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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의 쏘왓]이건희 회장 별세, 삼성물산은 왜 13%나 오르죠?

금융/증시

    [홍기자의 쏘왓]이건희 회장 별세, 삼성물산은 왜 13%나 오르죠?

    오너가가 삼성전자 지배하는 '연결고리' 삼성물산 관심도 커져
    삼성생명·삼성SDS 지분 처분 가능성
    상속세 재원 마련 위해 삼성 주요 계열사 배당 확대 강화할 전망
    전문가들 "배당 확대·경영권 강화는 장기적으로 긍정적, 사법부 판단 등 불확실성은 고려해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제(26일) 주식 시장은 삼성 관련 얘기로 뒤덮였습니다, 고인이 된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등이 주식 가치로만 18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인데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까닭일텐데요.

    특히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가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앞으로 삼성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상속을 받는다면 상속세 마련은 어떻게 할 지, 그렇게 되면 삼성 계열 주식들의 전망은 어떻게 되는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증이 늘어만 가는데요. 증권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1. 이건희 회장 타계 이튿날, 삼성물산 주가 상승은 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다음날인 어제 증시에선 삼성그룹주가 일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거래일보다 1만 4천원(13.46%)오른 11만 8천원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종가 기준 지난 8월 19일(12만 5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거래량은 937만주나 됐습니다. 전 거래일 하루 거래량이 28만주였으니, 무려 33배에 달합니다.

    왜 이렇게 시장에서 삼성물산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느냐. 삼성의 지배구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은 '오너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요약됩니다. 오너가가 직접적으로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율은 5.8%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삼성생명 8.51%와 삼성물산 5.01%를 통해 강력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거죠. 그리고 두 회사의 최대주주는 각각 이건희 회장 20.76%와 오너3세들 28.3%입니다.

    이런 구조였는데 이 회장의 별세로 그룹 내 지배구조를 바꿀 수 밖에 없게 된 겁니다. 우선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의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일부 또는 완전 상속할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미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방식의 지배구조를 취하고 있어 일부 지분을 삼성공익 재단에 넘기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 등을 봤을 때, 이 부회장 경영에 상당한 리스크가 있는만큼 이번 상속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지분을 이 부회장이 상속받을 거라고 예측하는 것이지요.

    결국 오너가가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연결고리'가 삼성물산이다보니, 삼성물산의 그룹 내 중요도가 상당히 높아질 거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는 겁니다. 삼성물산을 매입하는 건 주력 계열사를 모두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합선물세트를 사는 것과 같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에서고요. 일각에선 이미 오너가가 삼성물산에 대한 충분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추가로 높일 필요성이 낮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2. 개미들의 원픽, 삼성전자는? 다른 삼성 계열사는?

    145만명이 넘는 소액 주주들인 개미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식,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크진 않았습니다. 삼성물산이 13%나 오르는 동안 0.33% 올라 6만 4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4.2% 가운데 일부가 세금 납부 과정에서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가 상승이 제한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주가도 3.8% 올랐고요. 삼성SDS도 5.51%나 상승했습니다. 삼성생명의 주가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교차합니다. 이 부회장이 선친의 삼성생명 지분 20.8% 대부분을 상속 받는 방식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기도 했지만요. 지분 처분 가능성도 언급됩니다. 특히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보유분을 시가로 평가하고 총 자산 3%초과분은 법정 기한 내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8%에 대해 상당 부분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죠.

    삼성SDS는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가장 큰 종목으로 꼽힙니다. 삼성SDS에 대한 그룹 내 지분율이 충분한 상황이기 때문에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합산 17.1%) 일부 또는 전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처분이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속 이슈로 단기에 급하게 주가가 오르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 해야 한다"면서 "투자자의 기대와 달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타임라인은 매우 장기적 관점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삼성물산, 삼성SDS 주가가 강세를 보이겠지만, 상속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삼성전자, 삼성생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3. 그렇다면 '배당 확대' 얘기는 왜 지금 나오는 거죠?

    삼성전자가 최근 몇년 동안 주주환원정책을 쓰면서 배당 확대를 강화했는데요. 상속 이슈까지 나오면서 이 배당 확대는 더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상속세를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선 ①주식을 팔 수도 있지만 ②보유 지분의 배당금을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물론 ③가족들의 개인적인 대출도 가능하겠고요.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로, 이들 지분 가치의 총합은 18조 2251억원(10월 23일 종가기준)입니다. 이때 적용되는 상속세는 약 10조 9천억원으로 추산되는데요. 가족들이 향후 5년 동안 6번에 나눠 낸다고 해도 매년 1조 8천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셈입니다.

    이때 돈을 마련하는 게 가장 큰 숙제인데 '배당 확대'가 가장 유용한 수단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건희 회장과 가족들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으로 받는 배당 소득은 작년에 총 7246억원이었습니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배당 확대는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게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실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경우에도 2년 전 고 구본무 회장의 재산을 물려받으며 상속세 9215억 원을 부담하게 되자, 배당 정책을 강화했습니다. LG그룹은 2017년 1300원(1.5%)이었던 보통주 배당금을 이듬해 2000원(2.8%), 지난해 2200원(2.9%)까지 확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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