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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개월…기약 없는 장기전에 짙어지는 '코로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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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8개월…기약 없는 장기전에 짙어지는 '코로나 블루'

    • 2020-09-15 04:45

    [코로나 블루]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나온 후 15일 240일째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결과, 39.3% "정서적으로 고갈"
    한국사회 '위기'라는 인식도 세 달 사이 39.6%→83.7%
    "누구 탓할 수도 없고 미칠 노릇", "아이한테 더 화풀이"
    사회활동 왕성한 2030 고립감 더 심해…미래 막막함 가중
    '의도적 자해' 1년 전보다 80% ↑…우울증 진료도 급증

    글 싣는 순서
    ①벌써 8개월…기약 없는 장기전에 짙어지는 '코로나 블루'
    (계속)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지난 1월 20일 중국에서 유입된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견된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동거는 15일로 240일을 맞았다. 치료제나 백신 등 근본적 해결책은 여전히 부재한 가운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전으로 이어지면서 개별 방역주체인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스트레스도 시간에 비례해 커져가고 있다.

    앞서 일일 신규 확진자가 불과 2~3명에 그쳤던 지난 5월 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되면서 한때 종식에 대한 섣부른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내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 등이 터졌다. 이후 조금씩 잦아들던 확진세가 지난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를 주축으로 한 수도권 유행으로 재차 본격화되고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시민들이 겪는 '코로나 블루'(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느끼는 우울감 등)는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 위기" 39.6%→83.7%…"남 탓도 못하겠고 미칠 노릇"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서울 홍대 부근에서 미용업에 종사하는 30대 여성 A씨는 "원래 매장 홀에 2~3명 정도 인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 명만 나와 있다"며 "보통 밤 8시 30분에 퇴근해, 밥을 먹고 귀가했는데 이제는 밥도 못 먹고 (집에) 가고 있다"고 달라진 일상의 단면을 짚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딱히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보니 (남) 탓을 할 수도 없고 미쳐버릴 것 같다. 중국 잘못이라 하기엔 너무 막연하지 않느냐"며 "홍대는 요즘 밤 8시 30분만 지나도 유령도시 같다"고 갑갑함을 토로했다.

    초등학교 1학년 딸과 갓 돌이 지난 아들을 키우는 전업주부 노성은(41)씨는 "지난 4월쯤부터 거의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는데, 아이들의 에너지 발산을 집에서 해소해야 하고 초등학생인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는 부분 등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저도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 스트레스가 확 오더라. 제 생활이 전혀 없고 애들 밥 챙겨주고, 공부 봐주고, 집 치우다 보면 하루가 그냥 가다 보니 스트레스나 힘듦을 잘못된 방향으로 풀게 된 것 같다"며 "아이를 혼낼 때도 보다 너그러울 수 있었는데 더 화를 내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막말로 전혀 합당한 이유는 아니지만, 아동학대가 이렇게 일어나는 건가 싶더라"고 털어놨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정서적 어려움은 비단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연구에서 국민 상당수가 함께 느끼고 있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 연구단'(총괄 유명순 교수)이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1차 조사로 지난달 25~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일이나 생활에서 자유가 제한됐다'(55%)고 답변했다. 또 '정서적으로 지치고 고갈됨을 느낀다'(39.3%), '실제 우울감을 느낀다'(38.4%)고 응답한 이들도 40%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걷기 등 신체활동 감소(50.9%) △중요한 목표를 실현하지 못함(16.6%) △사생활이 침해되는 경험을 함(13.6%) △중요한 관계로부터 분리되는 경험을 함(10.6%) 등 응답자의 대다수(91.5%)가 정신건강에 코로나19가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체험했다고 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였던 지난 5월보다 국민들이 느끼는 국가적 위기감도 고조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사회는 코로나19로 지금 어느 쪽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완전한 위기'를 1점, '완전한 기회'를 10점으로 설정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살펴본 결과, 83.7%가 현재 한국사회는 '위기'에 더 가깝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 5월 중순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를 진행했을 당시 '기회'라는 인식(60.4%)이 '위기'(39.6%)보다 우세했던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사회의 좌표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뒤집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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