라가 8개에 이르는 아시아의 지중해라고 할 수 있다. 인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교통·군사의 요지이자 해저유전과 천연가스 등이 풍부한 곳이다.
중국은 점증하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이 지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앞세워 중국의 남중국해 확장과 팽창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하고 있다.
두 나라의 이런 입장은 군사훈련과 무력시위로 연결되는데 가깝게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미.중 양국이 남중국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규모 해상 훈련을 벌였다.
◇폼페이오 美 국무 "중국의 남중국해 주장은 완전히 불법"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일방적으로 영해 및 해양 자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밝히면서 중국이 발끈하는 정세가 만들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양 자원들에 대한 베이징의 주장은 그것들을 통제하기 위한 괴롭힘 활동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불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국제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바다의 자유를 수호하며, 방해받지 않는 상업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분쟁 해결을 위해 강압이나 무력을 사용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14일에는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바통을 이어받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관련 중국 당국자와 기업을 제재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남중국해 일대에서 중국 국영기업의 굴착이나 측량선, 어선의 활동을 비난하면서 이들 국영기업을 현대판 '동인도회사'라고 표현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이득을 취하기 위해 국영기업을 앞세우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진=연합뉴스)
◇中 "남중국해는 2천년전부터 우리 바다…역내안정 해치는 쪽은 미국'불법'이라는 단어까지 쓴 미국의 비판에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외교부의 두 대변인이 번갈아 나섰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에 대해 "중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남중국해에 해양제국을 건설하려 했던 적이 없다"며 "남중국해 주변국에 대해 평등한 대우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야말로 역외국가로서 사익을 추구하고 남중국해를 혼란하게 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화춘잉 대변인도 트위터에 11개 트윗을 올리면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불법이라고 비판한 폼페이오 장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인 '남해 구단선(南海 九段線)'이 2009년이 아닌 1947년에 선포됐으며 이때 어떤 나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인이 남중국해에서 활동한 것은 2천여 년 전이라며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 주권과 권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남중국해에서 수만 km 떨어져 있지만 걸핏하면 최첨단 군용기를 보내 힘을 과시하고 역내 안정을 훼손하는 미국이 약탈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목소리 못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폼페이오 장관이 성명을 통해 중국이 남중국해의 영유권 주장이 불법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2016년부터 2019년 사이에 중국이 89차례에 걸쳐 영해를 침범했다는 감사원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남중국해에 접한 국가들의 이해가 다르고 중국을 뺀 나머지 국가도 영토 분쟁이 얽혀 있어 남중국해에 면한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 대(對)중국 반대 전선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중국과 대만이 영토 분쟁을 겪고 있다.
중국이 경제 분야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은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동남아 국가들의 사정을 비집고 들어가 필리핀에 협력을 손길을 내밀고 있다.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부교장이 14일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과 화상회를 갖고 남중국해 문제에서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은 2016년에 필리핀이 네덜란들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에 제기한 남중국해 분쟁 소송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났지만 이를 무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