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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고심 靑 "피해자 중심주의 대원칙은 못깬다"

대통령실

    '강제징용' 고심 靑 "피해자 중심주의 대원칙은 못깬다"

    문희상안 등 여러 중재안들 검토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 쉽지 않아
    '피해자 중심주의' 강조했던 문 대통령, 대원칙은 지킬 듯
    피해자의 의견 경취·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위한 주변 교류 분위기 조성 중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역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한일 기업 기부금과 국민들의 성금으로 재단을 만들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문희상안'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소송 대리인의 경험 때문에, 대한민국 대통령이기 때문에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하려는게 아니다. 그것이 국제사회의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일제 강제징용 소송 대리인을 한 경험 때문에 '피해자 중심주의'를 고수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문 대통령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를 통해 반박하면서 한 말이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개인적 신념이 아닌 국제사회 대원칙이라는 것을 못 박은 것.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은 "일본 강제징용 관련 해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 동의를 얻는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피해자 동의 없이 한일 정부가 아무리 합의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위안부 합의 때 아주 절실히 경험한 바 있다"며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다시 강조했다.

    최근 한일관계 복원을 위한 물밑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간 고수했던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마땅한 중재안이 떠오르지 않아 정부의 고심이 깊다.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로 위자료를 지급하는 등의 여러 대안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대원칙을 어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강제징용 해결 묘책 찾고있지만 난항…"반일-반한 감정 심해 정상들 결단 내리기 쉽지 않아"

    현재 한국 외교안보라인은 강제 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실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일본 정부의 입장이 예상보다 완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 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박지원 국정원장과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이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국무총리과 면담하고 연내 정상회담 개최와 도쿄올림픽 협력 방안 등을 제안했지만 강제징용 문제를 두고는 '벽'을 넘지는 못했다.

    스가 총리는 "한국 측이 반드시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되도록 '복안'을 내주길 원한다"고 우리 정부에 공을 넘기며 대놓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해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제안한 '1+1+α'(한국기업·일본기업·국민의 자발적 성금)안 등을 포함해 다양한 타협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반하는 면이 많아 실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피해자 단체들은 지난해 문희상안이 제시될 때부터 강하게 반발했고, 현재도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한일동맹의원 회장 김진표 의원도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2년간 양국의 외교당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안을 놓고 충분히 토의가 돼서, 있을 수 있는 모든 해법은 이미 제시가 돼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정치 지도자들의 선택과 결단인데 여건이 너무 나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입장이 매우 확고한데다, 반일-반한 감정이 높아 양국 정상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 "文대통령 여러번 강조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은 지켜질 것"…문화 교류 등 분위기 만드는 작업 중요

    청와대도 '원칙은 깨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미국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고, 강제징용 가해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법원의 '현금화' 시점이 임박하는 등 여러 면에서 일본과의 관계 복원 필요성이 높아지고는 있다는 점은 청와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지켜온 '피해자 중심주의'와 '대법원 판결 취지에 행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이제와서 뒤집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기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이제와서 원칙에 반하는 안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추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여러번 강조한 '피해자 중심주의'의 원칙은 깨지기 어렵다"이라며 "원칙에 반하는 일방적인 타협안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의 동의없이 일본 정부와 일방적으로 합의하면서 더 큰 역풍을 맞았던 것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반면교사로 남았다는 것이 복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강제징용 문제 해결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제징용 문제를 성급하게 풀려하기 보다는 문화예술계 교류나 도쿄올림픽 성공을 위한 스포츠 교류 등으로 양국 반일-반한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밑작업을 선행하자는 제안도 있다.

    김진표 의원은 "양국 정치권이 반일, 혐한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운데 그것을 버리면 그렇게까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에서 유행하는 한국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교류 필요성을 언급했다.

    쉽사리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피해자들의 현재 상황과 입장을 보다 성의있게 경청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정립을 위해 주변 분위기를 충분히 형성하는 밑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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