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된 버스(사진=서울시 제공)
서울 시내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탑승하는 정책이 시범 운행되고 있는 가운데 승객과 기사 양측 모두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부터 올해말까지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한 시내버스 5개 노선에 대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자전거 거치대는 노선별로 차량 내부 또는 외부에 거치하는 2가지 종류로 나뉘어 운행된다. 자전거를 내부에 거치하는 버스는 1대만, 외부에 거치하는 버스는 2대까지 거치할 수 있다. 탑승시간은 평일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전 시간대에 이용 가능하다.
복수의 매체가 시범 운행중인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탑승해본 결과 소요되는 시간은 약 5분. 탑승객들은 이 시간을 버스 안에서 고스란히 기다려야 했다.
지난달 23일 서울시는 보도자료에서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지만, 버스기사와 승객 모두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탑승객은 "답답하다. (승객이)많이 탔을 경우엔 더 골치 아플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탑승객은 "(시간이)급한 사람들은 5분 정차하면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버스기사들도 "5분씩 걸려서 (자전거를)실으면 뒷차가 와서 기다린다", "(자전거 승하차로 걸린 시간으로 인해)쉬는 시간이 사라진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그렇고…그러다보면 기사들 (시간에 쫒겨) 바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 지연으로 인한 불편사항 발생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시범 운행 이후)확대 여부는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버스노조 유재호 사무부처장이 지난 2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사진=서울시버스노동조합 제공)
◇자전거 승차 계속된다면…노조 "정류장 도착시간 맞추기 힘들어"자전거 승차 시범사업이 진행되자 버스노조는 지난 2일 자전거 버스 승차 반대 1인 시위도 진행했다. 노조는 '자전거 거치 및 차내 탑승은 운행시간 확대와 안전사고로 이어진다'며 해당 정책 폐기를 요청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전거를)거치하는 동안 각종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며 "자전거 상태 확인, 일반 탑승객의 불편, (버스 구조변경으로 인한)운행속도 저하 등 버스기사가 운행시 고려해야할 부분이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전거를 내부에 싣는 경우 장애인 구역에 거치하는데, 안전사고가 발생했을때 귀책사유는 누구에게 있느냐"며 "분쟁 발생 요소가 너무 많아진다"고 전했다.
아울러 "버스가 정시성을 유지할 수 없다. 정류장에서 버스 도착 시간을 안내하는데 서울시에서는 그 시간을 맞추라고 안내해왔다. 그런데 (자전거 탑승을 하게 되면)시간을 맞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버스 내 장애인 구역에 자전거가 거치된 모습.(사진=서울시 제공)
◇자전거 승차 불만 여론에 사과글도 등장앞서 서울시는 자전거 이용자 4천여명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정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자전거 커뮤니티에서는 불만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한 네티즌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시간조율도 문제지만 버스기사가 받을 스트레스는 매우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사람 많은 버스에서 눈치보여서 타고 내리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서울시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계정은 지난 6일 커뮤니티 게시판에 사과글까지 올렸다.
글쓴이는 "버스 거치대 사업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거두절미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커뮤니티에서)글을 읽은 상황에서 모른척 눈을 감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추진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도 있고, 해외사례도 소개시켜주고 여러가지 논의를 해본 바 있다"며 "하지만 버스회사, 조합 의견조율, 버스 광고와 보험, 구조물변경 문제 등 여러가지 얽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따끔한 지적 엄중히 받아들이고, 해당부서 공유와 문제점 해결을 위해 다시 한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시범 운영에서 제기된 사항들을 검토한 뒤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이미 불거진 문제들을 해소하고 본격 운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