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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피의자 체포시 '미란다 원칙' 고지 혼선 없어야"

사건/사고

    인권위 "피의자 체포시 '미란다 원칙' 고지 혼선 없어야"

    경찰청장·법무부 장관에 의견표명…"형소법·범죄수사규칙 개정"
    "진술거부권, 형소법에 권리고지 의무대상으로 명확히 규정돼야"
    앞서 경찰, 의수 찬 장애인 현행범 체포하며 미란다 원칙 '미고지'
    "부당체포는 아니지만, 진술거부권 안 알려…뒷수갑 사용, 부적절"

    황진환 기자

     

    피의자를 체포할 때 현장 경찰관들이 '미란다 원칙'(피의자 검거 시 범죄사실의 요지와 체포이유, 진술을 거부할 권리,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 등을 알려야 한다는 원칙)의 고지범위에 혼선이 없도록 관련법과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1일 "체포·구속된 피의자의 권리 보장을 두텁게 하고, 일선 경찰관들이 피의자 체포 시 이행해야 하는 권리고지의 내용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과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에게 각각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왼팔에 의수(義手)를 착용 중인 경증장애인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애견숍에서 강아지 분양과 관련해 "사흘 전에 보았던 강아지와 다르다.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업주와 다툼을 벌였다. 이에 업주는 '말이 통하지 않고 영업에 방해된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1시간가량 퇴거에 불응하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당시 경찰이 '미란다 원칙'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의수를 착용한 본인에게 '뒷수갑'을 채웠다며 "이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인권위는 조사 결과 "피진정인들이 약 1시간에 걸쳐 A씨에게 법률적 구제방법을 안내하고 퇴거 불응 시 체포될 수 있음을 수차례 고지했음에도, A씨가 계속 퇴거에 불응해 체포 외엔 위법 행위를 제지할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체포의 정당성은 인정했다.

    반면, 권리고지 측면에서는 '진술거부권'의 누락이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바디캠으로 촬영된 영상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변호인 선임권 △변명의 기회 △체포적부심사청구권 등을 A씨에게 알렸지만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은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미란다 원칙'은 피의자 신문에 앞서 진술거부권 등 권리를 고지하지 않은 채 작성된 진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미(美) 대법원의 판결에서 유래된 것으로, 현재는 수사기관이 체포나 피의자신문 전 피의자·피고인의 권리에 대한 고지의무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소법은 진술거부권 고지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진 않지만 경찰청은 수사 절차상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지난 2019년 11월 14일 범죄수사규칙 개정을 통해 체포·구속 시 진술거부권의 고지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했다"며 "경찰이 스스로 피의자 체포·구속 시 진술거부권의 고지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일명 '미란다 원칙'의 범위에는 진술거부권이 포함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부당한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인권위는 법령과 수사기관 지침의 '불일치'가 현장의 혼선을 부른 근본적 원인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이같은 현상은 일차적으로 상위법령과 하위규정 간 권리고지의 범위가 달리 규정되어 발생된 것으로 파악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상위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권리고지 범위의 불명확함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라며 "진술거부권은 형소법 제200조의5에 체포 시 권리고지 의무대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래야만 검찰사건사무규칙 제20조가 경찰청 범죄수사규칙과 달리 피의자 체포 시 진술거부권에 대한 별도의 고지의무 규정이 없는 불균형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권리고지의 내용이 불분명하면 피의자의 권리보장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짧은 시간에 사건현장에서 피의자를 신속하게 체포해야 하는 일선 수사기관에도 원활한 업무수행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권위는 A씨의 체포가 범죄수사규칙 개정 전에 이뤄졌단 점을 들어 그 시점에 진술거부권 고지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해당 진정을 기각했다.

    문제가 된 '뒷수갑' 사용에 대해선 "언성을 높이던 A씨가 체포를 거부하려 약하게 팔을 움직인 사실만 확인될 뿐 폭행, 소요, 자해 등의 우려가 상당하다 볼 만한 신체의 움직임은 없다"며 "수갑 사용 자체가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긴박한 상황이라고 보이지 않음에도 경찰이 A씨가 의수를 착용한 경증장애인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였고, 뒷수갑 상태에서 지구대로 이송해 신체적 장애·질병·신체상태로 인해 수갑을 채우는 것이 불합리하다 판단되는 경우에 수갑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 '수갑 등 사용지침'에도 위배된다"며 해당 사례를 전파하고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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