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사진=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의 대결이 더욱 불붙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유명희 본부장에게 등을 돌리면서 승부는 안갯속으로 빠졌다.
EU 회원국들은 26일(현지시간) 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EU가 오는 27일 공개적으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도했다.
WTO는 지난 19일부터 164개 회원국을 상대로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한 최종 선호도 조사를 하고 있다. 앞서 두 후보는 지난 10월 14일 EU 27개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공청회를 한 바 있다. 조사는 27일까지 예정돼 있다.
EU의 몰표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향하면서 유 본부장에게 먹구름이 드리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지난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가가 79개국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EU 27개국을 더하면 과반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게 불리한 양상이지만 사무총장 선출에는 전체 회원국 합의가 필요하다.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가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한 뒤 최종 단일후보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이다. 유 본부장이 선호도 조사에서 더 적은 표를 받더라도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강하게 반대하는 국가들이 다수 나온다면 여론은 다시 바뀔 수 있다.
가토 일본 관방장관 (사진=연합뉴스)
◇사무총장 선거 예의주시하는 일본…왜?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일본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방침을 굳히며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2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국제기구 선거 투표 태도에 대해서는 각국이 외교상 이유로 밝히지 않는 대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지지에 대한 즉답을 피했지만 일각에서는 수출규제를 의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수출규제와 관련 WTO에 제소 절차에 돌입했지만 일본 정부와 대화를 위해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일본 측이 응답하지 않으면서 다시 제소 절차를 재개했다. 일본은 이와 관련해 만약 유 본부장이 WTO 사무총장직에 오르게 된다면 자신들의 주장을 계속 펼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본의 보수 성향 온라인매체 '데일리 신초'도 27일 "한국인이 WTO 사무총장에 오른다면 일본으로서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규제 관련 제소가 두려웠다면 일본 역시 후보를 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마이니치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각료 경험자 중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전에 나서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