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격차가 사실상 동률에 가까운 수치까지 좁혀지면서 그간 '위기론' 수준에 머물던 민주당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당내 인사들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민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는 있지만, 진단과 대응 방식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예상외의 성적표…"부족했던 부분 있다"에는 공감대민주당이 놀라는 부분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과 전세가격의 동반 폭등을 막기 위해 고강도 규제책을 내놓은 데 이어 관련 입법까지 신속하게 마무리했음에도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윤미향 의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도덕적인 부분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힌 이슈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대응이 쉽지 않았던 반면, 부동산 정책은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매듭을 지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충격이 더욱 큰 모양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부동산 임대차 3법마저 반대 여론이 더 큰 것은 예상하지 못한바"라며 "이런 상황과 최근 추이를 보면 지지율이 곧 역전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뜻밖의 결과에 방향성은 옳았지만 완급 조절에는 실패한 것 같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여러 곳에서 나왔다.
특히 입법을 서두르면서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인상이나 여론의 추이를 살피지 못했다는 데 대한 공감이 컸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이미 과반의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각종 입법은 시간문제에 불과했음에도 너무 급했다"며 "부동산 공급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서울시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가 번복된 일이나,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밝힌 일 등은 당이 차분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민주당 허윤정 대변인은 "야당이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협조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더 큰 혼란과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협조를 구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정책의 당위성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바닥까지 내려앉아서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은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반성했다.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모두 통과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 "일시적 현상, 정책으로 해결해야" vs "지금이라도 속도 조절해야"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지만 해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당내 일각에서는 부동산 정책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검찰 개혁 등을 진정성 있게 펼쳐나가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처리된 부동산 법안 중 상당수는 이미 20대 국회에서 오랜 기간 다뤄지는 등 논의 수준이 낮지 않은 만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여론이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당내 한 수도권 의원은 "주택이 없는 사람들도 '세금 폭탄'이라는 프레임 자체만으로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라며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차츰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곧 부동산 가격을 잡음으로써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민심 이반이 정책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성비위 논란에 대한 대응과 입법 과정에서의 독주 때문이라며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이라도 각종 이슈에 대한 대응이 충분하지 못한 수준이었음을 자인하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 다른 수도권 지역 의원은 "박 전 시장 등 도덕성 논란은 물론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당내 인사들의 발언은 내용적으로는 이견이 있겠지만 모습 자체는 오만하게 비춰졌을 것"이라며 "각종 정책의 효과를 자신하기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면서 정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보완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NEWS:right}
◇ 당권주자 3인의 온도 차…"좋아질 것" vs "협치 강화해야" vs "공수처 설치 연기 등 적극 노력 필요"전당대회를 3주 앞둔 민주당 당권주자들은 현상 진단과 대안에 대해 온도 차를 보였다.
이낙연 후보 측은 지지율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정책 효과를 낼 수 있을 때까지 당초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민심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완급조절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개혁과 민생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전당대회 이후에도 착실하고 진정성 있게 정책을 추진한다면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부겸 후보와 박주민 후보 측은 여론의 추이가 심상치 않다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무게를 뒀다.
다만 김 후보 측은 야당과의 협치 강화를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반면, 박 후보 측은 개혁과제의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다소 온도 차를 보였다.
김 후보 측 박양숙 대변인은 "국민들이 불편함을 느끼시는 지점들이 어떤 부분인지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김 후보가 기존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야당과의 협치 부분을 강조하며 문제들을 풀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측 현근택 대변인은 "공수처법도 8월 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일방적인 처리에 대한 비난 여론도 있는 만큼 가능하다면 야당과의 협의, 숙의 등을 거쳐서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앞으로 입법을 할 때는 야당과의 협의는 물론 여론의 방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