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 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여성가족부 이정옥 장관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17일 낮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최근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지켜보면서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박원순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고소인'이 아닌 '피해자'라고 칭했다.
그는 "최근 피해자가 겪고 있는 심각한 2차 가해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SNS, 인터넷상에서 피해자 신원 공개 압박, 상황에 대한 지나치게 상세한 피해 상황 묘사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 압박감과 심리적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장관은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각종 법제가 보완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2018년 이후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대책을 추진하면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각종 법·제도를 보완했고, 분야별 신고시스템 체계도 마련했다"며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가 마음 놓고 신고하지 못하는 현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가부는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제도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여가부는 성평등 주무부처임에도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관련 정책을 논의하는 여성폭력방지위를 긴급 소집한 이유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민간위원들로부터 피해자 보호 및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등에 관한 의견을 듣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경기대 이수정 교수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정은자 대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최금숙 대표, 장형윤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장, 법무법인 태평양 이경환 변호사, 이소라 노무사 등 민간 위원 6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번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사회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또 선출직인 지자체 기관장이 성추행을 저지를 경우 이를 감독하고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형사사건은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사건들을 규정하고 있는 절차 자체가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물론, 여가부가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등 권력형 성범죄가 잇따르자 발표한 '공공기관의 장 등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때 '공공기관의 장'은 공기업, 공사, 정부 업무 위탁 기관 등 '공직 유관단체'의 장을 의미할 뿐 지자체장은 포함되지 않는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자체장의 경우도 원칙적으로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의 적용 대상이다"라면서도 "한 번도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적용이 된 적이 없는 등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언론, 방송사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강력한 대응 메시지 필요 △피해자 의료비 지원 및 임시주거지원 등 적극적 지원체계 마련 필요 등의 내용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한편 여가부는 이번 회의 결과 등을 참조해 △선출직 지자체 기관장 사건처리 절차 마련을 위한 실무회의와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