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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찾아가 상담까지…정윤하의 '트렁크'[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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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건강의학과 찾아가 상담까지…정윤하의 '트렁크'[EN:터뷰]

    배우 정윤하의 중저음 목소리는 이서연의 내면 심리와 어우러져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 제공배우 정윤하의 중저음 목소리는 이서연의 내면 심리와 어우러져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 제공
    도발적이었다. 자기중심적이기도 했다. 여기에 내면의 깊은 결핍까지 더해졌다.

    배우 정윤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의 이서연을 맡아 한눈에 보기에도 쉽지 않은 인물을 소화했다. 정윤하도 이서연에 대해 "한 가지로 단언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떠올렸다.

    작품 속 남편 한정원으로 출연한 공유는 이서연에 대해 뒤틀린 욕망을 가진 인물이라고 바라봤다.

    "이서연의 입으로 어렸을 때부터 내가 갖고 싶은 거 가져야 했고, 담임 선생님을 바꾸고 싶으면 바꿀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짝꿍을 짝꿍으로 만들었다고 얘기를 하는 모습은 그 인물을 확실하게 나타내는 대사였어요."

    극중 강렬했던 이서연의 모습과는 달리 배우 정윤하의 모습은 차분하고 세심했다. 메모지를 준비해 온 그는 질문을 적어 가며 작품을 신중히 소개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윤하는 이서연이라는 인물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서연이 하는 행동을 조금 더 구체화하고 싶었다"며 "병원을 찾아가 선생님께 진단을 내려 달라고 부탁드리니 '자기애성 인격장애' '연극성 인격장애'라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이서연이 한정원에게 30년 동안 집착하는 과정에서 강렬하게 표출된 행동은 없었다고 봤다"며 "그런 행동이 있었다면 한정원과 이서연은 이미 헤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작품 속 인물 중에 (이서연의) 결핍이 가장 오랫동안 축적된 것 같았다"며 "마지막까지 축적된 이 결핍이 폭력적이거나 과격한 걸로 표출되는 게 아닌 CCTV를 통해 관찰하는 행동으로 발현됐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엘리베이터 신 무서웠죠…노출 신은 액션 연기처럼"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비밀스러운 기간제 결혼 서비스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을 다룬 미스터리 멜로물이다. 결혼매칭업체 NM 직원인 노인지(서현진)는 이서연의 의뢰로 한정원과 다섯 번째 기간제 결혼을 하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비밀스러운 기간제 결혼 서비스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을 다룬 미스터리 멜로물이다. 결혼매칭업체 NM 직원인 노인지(서현진)는 이서연의 의뢰로 한정원과 다섯 번째 기간제 결혼을 하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정윤하는 이번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총 3회에 걸쳐 12시간 이상의 오디션을 거쳤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캐스팅이 확정됐고, 촬영에 앞서 약 4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그는 "남은 시간 동안 이서연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려고 계속 팠다"며 "1화부터 8화까지 이서연만 보면서 그의 감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봤다. 지금까지 관심 있었던 연기 방법론을 다 적용해 본 거 같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심리적인 제스처를 많이 썼다고 한다. 정윤하는 "이서연의 감정을 전하기 위해 팔짱을 껴서 마음이 닫혀 있는 모습을 표현하거나 손을 많이 써서 (감정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서연이 자주 파란 목걸이를 만지는 장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윤하는 "한정원에게 받은 선물로 보고 이서연이 한정원을 떠올리는 것으로 봤다"며 "샤워하는 윤지오(조이건)를 보면서도 목걸이를 만지는 건 한정원을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품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 목걸이를 풀고 윤지오가 준 목걸이를 한다"며 이서연의 달라진 심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정윤하는 소품 활용을 많이 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이서연이 한정원의 아버지 장지 날 립스틱을 바르며 대사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그는 "립스틱을 꺼내면서 대사한 건 제가 준비했던 모습"이라며 "장례식장 화장실에서 노인지가 한 얘기를 되갚아 주는 장면을 연상시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사 현장으로 나갈 때 이서연이 아이패드를 드는 모습에서도 따로 (아이패드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드렸다"며 "이서연이 일을 가는 중이었기에 장면을 조금 더 풍성하게 채우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노인지와 다투는 엘리베이터 신도 떠올렸다. 그는 "엘리베이터가 14층에서 내려오는데 덜컹거리더라. 그래도 이서연의 직업이 건축가였기 때문에 놀라지 않으려고 심리적으로 신경을 썼다"며 "계속 타도 무서웠다. 서현진 선배에게 많이 의존했다"고 웃었다.

