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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선거, 강대국 힘겨루기 사이에서 난처해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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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O 선거, 강대국 힘겨루기 사이에서 난처해진 한국

    어려워진 WTO사무총장 선거, 美 지지에 韓 오히려 곤혹
    교착상태 빠질 경우 韓 국제사회 비난 직면할 수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으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WTO 선거전이 국제 역학 및 이해관계가 얽힌 강대국 간 정치 게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데다,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사무총장 선거가 장기 교착상태에 들어갈 경우 한국이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 꼬인 WTO 사무총장 선거…미·중 힘 싸움에 장기 교착 가능성

    정부는 지난 28일 WTO 일반이사회 의장으로부터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뒤졌다는 통보를 받고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30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역전이 쉽지 않다고 보고 WTO의 권고에 승복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유 본부장을 지지해온 미국이 공개적으로 나이지리아 후보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WTO 사무총장 선거가 표결이 아닌 '일치합의' 방식이기 때문에 미국이 거부권을 들고 나오면서 교착상태에 빠지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런 행보는 중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WTO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향후 WTO를 미국 의도대로 끌고가는 데 나이지리아보다 한국 사무총장이 더 협조적일 것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고집하며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친중' 후보를 견제하고 한국의 손을 들어준 것은 미국 입장에선 당연하다"고 해석했다.

    나이지리아를 지지했던 유럽의 언론들은 벌써부터 '미국이 WTO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사무총장 선출이 안 되는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버티느냐' vs '결과 수용이냐'…곤혹스러운 정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전 재무·외무장관(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선택할 카드는 많지 않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사무총장이 될 수 있도록 유 후보가 사퇴하거나, 마지막 절차인 회원국 협의에서 역전을 노리며 시한인 11월 9일까지 버티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선거 결과에 승복하더라도 미국이 반대 입장을 철회하지 않으면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데다 시간을 끌 경우 '미국만 믿고 떼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성실한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우리가 버티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미국 의지에 달린 셈이다. 미국이 한발 물러선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선거전이 시한을 훌쩍 넘겨 장기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

    국제사회는 WTO 상소기구가 미국의 반대로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최악의 경우 WTO 사무총장 선거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대선도 변수로 작용할 듯

    (사진=연합뉴스)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 역시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금 한국을 지지하고 있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WTO 회원국들이 차기 미국 정부의 입장을 보기 위해 바이든 취임 이후로 사무총장 선출을 미룰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어떤 입장을 정하든 그동안 유 본부장을 지원해준 미국과 충분한 협의를 하고 양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아직 정부 기류가 어떻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조속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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