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아파트 모습. 박종민 기자
취임식에서 "설 명절 전에 도심 내에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공급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건설업계와의 접촉을 시작으로 민간 부문과의 협력 강화, 나아가 일부 규제 완화를 통한 용적률 상향이 그 선두에 설 예정이다.
◇"'공공'만으로는 안 돼"…본격적인 민관협력 신호탄?변 장관은 지난달 30일 취임식에서 "서울 도심에서도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과감한 도시계획과 건축 규제 완화', '민간주체와 공공디벨로퍼의 협력' 등을 강조했다.
'투기 수요 차단'과 '개발이익 환수' 등 기존 정책은 계속됐지만, 일부 규제 완화와 민간부문과의 협력에도 방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추가 공급이 필요한 것은 물론, 이에 '민·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점은 변 장관이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5일 영상으로 진행된 주택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변 장관은 지난 5일 주택 공급 관련 공공‧민간기관과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그동안 3기신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 확대를 도모했지만 초저금리, 가구 증가, 전셋값 상승 등 시장 불안 요인을 감안하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 공급 확대는 공공의 역량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며 "민·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업계와의 접촉에도 파란불 들어오나해당 간담회에서 변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 민간기관과도 접촉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관련 세부 심사기준 공개나 각종 건축 관련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요구가 전달됐다.
참여 기관의 한 관계자는 "취임 이후 첫 만남 자리다 보니, 규제 개선에 대해 세부적이기보다는 큰 줄기를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했다"며 "역세권 용적률 완화 등이 어느 정도 선에서 현실화하느냐에 따라 업계의 호응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관께서는 당장 해당 간담회 자리에서가 아니더라도 추가 애로사항에 대한 의견이나 요청에 열려 있고, 이것이 서울 내 주택 확대에 도움이 된다며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이전보다 업계의 건의를 수용해주시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변 장관이 전임 김현미 장관에 비해 업계와 좀 더 밀접하게 소통하리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도심 아파트 모습. 박종민 기자
◇용적률 완화부터 시작…"공급 효과 내려면 결국 대규모 단지로 가야"이런 가운데 용적률 완화를 중심으로 '변창흠표 공급 정책' 일부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이미 인사청문회에서부터 변 장관은 현재 한시적으로 역 반경 350m까지 넓혀진 '역세권'의 반경을 추가로 500m까지 넓히고 용적률도 현재 160% 수준에서 300%까지 올릴 수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음 주 중에는 역세권 준주거·상업 지역뿐만 아니라 주거지역에까지 용적률을 700%까지 늘리기로 한 지난해 8‧4대책을 반영한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예정이다. 단, 지자체별 도시계획 조례 등에 따라 구체적인 수치는 제한될 수 있다.
소규모 주택이 대상이기는 하지만, 역시 용적률을 완화하는 안이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추진 중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지난 7일 발의한 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안은 LH와 SH 등 공공사업자가 시행자로 참여하는 공공 소규모 재건축사업에서 용적률과 일조권 등 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법적 상한에 최대 120% 달하는 용적률 인센티브가 적용되면, 가령 서울시 조례상 3종 일반주거지역 최대 360%까지 용적률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기부채납 비율은 통상 50% 수준에서 사업성 확보를 위해 20%~50% 범위로 낮춰진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는 "구체적인 정책 안이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이전보다 민간영역의 역할을 수용하는 분위기로 판단된다"면서도 "시장에서 공급 효과를 인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명시적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아니더라도, 단지형 아파트를 포함한 큰 규모의 정비사업을 유도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