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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훼손 현장" "닫힌 문의 공포"…소방관들 '생명줄'[노컷 리뷰]

문화 일반

    "시신 훼손 현장" "닫힌 문의 공포"…소방관들 '생명줄'[노컷 리뷰]

    티빙 다큐멘터리 '라이프 라인' 공개
    소방관들 이야기 다뤄…트라우마 조명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은 소방관들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순직 유가족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이들의 삶을 조명했다. 티빙 제공총 6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은 소방관들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순직 유가족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이들의 삶을 조명했다. 티빙 제공
    사체 수습 현장.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포.

    트라우마가 생겼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평소처럼 안고 간다.

    "머리가 반응하면 현장 활동을 못 해요."

    최근 공개된 티빙 다큐멘터리 '라이프 라인'은 경기 북부 특수대응단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출동 순간 급격히 치솟는 심박수 데이터와 구조 통계는 소방관들이 지닌 긴장과 공포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여기에 애니메이션과 모션 그래픽이 더해져 소방관들의 현실과 내면의 트라우마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이 죽었다

    작품을 연출한 김성민 감독은 4년간 소방관들과 동행하며 이들의 치열한 구조 활동과 그 과정에서 겪는 내면적 고통을 조명했다. 티빙 제공작품을 연출한 김성민 감독은 4년간 소방관들과 동행하며 이들의 치열한 구조 활동은 물론 그 과정에서 겪는 내면적 고통을 조명했다. 티빙 제공
    평상시 닫혀 있는 문에 대한 두려움은 소방관들의 기억 한 편에 고스란히 자리한다.

    정태인 소방관은 의정부 경전철을 타고 시내를 바라보면 구조했던 현장이 떠오른다고 털어놨다.

    "아무래도 시신이 많이 훼손됐다든지 이런 현장을 보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시내를) 쭉 보면 한 군데씩 보여요. 저기였는데…."

    소방관들은 닫힌 문을 강제로 개방하기 직전 최악의 상황을 떠올린다고 입을 모은다. 내부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극한 상황에 몰아넣는다. 이렇게 해야 실제 사건 현장에서 받게 될 충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어서다.

    박상민 소방관은 예상치 못한 현장의 상황을 여전히 기억한다.

    "돌아가신 분들의 현장이라고 하기에는 섬유 유연제 향이 짙게 났어요. 별거 없겠구나 하고 강제로 문을 개방하고 들어갔어요. 에어컨이 강하게 틀어져 있어 사체가 많이 부패하지 않았는데 눈이나 입 이런 곳에 하얗게 실 같은 게 쳐져 있더라고요."

    물 속에서는 시야 확보가 안된다고 한다. 티빙 제공물 속에서는 시야 확보가 안된다고 한다. 티빙 제공
    보이지 않는 공포는 물밑에도 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수난 구조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청각과 촉각에 의존한다. 특히 차갑다가 갑자기 따듯해지는 수온층은 이들의 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조재성 소방관은 수난 구조 당시의 감각을 전했다.

    "물속이 더 무서운 게, 안 보여서 무서운 거거든요. 불을 끄러 가더라도 보이면 그나마 덜 무서워요. 그날 (물속에서) 손에 뭐가 딱 잡혔어요. 살의 느낌이었죠.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도 물컹한 느낌이 들었어요."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3개월간 수색 구조 작업을 펼친 이기원 소방관도 당시 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밑에서 봤을 때는 부패하지 않은 얼굴이었어요. 인양하고 수면 밖으로 나가는데 미라처럼 얼굴이 쪼그라든 형상이 아직도 생각나요."

    동료가 죽었다

    다큐멘터리 '라이프 라인' 스틸컷. 티빙 제공다큐멘터리 '라이프 라인' 스틸컷. 티빙 제공
    현장 대응 중 순직한 소방관 중 상당수는 경력이 1년 미만인 신규 대원들이다. 소방학교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현장에서 짙은 연기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사고는 경험 많은 베테랑 소방관들도 피해 갈 수 없다. 지난 2021년 고(故) 김동식 소방령은 경기 이천시 쿠팡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가 고립돼 실종됐다. 그는 무사 귀환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염원을 뒤로 한 채 실종 48시간 만에 안타깝게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영환 소방관은 심적으로 가장 힘든 순간을 '애도 기간'으로 꼽는다.

    "어떨 때는 화도 나요. 그 대원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그러면서 퇴로가 막힌 화재 현장, 훈련 현장 등에서 순직한 동료들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집으로 못 간 소방관들

    다큐멘터리 '라이프 라인' 스틸컷. 티빙 제공다큐멘터리 '라이프 라인' 스틸컷. 티빙 제공
    소방관들의 안전을 위한 의식과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신고 접수 후 현장에 출동하는 시간, 이른바 '차고 탈출'은 이들에게 위험한 시간 중 하나다.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을 통계로 내다 보니 출동한 소방관들은 움직이는 차 안에서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급정거라도 하게 되면 차량 앞 유리에 부딪히는 등 부상을 입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기호흡기용 안면부(면체) 제작 업체가 국내에 오직 하나뿐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얼굴 크기와 형태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모든 면체가 프리사이즈로 제작되고 있어 면체를 써도 위쪽으로 공기가 새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까닭이다.

    이영환 소방관은 현장 대응뿐 아니라 장비·안전 시스템 전반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집을 못 간 소방관들이 많아요. 우리 모두가 집으로 가야죠."

    소방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출동한다.

    다큐멘터리 '라이프 라인' 스틸컷. 티빙 제공다큐멘터리 '라이프 라인' 스틸컷. 티빙 제공
    총 6부작으로 구성된 티방 다큐멘터리 '라이프 라인'은 지난 18일 1화를 시작으로 25일 2화를 공개했다. 남은 3화부터 6화까지는 내달 1일 한번에 공개된다.

    티빙 다큐멘터리 '라이프 라인'. 김성민 감독 연출. ㈜영화사레드피터 제작. ㈜아리이앤알 공동제작. 경기 북부 특수대응단 소방관 출연. 총 6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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