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제2교도소 수감 중인 조두순 CCTV 화면 (사진=자료사진)
법무부가 오는 12월 만기 출소하는 조두순(68)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두순이 피해자에게 가까워지면 관계당국이 이를 파악해 피해자에게 알리겠다는 것인데, 불안에 시달릴 피해자 입장은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법무부는 조두순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해당 스마트워치는 조두순과 피해자 간 거리가 가까워지면 법무부에 신호를 주는 역할을 한다. 이후 법무부는 피해자에게 이를 알리는 등 보호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법무부는 피해자에게 보호 장치를 지급하기 위해 법원에 적극적으로 피해자 접근금지 준수사항 부과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피해자가 해당 장치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 피해자와 가해자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법무부에 경보가 울린다. 이후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 관제를 시작, 피해자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보호감찰관들이 출동하는 등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두순은 지난 7월 안산보호관찰소 심리상담사와의 면담에서 가족이 살고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두순의 집과 피해자의 거주지 사이 거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자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자 보호라더니…"매순간 불안에 떨 피해자 입장은?"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무부의 방안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피해자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워치를 피해자에게 제공한다는 얘기는 결국 (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사람도 피해자라는 인식을 준다"며 "매순간 경보가 울릴까봐 불안에 떨 피해자 입장은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호 대상을 조두순 피해자로만 한정했다는 것도 문제"라며 "조두순이 출소를 했을 때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불특정 다수다. 조두순 출소를 왜 사람들이 두려워하는지, 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지를 제대로 읽지 못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sou***)은 "피해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너무 떨어진다. 신호가 평생 오지 않더라도 피해자는 매순간 의식하고 불안에 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왜 피해자가 도망 다녀야 하나", "과거 기억을 손에 매달고 다니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물론 이러한 조치는 피해자 동의가 있어야 한다.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에겐 잊힐 권리가 있다. 피해자가 거부하면 그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다른 방안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그래픽=연합뉴스)
◇현행법, '출소 이후' 피해자와 가해자 간 분리할 제도 미비문제는 현행법상 피해자를 보호할 제도가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성범죄 사건 전문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는 재판 후 피해자와 가해자 간 삶을 분리하는 제도가 전혀 없다"며 "법무부가 피해자에게 보호 장치를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도 사실상 다른 자구책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조두순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아동이고 상해가 너무 컸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알려진 것"이라며 "조두순 사건 이전과 이후,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얼마나 많은 사건의 가해자들이 출소를 했겠나.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들의 출소 이후를 고민한 적이 없다. 사법부와 수사기관조차 신체적 약자들이 갖는 위기감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이유"라고 꼬집었다.
◇가해자 제재 통한 피해자 보호 위해선…"보호수용법 입법 필요"결국 가해자 제재를 통한 피해자 보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선 입법이 필요한 상황. 전문가들은 출소 후 치료 목적으로 추가 수용을 하는 '보호수용제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보호수용제도에 대해 "재범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상습성이 고도로 확인되는 범죄자에 한해 '보호시설에서 일정 기간 동안 머물라'고 명할 수 있는 제도다. 조두순 출소 전 해당 제도를 빠르게 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 개인에 대한 사법당국의 철저한 감시 감독이 필요하다. 이 사람들의 매일매일 생활을 관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윤화섭 안산시장도 같은 맥락에서 아동 대상 성범죄 사범에 대한 보호수용법 입법을 요청하는 서한문을 법무부 추미애 장관에게 보냈다. 윤 시장은 14일 서한문을 통해 "현실 법률이 갖는 조두순 신변에 대한 강제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 2014년 9월 3일 법무부에서 입법예고했던 보호수용법의 조속한 제정을 법무부에 요청했다.
보호수용법은 상습적으로 성폭력범죄(3회 이상) 또는 살인범죄(2회 이상)를 저지르거나 아동을 상대로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중상해를 입게 하는 등 위험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을 형기 종료 후에 일정 기간 별도 시설에 수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19대, 20대 국회 때 입법예고되기도 했지만 인권침해 등의 논란에 가로막혀 폐기됐다.
한편 법무부는 15일 조두순의 보호수용시설 격리 요청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존에 국회에 제출된 보호수용법안에는 소급적용 규정이 없다"며 "해당 법안을 기준으로 따져봐도 조두순 등 과거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소급해서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보안처분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처분이기 때문에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행위 당시의 법을 적용하는 게 옳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