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
분양주택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전용면적 49㎡ 규모 집에 8명이 주민등록을 해놓는 등 위장전입과 위장결혼 등을 불사한 부정 사례가 당국에 적발됐다.
국토교통부는 4일 지난해 상반기 분양주택 부정청약 점검 결과 위장전입, 청약통장 매매, 청약 자격 양도 등 부정청약 의심사례 197건과 사업주체의 불법 공급 의심 사례 3건을 적발해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부정청약 발생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3개, 인천 4개, 경기 7개, 지방 7개 등 전국 21개 단지를 대상으로 한 이번 점검에서는 △위장전입 134건 △청약통장 매매 35건 △청약자격 양도 21건 △위장결혼·위장이혼 7건 등 부정청약 사례가 드러났다. 가점제 부적격자를 고의로 당첨시키거나, 부적격·계약포기에 따른 잔여 물량을 임의 공급하는 등 3개 분양사업장에서 사업주체가 31개 주택을 불법 공급한 정황도 적발됐다.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부에 따르면, 2명의 자녀, 동거남과 같이 사는 A씨는 자녀 3명을 둔 B씨와 입주자모집 공고일 한달 전 혼인신고를 하고 B씨를 서류상 전입시켰다. 전용면적 49㎡인 A씨네 집에는 두 가정의 자녀 등 8명이 주민등록을 같이한 것이다. 이후 A씨는 높은 가점으로 청약에 당첨됐지만 당첨 직후 B씨와 자녀 3명은 원주소지로 주소를 이전하고 이혼을 했다. 당국은 이를 부양가족 수를 늘여 청약에 당첨되기 위한 위장결혼, 위장전입으로 의심하고 A씨와 B씨를 주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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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사업주체의 명단 조작도 나타났다. 수도권 거주자 C씨는 결혼을 하지 않은 단독 세대주면서도 수도권 분양주택에 청약을 신청하면서 부양가족 6명이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 가점제 청약 당첨자는 당첨 이후 당첨자의 경우 당첨이후 사업주체가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통해 신청내역이 적정한 지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나, 사업주체는 C씨를 부양가족 수 확인이 필요하지 않은 '추첨제 당첨자'로 명단을 관리하면서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 국토부는 "현장 조사에서 사업주체가 이러한 같은 방법으로 해당 사업장에서 11명을 부정 당첨시켰는데, 이들 당첨자 중 일부는 주소지가 동일했다"며 "사업주체와 당첨자 11명이 공모해 조직적으로 불법 공급을 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모두 주택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는 행정처분 등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청약통장 매수 의심 사례도 적발됐다. 비수도권에서 남편, 자녀 5명과 거주하는 D씨는 수도권 거주자 E씨의 주소지로 단독 전입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청약과 계약 과정은 E씨가 도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위임장에 친족 사이로 허위 기재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청약가점이 높은 D씨의 청약 통장을 E씨가 매수하고 아파트를 얻어낸 것으로 의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토교통부 제공
국가유공자 유족이 입주자모집 공고일 직전 수도권 고시원으로 위장전입한 뒤 수도권 내 분양주택에 국가유공자 특별공급에 당첨돼 분양을 받고, 계약 직후 원 주소지로 주소를 다시 이전하는 또 다른 위장전입 의심 사례도 있었다.
국토부는 이번 점검에서 적발한 부정청약 의심사례 197건과 부정공급 의심사례 3건을 지난달 말 수사의뢰 했고, 수사 결과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정청약으로 얻은 이익이 1천만 원을 초과하면 최대 그 이익의 3배까지 벌금에 처해진다. 아울러 위반 행위자가 체결한 주택 공급 계약은 취소되고, 향후 10년간 청약 신청 자격이 제한된다.
국토부는 "주택시장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기회를 뺏는 부정청약 행위를 적극적이고 상시적인 단속으로 엄단할 것"이라며 "특히 청약통장, 청약 자격을 양도해 부정청약에 가담한 경우 형사처벌, 계약취소, 청약자격 제한뿐만 아니라, 장애인 또는 기초수급 대상자의 경우 공공 임대주택의 입주자 자격이나 각종 사회보장급여 수급권을 박탈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달 29일부터 2020년 하반기 분양단지 24개소(수도권 5개 소, 지방 19개 소)를 대상으로 부정청약, 불법공급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불법이 의심되는 단지는 즉시 현장점검하는 등 상시적인 점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