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이한형 기자)
내년 4월로 예정된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기존 단체장의 성비위 문제때문에 치러지게 되면서 젠더 이슈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여야 모두 원하는 구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젠더 문제에서 여야 모두 자유롭지 못한데다 전세난을 비롯한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민생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덕성' 최우선하겠다는 민주당, 여성 후보 당위론에는 선그어
최인호수석대변인(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보궐당헌당규 개정 전당원 투표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전당원투표를 통해 4·7재보궐선거 정면 돌파를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재보궐선거기획단 첫 회의를 여는 등 본격적인 레이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두 곳의 보선에 모두 책임이 있는 민주당은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내세워달라"는 이낙연 당대표의 주문대로 일단 보선의 주안점을 '도덕성'에 맞추고 있다.
그런데 도덕성 검증에 큰 비중을 두긴 하겠지만, 이것이 곧바로 '여성 후보 당위론'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원순, 오거돈 두 전직 시장이 모두 남성이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성비위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 여성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오히려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에 말려 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4ㆍ7재보선기획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재보선기획단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내놓는 후보가 남성이면 무조건 성비위가 일어날 것이다'와 같은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다면 무조건 여성을 후보로 내세우겠지만 그렇지 않지 않느냐"며 "서울시와 부산시의 행정을 잘 할 수 있는지 여부보다 성별이 더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 사태 당시 당내 여성 인사들이 지지층의 눈치를 보다가 여성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제때 내지 못했었는데 후보만 여성으로 낸다고 해서 그런 미흡했던 대응을 덮고 젠더 친화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한 의원은 "서울시민들은 미래 권력을 뽑기 때문에 여성 후보가 만능 키는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에서 나경원, 이언주 등 여성 후보들이 나오더라도 젠더 문제에 있어서 두각을 드러낼 후보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짙은 보수색 피하기 위해 젠더 전면전 나서지 않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임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공천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민의힘도 전력 집중 포인트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선 공천을 결정하자 "온갖 비양심은 다 한다. 천벌이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비도덕성을 비난했지만 젠더 전면전으로 가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그간 젠더 이슈 대응에 있어 민주당에 앞선 모습을 보여왔다고 자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나경원 전 의원과 이언주 전 의원 등 서울과 부산에서 인지도가 높은 여성 후보들의 면면도 젠더 이슈 대응보다는 특정 정파 성향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는 평가다.
예비경선의 경우 시민 여론조사 100%, 본경선에서도 시민 여론조사 비중을 80%로 두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등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일 계획인 만큼 우파 성향이 짙은 후보를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냥 우대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국민의힘 4·7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지금은 여성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여성 가산점' 손보며 본선 경쟁력 우선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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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보니 양당 모두 여성 후보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해야 할지 말지에 대한 경선 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여성의 경우 10%, 그렇지 않은 여성의 경우 25%의 가산점을 주는 당헌·당규를 그대로 적용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유력 후보군 중 한 명이자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 전 시장에 이어 2위에 올랐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경우 4선 중진의원 출신이자 현역 장관이라는 이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예비경선에서는 신인 여성 정치인 발굴의 측면에서 가점을 부여하지만 본경선에서는 가점을 부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부산·경남지역의 한 중진의원은 "여성 가점이 오히려 괜찮은 정치 신인 발굴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무조건 여성이라고 가산점을 줘야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에 전선 친 여야…"공감할 후보" vs "실정 부각할 후보" 맞대결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부동산 가격 상승과 전세 대란 등 부동산 이슈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 서울시인 만큼 여야 모두 부동산 이슈에 잘 대응할 수 있는 후보가 본선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실시한 11월 1주차(2~6일) 주간집계에서 당 지지율이 30.6%로 32.2%인 국민의힘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이유 중 적지 않은 부분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그런 만큼 정부·여당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서울 시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후보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부동산으로 전선이 그어진 상태"라며 "전세대란 속에서 주민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며 최대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후보가 당의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민의힘도 문재인정권의 최대 실정 중 하나가 부동산 정책으로 꼽히는 만큼 관련 이슈를 선점할 수 있는 후보를 물색 중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추진한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점과 임대차 3법으로 오히려 전세시장이 혼란에 빠진 점 등을 최대한 부각시킬 방침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서울 시민들은 아파트 가격 급등과 전세난 등 일어난 현상 자체에서 고통 받기도 하지만 이런 사태를 초래해 놓고도 반성하지 않는 정부·여당의 뻔뻔함 때문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며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치한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