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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이충현 감독이 '콜' 속에 심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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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이충현 감독이 '콜' 속에 심은 키워드

    [영화 '콜' 이충현 감독 인터뷰 ②] 서태지, 그리고 키워드에 관한 이야기

    (사진=넷플릭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내게 미쳤다고 모두 그래 다들 그래. 미친 마니아들에 세상 밝은 미친 세상." _서태지, '울트라맨이야' 중

    영화 '콜'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는 바로 '문화 대통령'이라 불리며 20세기를 빛낸 가수 서태지다. 1999년에 사는 영숙(전종서)은 서태지의 팬이다. 영숙은 2019년에 사는 서연(박신혜)을 통해 서태지가 2000년에 '울트라맨이야'라는 음악을 발표할 것이라고 듣는다. 그리고 전화를 통해 음악도 미리 듣게 된다.

    영화 속에서 '울트라맨이야'의 강렬한 비트가 울려 퍼진다. 초반에는 서태지를 통해 영숙과 서연은 서로 점점 가까워진다. 평범한 소녀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매일 통화하며 마치 친구 같은 사이가 된 그들은 전화로 인해 엇갈린 길을 걷는다.

    살인자와 살인자를 막으려는 자. 영숙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서 '울트라맨이야'는 같은 관심사를 공유한 소녀들의 노래라는 틀을 벗어난다. 지난 2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충현 감독은 '저항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 서태지, X세대 그리고 영숙

    '콜'은 다른 시간대를 사는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돼 서로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극 중 영숙은 1999년에 존재한다. 세기말, X세대, 서태지로 이야기되는 문화 부흥 등 정반대 감성이 공존하던 시대다.

    "어떠한 저항성이 영숙과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X세대로 가장 대표되는 인물 중 하나가 서태지라고 생각해요. 서태지가 가진 파격적인 모습과 저항성,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라든지 새로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게 영숙과 너무 잘 어울렸죠. 90년대가 가진 20세기 마지막의 혼란스러움도 영숙과 잘 맞았어요."

    그렇게 '서태지'는 영화의 주요한 요소가 됐다. 이 감독은 "서태지 음악의 가사를 꼼꼼히 살펴봤는데 영숙이 가진 것과 묘하게 닮은 게 많았다"며 "사실은 서태지라는 인물이 영숙 캐릭터에 있어서 대체 불가할 정도였다"고 부연했다.

    이 감독은 서태지와 그의 노래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서태지 본인이 허락해줄지 우려가 많았다. 다행히 시나리오를 직접 읽어본 서태지는 흔쾌히 수락했다.

    서태지와 그의 노래, 서태지가 가진 상징성과 영숙 캐릭터가 가진 특성은 잘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발휘했다. 덕분에 영숙은 더욱 복잡하고 섬뜩함을 내뿜는 인물이 됐다.

    이 감독은 "촬영을 하고 후반 작업을 하면서도 섬뜩하다고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있다. 바로 영숙이 복수를 위해 어린 서연에게 뜨거운 물을 붓는 장면"이라며 "그 부분은 나도 너무 섬뜩하고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의미로 섬뜩했던 장면에 대해서도 떠올렸다. "서연의 입장에서 섬뜩하다 느낀 건 아버지와 같이 운전하고 가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사라지는 장면이었다. 행복함을 줬다가 다시 뺏어 가는 느낌이라 감정적으로 마음이 무척 아팠다"는 것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 영화 속 또 다른 키워드_엄마, 불 그리고 집

    이 영화에서는 서태지 말고도 '엄마' '불' '집' 등의 키워드도 눈에 띈다.

    영화는 초반부터 '엄마'라는 존재가 부각된다. 서연과 영숙은 각자 엄마를 향한 뒤틀린 감정을 갖고 있다. 서연과 영숙의 엄마 또한 서로 닮은 듯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 감독은 "영화에는 서연과 영숙의 대결 구도가 있지만, 두 모녀 이야기도 하고 있다"며 "가족 중에서도 딸과 엄마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두 소녀는 엄마에 대한 오해, 오해 속에서 생겨난 트라우마를 전화상으로 수다떨 듯이 이야기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동일한 상처를 갖고 있던 두 여자가 다른 선택을 하며 완전한 갈림길로 들어선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연한테도 영숙의 모습이 있고 영숙에게도 서연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한다. 4명의 여자가 나오지만 어떻게 보면 이들은 동일 인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서연과 영숙이 닮은 듯 다르게 보이기 위해서 똑같은 패턴의 앵글을 쓰기도 하고, 반복적인 패턴의 화면으로 서연과 영숙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닮은 듯 다른 서연과 영숙을 잇는 것은 전화만이 아니다. 둘 사이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불'이다.

    이 감독은 "초반에 영숙과 서연에게 있어서 불은 상처나 아픔, 가해의 형식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 영숙은 불을 끄는 소화기로 계속 살인을 하게 된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불'이라는 게 각 캐릭터의 상처, 그리고 확장해 소화기로 이어지는 메타포를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는 대부분 '집'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2019년 서연의 공간, 1999년 영숙의 공간, 그리고 둘이 만나는 공간으로서 집은 계속해서 모습을 바꾼다. 상황과 인물 감정에 따라 집 분위기 역시 달라진다. 그런 지점에서 영화 속 집은 서연과 영숙에 이은 제3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대부분 집 세트에서 촬영했는데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마치 하나의 생명체인 것처럼 말이죠. 과거에 일어난 작용으로 현재 집이 시시각각 변해요. 시퀀스마다, 인물 감정에 따라 집이 모습을 바꿔요. 실제 커다란 세트를 지어놓고 몇 번을 바꿨죠. 미술적으로도 공을 많이 들였고, 고생도 많이 했어요. CG 효과도 과하지 않으려고 고민했죠. 관객들이 스크린으로부터 튕겨 나가지 않고 감정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노력했어요."

    (사진=넷플릭스 제공)

     

    ◇ 엔딩 그리고 팁

    영화 '콜'은 오컬트 장르로 시작하지만, 서연과 영숙의 운명이 엇갈리면서 스릴러 장르로 변주를 거친다. 그렇게 시작된 미스터리 스릴러는 마지막 엔딩에서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끔 만든다. 서연과 영숙의 대결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또 어떻게 과거와 미래가 바뀔지 모름을 암시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 감독은 "분명히 그냥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기에 일부 관객분들은 찜찜하게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며 "그럼에도 이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마침표를 확실히 찍는 것보다 영화의 주된 콘셉트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는 "장르적으로 봤을 때 '콜'은 호러 스릴러다. 긴장감과 공포감을 주는 게 이 장르의 첫 번째 목표였다"며 "또 계속해서 과거의 것으로 현재가 변하고 있다는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게 좀 더 맞는 방식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느 정도 호불호가 있을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마침표로 끝내는 것보다 이 방식이 더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아직 '콜'을 보지 못한 예비 관객들을 위해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두 가지 팁을 전했다.

    "'콜'은 서연의 입장에서 보는 체험적인 형식이 강하기 때문에 사운드나 음악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PC나 휴대폰으로 보시더라도 이어폰을 끼고 보신다면 그냥 봤을 때는 들리지 않았던 사운드가 많이 들릴 거예요. 또 장르물이기 때문에 밝은 곳보다는 불을 끄고 본다면 영화의 장르가 표현하고자 했던 게 더 잘 보일 겁니다. 그런 시청 환경을 조성해주시면 더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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