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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앉혀놓고 "치마 속 보이나?" 부산 사립고 복장검사

사회 일반

    여학생 앉혀놓고 "치마 속 보이나?" 부산 사립고 복장검사

    '여학생 간담회' 강압적인 분위기
    전교에 22명 여학생, 심한 장난 피해
    몸매 품평, 저급한 단어로 놀림감
    '너네 행실 똑바로 해야' 여학생 탓
    공론화로 피해 입을까 두려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피해 학생 (익명)

    지난달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일명 ‘여학생 간담회’ 라는 게 열렸습니다. 이 학교는 공업학교라는 특성 때문인지 전교생 442명 중에 여학생이 단 22명뿐이었는데요. 여학생 간담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들어보면 과연 2020년의 얘기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일부 여학생을 의자에 앉혀놓고는 다른 학생들에게 ‘치마 속이 보이는지 직접 확인하라’ 시키는가 하면 ‘치마가 짧으니까 남학생들이나 남자 선생님들이 다리를 보는 건 당연하다.’ 이런 말까지 나왔다는 겁니다. 간담회 자리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얘기인지 한 학생을 직접 연결해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신원보호를 위해서 익명의 음성변조를 했다는 점 양해를 해 주십시오. 안녕하세요.

    ◆ 피해 학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용기를 내서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 피해 학생> 네.

    등교하는 고등학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함)

     

    ◇ 김현정> 그 간담회라는 것, 여학생만 따로 모아서 연 거라고 하던데 그게 자주 있는 자리였습니까?

    ◆ 피해 학생> 간담회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 김현정> 구체적으로 왜 모인다고 모은 겁니까?

    ◆ 피해 학생> 처음에는 저희도 치마라든지 화장이라든지 이런 복장,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합의점을 찾는 자리라고 해서 갔는데 오히려 그런 자리가 아니라 되게 강압적인 자리라서 저희도 놀랐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두발이나 복장에 대해서 합의점을 찾는 자리다라고 갔는데 가보니 뜻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 피해 학생> 네.

    ◇ 김현정>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충격적인 거였나요?

    ◆ 피해 학생> 일단 중간에 의자를 놓고 앉아보라고 해서 한 4명 정도 나와서 1명씩 다 앉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도 그렇고 (친구들도) 안에 속바지나 그런 게 보이는지 다 봤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한 학생이 의자에 앉아 있고 다른 학생은 어디서 보라고 한 거예요? 어느 위치에서?

    ◆ 피해 학생> 그 옆에 서 있거나 아니면 앞에서 보라고.

    ◇ 김현정> 자리에 앉았을 때의 느낌은 어땠습니까?

    ◆ 피해 학생> 솔직히 아는 사람이 제 치마 속을 본다고 해도 수치스럽고 기분이 많이 나쁜데 애들이 많은 자리에서 앉으라고 시켜서 그 속을 다 보는 건 많이 기분이 나빴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실제로 속옷이 보인 친구들도 있어요?

    ◆ 피해 학생> 속바지 안에 입고 있어서.

    ◇ 김현정> 속바지들 입고 있는 거, 그런 거는 보인 경우가 있었군요?

    ◆ 피해 학생> 네.

    ◇ 김현정> 그런 경우에 지적을 하고 지적당한 친구는 좀 부끄러워하고 이런 분위기였나 보군요?

    ◆ 피해 학생> 네.

    ◇ 김현정> 그 자리에서 좀 이의제기를 할 수 있었나 모르겠어요.

    ◆ 피해 학생> 저희도 그때 당황스럽고 그래서 친구들이 다 많이 말을 못 했던 것 같아요. 요즘 시대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학생들도 인권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 옛날과 다르게 과하게 잡을 필요는 없는데. ‘학생답지 못해서 선생님들이나 남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거고 그건 당연한 거다. 너희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더 치마를 늘리거나 아니면 너네 행실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라는 등의 말을 자주 하셨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치마가 짧으니까 복장이 그러니까 남학생들의 눈이 가는 거다, 너희가 행실을 잘해야 한다?

    ◆ 피해 학생> 네.

