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사진자료)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복음 7장)
검사들의 티눈 뽑기가 한창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잇따른 감찰 지시에 검사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커밍아웃'이라는 그럴듯한 정치적 용어가 생기고 일부에서는 '집단반발'이라며 은근 응원하고 있다.
추 장관의 무분별한 수사지휘권 발동과 잇따른 감찰지시가 검찰의 독립성을 위협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검찰개혁의 당위성 마저 부인할 수 없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해 '잘한 일'이라는 평가와 '잘못한 일'이라는 평가가 46% 대 46%으로 비슷하게 나온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정치권력은 유한했지만 검찰권력은 영원무궁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기가 나부끼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대한민국 검찰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권을 독점하며 무한권력을 누려왔다.
검찰개혁의 길에서 운전자가 폭주한다고 해서 그 길 까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검찰은 절대선의 리스펙트(respect)를 상실한지 오래고 일부는 진작에 악에 물들어 있다.
29일 "추 장관이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난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동료 검사의 약점 노출을 막기 위해 피의자를 구금하고 면회를 막았던 전력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 무혐의 처리에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박훈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그런가하면, 나의엽 검사는 금융사기꾼 김봉현에게 강남 룸살롱에서 1천여만원짜리 술접대를 받은 의혹으로 이름이 공개됐다.
별장 성접대와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하루 전에는 법무부 차관까지 지낸 김학의 전 검사가 항소심에서 스폰서 검사로 낙인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가 지금 우리나라 검찰에서 더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검사는 단 한명도 없다.
과연 검사들의 눈에는 들보가 한 티끌도 없다는 말인가?
적어도 한명쯤은 이런 부끄러운 모습에 대한 자성의 글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져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서초동에 쏟아진 윤석열 검찰총장을 격려하는 화환의 향기에 일선 검사들까지 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지금까지 검찰독립의 파괴자는 추미애 법무장관이었다.
이에 맞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나름 검찰의 가치를 지켜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2일자로 검찰독립 수호자의 지위를 상실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국정감사장에서 현직 검찰총장이 정계진출 의사를 드러냄으로써 검찰독립의 가치를 스스로 깨는 모순을 저질렀다.
추미애 장관의 무한폭주를 비난하는 60여개의 글이 모두 불합리하고 불순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사태를 바라보는 검사 자신들의 눈에 들보가 없는지부터 살펴볼 때다.
자신의 들보는 바라보지 않으면서 남의 눈에 든 티만 뽑아내려하기 때문에 검찰이 국민들에게 조직이기주의로 비판받고 있는 것이다.
검사들의 집단반발을 표현하는 검난(檢亂)이라는 단어를 검찰에 대한 격려로 오역(誤譯)하지 않기 바란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