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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 보수? 인천 연안부두 물양장 계획에 어민-항만공사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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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립? 보수? 인천 연안부두 물양장 계획에 어민-항만공사 대립

    공사, 안전등급 악화에 매립 후 부두 재건설 추진
    어민·선박수리업체 들 "어업·생업은 지켜달라" 호소
    시민단체 "땅장사·책임 면피 의도?" 공사에 의혹 제기

    인천 연안항 물양장 위치도 (사진=인천항만공사 제공)

     

    인천항 연안부두에 소형선박이 접안하는 부두인 물양장을 둘러싸고 인천항만공사와 어민 간 대립이 첨예하다. 어민들은 인천 지역 어선들의 '긴급 정비소' 역할을 하던 물양장을 매입하면 향후 몇 년간 어업에 큰 타격을 우려하고, 공사는 시설 노후화가 심각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항만공사 '안전등급 D등급'…매립 후 물양장 부두 다시 만들겠다

    24일 인천항만공사와 물양장 이용 어민 등에 따르면 공사는 인천 중구 항동 연안항 물양장 인근 1만7000㎡를 매립해 노후 물양장 시설 정비 및 부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공사를 착공해 2023년 완공할 계획이다.

    공사를 이를 위해 최근 물양장 부두 인근에 입주한 업체 21곳에 이달까지 자리를 비우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1973년 지은 연안부두 물양장은 2017년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는 등 안전상 문제가 많아 매년 보수공사를 했는데 이번에 차라리 일부를 매립해 위험요소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최근 안전진단에서는 D등급 수준으로 나와 더욱 악화됐다.

    ◇"우리는 어디로 가나"…생업 위기맞은 선박수리업자들

    문제는 내용증명을 받아 든 선박 수리업체들이 당장 갈 곳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식적인 설명회 한 번 없던 데다 공사가 마련한 대체부지는 업체당 컨테이너 1개 너비에 불과해 사실상 영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인천 지역에 공식적으로 선박을 고칠 수 있는 곳은 만석부두 1곳 뿐이다. 그러나 이곳은 대기 시간만 보통 2~3개월 소요된다. 이 때문에 성어기 등 어민들이 1년 중 가장 바쁠 때 배가 고장나면 물양장에 있는 수리업체들이 수리를 도맡았다.

    그동안 만석부두가 '서비스센터' 역할을, 물양장이 '긴급 정비소' 역할을 맡았던 셈인데 이번 매립 공사 추진으로 어민들의 정비소가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현재 물양장에는 19개의 선박 수리업체에서 1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인천 연안부두(사진=연합뉴스)

     

    ◇어민들 "마땅한 피항지도 없어…공사, 개·보수→매립 왜 입장 바꿨나"

    어민들도 불만이다. 물양장은 선박들이 태풍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마련한 피항지다. 또 어선 등이 고장났을 때 임시 조치를 위해 정박하는 곳이기도 하다. 부두와 선박 수리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보니 어민들 입장에서는 피항지 한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인천 연안지역에 소래포구 등을 제외하면 어선들이 피항하거나 임시 정박할 수 있는 곳은 마땅치 않다.

    어민과 선박수리업자 등 156명은 지난 8월 어업과 생업을 보호해달라는 내용의 매립반대 의견 진정서를 공사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후 어민·시민사회단체들도 어민들 편에 가세했다. 이들은 공사가 그동안 물양장을 '보수'해서 계속 사용하는 행보를 보였는데 올해 들어 갑자기 매립으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공사는 2017년 이후 '연안항 물양장 보수계획 설명자료'를 작성해 배포하는 등 물양장을 보수하기 위해 어민들과 꾸준히 소통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제3차 항만기본계획'에 물양장 매립 추진이 있었다며 어쩔 수 없이 매립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나아가 매립 이후 신규 물량장을 조성하겠다며 추가 매립계획까지 세웠다.

    항만기본계획은 정부가 관리하는 무역항(육지) 14곳과 연안항(섬) 9곳 등 국가관리어항 23곳의 항만 개발 청사진을 10년 주기로 수립하는 사업이다. 앞으로 10년의 항만·외교 정책의 흐름을 드러내는 국가 중요사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외교적 마찰이나 민원 등의 불만이 나올 경우 수정도 가능하다. 정부는 올해 6월까지 제4차 항만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땅장사? 책임 면피 의도?"…어민·시민사회단체도 공사 비판 가세

    공사가 제4차 항만기본계획이 나온 뒤에 매립을 추진할 수 있는데도 매립 강행 의사를 밝히고 나아가 추가 매립 계획도 검토한 사실이 알려지자 분양사업 등 '땅장사' 목적으로 매립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녹색연합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 "노후시설 정비를 빌미로 땅장사를 위해 바다를 매립한다는 의혹이 나온다"며 "기후위기로 태풍이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지는 상황에서 (이곳을) 매립하면 오히려 혼잡이 가중돼 선박 사고 발생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서해평화운동본부와 인천평화복지연대 등도 지난 22일 성명을 내 "공사가 2017년 물양장 전면보수공사 계획을 세워 놓고도 이를 진행하기 않아 지난해 안전진단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다"며 "보수공사를 매립으로 전환한 건 공사의 직무유기를 덮으려는 결정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공사 측은 물양장 안전진단 결과 노후화가 심각고 만조 시 바닷물이 넘치기도 해 수제선(땅과 바다가 맞닿아 이루는 선) 정비를 위해서라도 매립이 시급하다며 강행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또 매립으로 마련될 토지에 대한 이용계획도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땅장사'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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