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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이충현 감독, 영화 '콜' 이끈 여성들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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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이충현 감독, 영화 '콜' 이끈 여성들을 말하다

    [영화 '콜' 이충현 감독 인터뷰 ①] 여성 스릴러 그리고 여성 배우들

    (사진=넷플릭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우연히 걸려온 전화, 알 수 없는 여자의 말이 들려온다. 거친 말이 섞인 낯선 여자 목소리는 이내 끊기고 만다. 그러나 이 기묘한 전화는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 반복된 전화 속에서 발견한 단서로 서연(박신혜)은 자신이 받은 전화가 범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그렇게 2019년을 사는 서연과 1999년의 영숙(전종서)은 전화로 인해 20년 세월을 넘어 서로 운명적으로 엮인다. 급기야 둘은 미래를 바꾸기에 이르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이때부터 영화의 중심축은 서연과 영숙의 대결로 넘어오게 된다.

    영화 '콜'은 여성들이 이끌어 가는 스릴러 장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단순히 여성 주인공이 남성 빌런과 대결하는 게 아니라 빌런 자체도 여성이다. 주인공 주변의 능동성을 지닌 주요 인물 역시 모두 여성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콜'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 2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충현 감독에게서 영화 속 여성, 그리고 배우들 이야기를 먼저 들어봤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 광기와 독기 품은 두 여성의 스릴러 '콜'

    감독도 그리고 관객들도 오랜 기다림 끝에 영화 '콜'을 만났다. 이충현 감독은 영화가 공개된 후 이러저러한 반응을 듣고 있다고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배우들 열연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박신혜 배우는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에 대해 놀라워하시는 거 같다"며 "전종서 배우는 앞서 '버닝'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전종서의 발견'이라는 리뷰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콜'은 다른 시간대를 사는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돼 서로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광기 어린 영숙과 영숙으로 인해 독기를 품게 된 서연의 대결이 특히 돋보인다.

    "제가 이전에 만들었던 단편 영화들 같은 경우도 대부분 여성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방식이었어요. 독기와 광기가 있는 폭발적인 모습도 여성 캐릭터가 장르 영화 안에서 충분히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려보다는 오히려 더 치고 나가고, 폭발적으로 나아가도 된다고 생각했죠."

    두 인물 서연과 영숙의 운명이 엮이게 되는 것도, 둘이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며 대립하는 것도, 과거와 미래를 바꾸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싸움도 모두 '전화'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과거의 행동이 미래를 바꾼다는 타임 슬립 소재를 이용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전화로 만난 서연과 영숙이라는 캐릭터다.

    이 감독은 "타임 슬립 자체는 이제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많은 관객에게 익숙하고, 타임 슬립 규칙에 훈련도 돼 있다"며 "그렇기에 이보다는 다른 시대에 있는 인물이 서로 대결하는 구도, 여기에서 오는 서스펜스와 스릴에 더 충실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 서연과 영숙, 두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박신혜와 전종서

    캐릭터와 그들의 대결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인물, 그리고 서연과 영숙을 연기한 배우 박신혜와 전종서에게 눈길이 간다.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호평과 배우들 열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감독은 "두 배우가 캐릭터를 넘어 이야기까지 포괄적으로 매우 잘 해석해 줬다"고 극찬했다.

    박신혜는 서연 역을 맡아 영숙과 쫓고 쫓기는 대결을 펼친다. 서연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을 잡는다. 동시에 영숙이 내면의 어둠을 점점 끌어올림에 따라 서연도 조금씩 독기를 발산한다.

    서연은 많은 감정 표현은 물론이고 그 감정의 낙폭 또한 매우 큰 캐릭터다. 과거의 상황이 미래인 '현재'를 바꾼다는 점에서 서연이 영숙에게 이끌려 가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연 역시 착하기만 한 모습을 버리고 독기를 폭발시킨다. 이 감독은 박신혜가 이러한 감정 변화를 잘 설계했고, 덕분에 후반부 대결 구도로 옮겨가기 편했다고 설명했다.

    "박신혜 배우는 그간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많이 만났는데 그의 다른 면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감정 표현의 스위치를 바꿔주면 장르 영화 안에서도 충분히 능력이 발휘될 거라 생각했죠. 박신혜 배우 또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갈증이 있었고요."

    (사진=넷플릭스 제공)

     

    2018년 이창동 감독 작품 '버닝'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전종서는 영숙 역을 맡아 광기 가득한 모습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빌런의 등장이다.

    영숙 캐릭터는 자칫 잘못하면 단편적인 사이코패스로 소모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그러나 전종서는 외로움과 연민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섬뜩함을 내비치는 복합적인 모습을 시나리오를 넘어 더욱 잘 구현해냈다. 보다 입체적인 인물이 된 것이다.

    "영숙 캐릭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습과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죠. 그런 부분이 전종서 배우와도 잘 맞았어요. '버닝'에서 큰 분량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알 수 없는 모습이 있었는데 그게 영숙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직감적으로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감독은 "사실 관객들이 동질감을 느끼고 몰입하는 건 서연의 입장"이라며 "장르가 가진 태생적인 부분으로 인해 빌런이 돋보일 수밖에 없지만, 박신혜 배우가 무게 중심을 매우 잘 잡아줘서 전종서 배우도 빛날 수 있었다. 박신혜·전종서 배우가 다르면서도 조화를 잘 이뤘다"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 서연과 영숙의 닮은 듯 다른 두 엄마, 이를 만들어 낸 김성령과 이엘

    '콜'에서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캐릭터는 바로 서연과 영숙의 엄마다. 김성령은 딸 서연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엘은 김성령과 다른 의미로 시선이 집중되는 캐릭터다. 이엘은 영숙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알 수 없는 의식으로 영숙의 운명을 바꾸려 한다.

    이 감독은 "이엘 배우의 캐릭터도 어려운 캐릭터다. 정보를 최대한 숨겨야 하고 대사도 많지 않은데 분위기로만 드러내야 한다"며 "이 역할은 이엘 배우가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극찬했다.

    그는 "이엘 배우가 기본적으로 가진 독보적인 분위기가 있다"며 "대사보다 분위기, 의상, 제스처 등으로만 표현해야 해서 굉장히 어려웠을 텐데 너무나도 잘 소화했다. 덕분에 초반부 기묘한 긴장감을 이끌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전반부에 이엘이 있었다면 후반부에는 김성령이 있다. 이 감독은 "서연 엄마 캐릭터는 초반에는 철이 없어 보이고 엄마 같은 느낌도 많이 없다"며 "그러나 후반부에서는 굉장한 모성애를 발휘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성령 배우는 평소 소녀 같은 모습을 갖고 있음에도 사적으로 만나면 모성애가 매우 강한 분이다. 그런 모습에서 서연 엄마 역할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그걸 떠나서 30대와 50대를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었는데,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김성령 배우 밖에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캐스팅이었다"고 말했다.

    '콜'을 통해 여성이 주축을 이룬 스릴러 장르와 여성 빌런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알린 이 감독은 '여성 캐릭터'에 대한 더 큰 욕심을 드러냈다.

    "차기작은 아마 '콜'과는 전혀 다른 스릴러 영화지 않을까 싶어요. 좀 독특한 표현 방식으로 차기작을 생각하는 게 있거든요. 제가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장르 영화, '킬빌' 같은 여성 액션물에 대한 욕심이 있는데요. 언젠가는 그런 작품도 꼭 하고 싶어요."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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