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장의 마스(오른쪽) 독일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사진=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담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유럽 5개 국가를 방문하는 일정을 모두 마무리 했다.
코로나19 이후 첫 순방인 왕이 부장의 5개국 방문은 미국이 코로나19 책임론으로 시작해 홍콩보안법, 남중국해 등 사사건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때문에 왕이 부장의 이번 순방은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맞서 유럽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번 달 말 시진핑 국가주석과 유럽연합(EU) 순회의장을 맡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화상회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도 있다.
하지만 5개국 순방은 중국에 대한 유럽의 시선이 냉랭하게 변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왕이 부장이 방문한 국가들이 한결같이 홍콩보안법과 신장지역 인권문제 등 중국으로서는 껄끄러운 주제들을 꺼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뒤 왕이 부장과 함께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홍콩보안법의 폐지를 요구했다.
그는 중국의 일국양제 원칙이 최대한 완벽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고 했고, 1년 연기된 홍콩입법회 선거도 신속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마스 장관이 인권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신장-위구르 지역을 국제감시단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할 것도 촉구하면서 왕이 부장의 5개국 순방이 '적대적으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중국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왼쪽)과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 (사진=연합뉴스)
앞서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왕이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홍콩과 인권, 특히 위구르인들의 상황과 중국이 국제적 공약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정도와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다른 국가들도 비슷했는데 SCMP에 따르면 그가 방문한 5개국 중 4개국에서 홍콩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왕이 부장의 방문은 체코 상원의원의 대만 방문으로 빛이 바래기도 했다.
대만을 방문중인 밀로스 비르트르칠 상원의장은 대만 입법원에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유명한 서베를린 연설을 빌려 "나는 대만인이다"고 대만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왕이 부장이 독일에서 직접 나서 비트르르칠 의장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같은 유럽연합 회원국을 비난한 데 대해 독일 정치인들이 격분했고 마스 장관도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체코 정부도 야당 정치인인 상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중국이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하자 중국 대사 소환 방침을 밝히는 등 반발했다.
한편 왕이 부장의 유럽 5개국 순방이 마무리되는 데 맞춰 양체즈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미얀마, 그리스, 스페인 방문에 나선다.
왕이 부장의 순방이 끝나자마자 중국 최고의 외교관으로 불리는 양제츠 정치국원이 유럽 2개국을 또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코로나19 와중에 국제적으로 인심을 잃은 중국이 국제사회와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