    ◇ 김현정> 평소에 그러면 혹시 남학생들이 성희롱에 가까운, 기분 나쁜 이런 시선들을 보내는 일이 혹은 그런 행동들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까?

    ◆ 피해 학생> 다른 여학생이나 아니면 그 학교에 있는 여학생들에게 말을 너무 쉽게, 가볍게 한다든지 너무 저급한 단어, 걸레 같다든지 그런 단어를 사용해서 친구들을 약간 깎아내리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 이제 표현이 뭐 방송용으로 적절치는 않습니다마는 ‘걸레 같다’ 이런 말을 쓰면서 성적인 품평들이 있었다는 얘기군요.

    ◆ 피해 학생> 네. 그렇게 하거나 반에 남자친구들이 많다 보니까 앉아 있으면 아무래도 옷 속이 보일 수밖에 없잖아요.

    ◇ 김현정> 하루 종일 있다 보면 어쩔 때.

    ◆ 피해 학생> 네. 그런데 그걸 좀 노골적으로 쳐다본다든지 예를 들어서 가슴이 크면 ‘쟤는 가슴이 크다’ 라든지 엉덩이가 크면 ‘엉덩이 크다’ 라든지 이런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품평을 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외적인 부분에 품평을 했다고요?

    ◆ 피해 학생> 네. 여자 친구들은 속옷을 입고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 안에 하복을 입으면 비치니까 그냥 ‘쟤 오늘 (속옷) 무슨 색깔이네’, 약간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든지. 일부러 물을 뿌려서 보이게 한다든지 그랬던 일도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여학생들이 적다 보니까 더 좀 심한 장난의 피해 대상이 됐다는 얘기네요?

    ◆ 피해 학생> 네.

    ◇ 김현정> 그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면, 선생님들이 제재를 해 주지 않으십니까?

    ◆ 피해 학생> 선생님들도 안 들리시는 건지 들리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거의 대부분 제재를 안 하셨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제재는 없었다? 그럼 남학생 간담회는 없는데 이번처럼 여학생 간담회만 있었던 거예요?

    ◆ 피해 학생> 네.

    ◇ 김현정>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서 이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고 모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자리에서 오히려 ‘여학생들의 복장이 문제다, 너희들 행실이 문제다 그러니까 남자 학생들이 쳐다보는 게 당연하다’ 이런 식의 결론이 났다는 건 좀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 피해 학생> 네.

    ◇ 김현정> 공론화를 한 후에 학교 측 반응은 어떻습니까?

    ◆ 피해 학생> 대부분 선생님들이 말을 안 꺼내시거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다니지 말라 라는, 묻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좀 강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 얘기 하고 다니지 말라고 그러세요?

    ◆ 피해 학생> 네. 저희는 학교를 다니고 있고 혹시나 저희가 피해를 입을까봐 어떤 친구들은 아무래도 두려워하는 친구들도 많고 어떤 친구들은 오히려 (공론화돼서) 잘 됐다? 약간 이런 분위기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일단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여기까지 파악을 했고요. 학교 측에서 나서줘야 될 것 같습니다. 이거를 그냥 소소한 문제, 쉬쉬하고 넘어갈 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고. 여학생이 적은 학교라면 더더욱 학교에서 먼저 나서서 이런 일은 없는지를 체크하고 보호해 줬어야 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아무쪼록 좋은 답변이 있기를 기대하고 저희에게도 좀 알려주십시오.

    ◆ 피해 학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부산의 한 사립공업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일. 여학생의 목소리 증언으로 들어봤습니다.

    ※ [반론보도] <여학생 앉혀놓고="" “치마="" 속="" 보이나?”="" 부산="" 사립고="" 복장검사=""> 관련

    본지는 지난 7월 21일 위와 같은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사들은 "간담회는 여학생 복장에 관하여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준수할 수 있는 내용의 교칙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고 당시 지도교사 7명 중 5명이 여교사여서 성희롱이 이루어지기 어려웠으며, 학생들이 자로 치마 길이를 측정한 것은 학생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또한 관련 교사 전원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교육 당국으로부터 징계 처분도 받지 않았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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