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재 셰프. 넷플릭스 제공올해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안성재 셰프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 화면을 장식했다.
21일(현지 시각) NYT는 '그는 서울의 유일한 미쉐린 3스타 셰프다. 그를 거스르지 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에서 유일하게 미쉐린 가이드 3스타를 받은 안성재 사연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안성재는 13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당시 중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도와드리긴 했지만, 요리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안성재는 군에서 전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꾸며 대학 진학 대신 미군 입대를 택했다. 그는 2001년 9·11 테러 뒤 이라크로 파병되기를 요청했고, 바그다드에 주둔하며 헬리콥터와 탱크에 연료를 공급하는 정비병으로 복무했다.
제대 후 포르쉐 정비사가 되려고 했지만, 우연히 요리 학교 학생들이 하얀 셰프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요리의 길을 선택했다.
졸업 후 그는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 위치한 일본식 레스토랑 '우라사와'에서 무보수로 설거지부터 시작하며 요리 경력을 쌓았다.
한 달 만에 인정받은 그는 일본 요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모노를 입고 머리를 짧게 깎은 자신의 모습이 손님들에게 일본인으로 비칠 것이라는 생각에 어려움을 겪었다. 안성재는 "내가 다른 사람인 척하는 것 같았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스승 우라사와의 추천으로 현지에서 인정받는 레스토랑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에서 경험을 쌓았다. '베누'(Benu) 등 유명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다진 그는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신의 식당 '모수'를 열었다. 모수는 개업 첫해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받았다.
그런데도 안성재는 이듬해 문을 닫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는 "사람들이 날 미쳤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안성재 셰프. 넷플릭스 제공안성재는 2017년 서울에 '모수'를 열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안성재는 코스 메뉴 가격을 1인당 24만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서울에서 가장 비싼 코스 요리 가격보다 30% 이상 비싼 높은 금액이었다. 주변 우려에도 그는 "비싸지 않다"며 "이건 내가 정한 가치"라고 말했다.
NYT는 "모수는 처음에는 상업적인 성공보다 비판적인 성공에 가까웠다"며 "2019년 미쉐린 1스타, 2020년 미쉐린 2스타를 획득한 데 이어 2023년엔 마침내 미쉐린 3스타 식당이 됐다. 2024년 가이드에서도 그 영예를 얻은 유일한 레스토랑으로 남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안성재는 최근까지 무명에 가까웠지만,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면서 스타 반열에 올랐다고 전했다.
매체는 또 "엄격하고 타협하지 않는 기준이 안성재에게 도움이 됐다"며 "그의 아메리칸 드림의 궁극적 실현은 고국에서 일어났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가 떠난 사이 한국은 음악과 예술, 텔레비전,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문화 강국으로 탈바꿈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흑백요리사는 공개 이후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이는 한국에서 선보인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중 최초의 성과다.
시즌 2에서는 시즌 1을 이끈 김학민, 김은지 PD와 모은설 작가가 다시 한번 손을 잡는다. 시즌2는 내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제작을 준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