    "서현진 선배 오열하는 장면, 백조 같았어요"

    정윤하는 이서연과 마찬가지로 진심을 내비치는데 약간 두려움 같은게 있다며 그런 소심함이 비슷했다고 떠올렸다. 넷플릭스 제공정윤하는 이서연과 마찬가지로 진심을 내비치는데 약간 두려움 같은 게 있다며 그런 소심함이 비슷했다고 떠올렸다. 넷플릭스 제공
    정윤하는 기억나는 신으로 노인지가 경추를 드러내며 오열하는 모습을 꼽았다. 해당 신은 연출을 맡은 김규태 감독도 극찬한 장면이다.

    그는 "심연에 있는 감정을 밖으로 내비치는 모습이었다"며 "(서현진의) 경추를 보면서 스완(백조) 같았다. 가장 고독하고 외로운 어떤 피사체로 비춰져서 너무 좋더라.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서현진 선배의 연기를 통해 (많은 걸) 느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선배의 모습이 노인지랑 너무 잘 맞았다"며 "극 중에서 5년을 기다리는 노인지를 생각하면 굉장히 부합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공유에 대해선 "프레임 안팎으로 진짜 배운 게 많다"며 "감독님의 디렉팅을 들으면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하더라"고 말했다.

    또 "대화도 많이 하고 모니터 밖에서는 현장을 무겁지 않게 품어 주더라"며 "스태프들과 행복해 보이는 그런 걸 많이 느꼈다"고 떠올렸다.

    함께 호흡을 맞춘 조이건에 대해선 "착하고 유쾌한 친구"라며 "현장에서 용감하고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배우였다. 자신만이 가진 분명한 매력이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격적인 노출 장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윤하는 "그 신을 준비하면서 김규태 감독님,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과 많은 회의를 거쳤다"며 "조이건 배우와 액션 연기라고 생각하고 서로 조심스러우면서도 신중하게 합을 맞췄다"고 떠올렸다.

    광고 모델→배우 길로…"쿠팡 새벽 배송도 했어요"

    과거 암 진단을 받아 제거 수술을 받았던 정윤하는 지난 5월 재발 판정을 받아 수술을 다시 받았다. 다행히 수술적 치료를 받아 회복됐다고 한다. 넷플릭스 제공과거 암 진단을 받아 제거 수술을 받았던 정윤하는 지난 5월 재발 판정을 받아 수술을 다시 받았다. 다행히 수술적 치료로 회복됐다고 한다. 넷플릭스 제공
    정윤하는 영화 '서울의 봄' '파묘',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에도 연이어 출연하며 최근 주목을 받는 배우다. 그는 사실 2007년부터 광고 모델로 데뷔해 꾸준히 활동했다.

    그러면서 2011년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배우들이 연극심리치료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연기의 길을 결심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전문가와 상담한 내용을 토대로 배우들이 트라우마 상황에 대해 시연해 주는 모습을 보며 관객에게 전달해야 할 배우의 역할이 와닿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활자 속 인물을 입체적으로 구현해내는 일이 관객에게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것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윤하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평소 집에서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며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국 유학 시절 미스코리아 뉴욕 대회에 참가한 것은 물론, 쿠팡 새벽 배송과 호텔 서빙 아르바이트 등을 하기도 했다. 다이빙 또한 그 연장선에서 시작해 어느덧 10년이 됐다.

    정윤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도에서 한 달 정도 살다가 오곤 한다. 넷플릭스 제공정윤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도에서 한 달 정도 살다가 오곤 한다. 넷플릭스 제공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직업을 가진 친구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었다"며 "연기라는 게 연기술도 있지만 인생의 경험을 내비치는 거라고 생각해 밖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경험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번 '트렁크' 촬영이 끝난 뒤에도 홀로 영국 런던으로 가 왕립연극학교 단기 코스를 수료한 정윤하. 그는 스스로 낭만주의자라고 밝히며 연기의 존재 이유를 떠올렸다.

    "연기는 현실과는 다른 어떤 허구의 상상이지만 이러한 간극을 채워나가는 게 배우의 역할인 거 같아요. 연기를 통해 희망과 빛을 선사해 줘야 관객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 '트렁크'는 공개 2주 차에 41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비영어) 부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브라질, 이집트, 홍콩, 인도, 싱가포르, 나이지리아, 아랍에미리트 등 41개국 톱10에도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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