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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TV조선이 MBN 트롯 소송카드 꺼내든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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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고들기]TV조선이 MBN 트롯 소송카드 꺼내든 내막

    TV조선, MBN에 트롯 관련 프로그램들 포맷 표절 의혹 제기
    소송전까지 번진 내막은? 출연자 겹치기 문제 등 쌓이다 터져
    전문가 "MBN에만 문제 제기…감정 싸움+독점 이익 상쇄 불만"
    한저협 관계자 "현행법상 방송 포맷 표절은 명확히 규정 어려워"
    장르만 트로트인데…'미스트롯' 오리지널리티 주장은 '무리수'

    TV조선, MBN 제공

     

    종합편성채널(종편) TV조선과 MBN 사이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과열된 트롯 프로그램 경쟁이 결국 소송전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TV조선은 지난 2019년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사랑의 콜센타' '미스터트롯' 등까지 트롯 관련 프로그램을 연속 히트시키며 명실상부한 '트롯 명가'로 떠올랐다.

    TV조선이 트롯 오디션 원조격인 '미스트롯'으로 성공을 거두자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지상파·종편을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 제작됐다. 보통 한 방송사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을 조금씩만 변형해 제작하는 방송계 관행이 이번에도 작용했다. 실제로 이렇게 방송된 트롯 관련 프로그램들은 화제성과 별개로 높은 시청률을 보장했다.

    지난 2년간 수많은 트롯 오디션을 비롯한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진 가운데 돌연 TV조선이 MBN에 포맷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TV조선 측은 18일 MBN '보이스트롯' '트롯파이터' 등이 자사 포맷을 그대로 표절했기에 소장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MBN은 곧바로 이를 전면 부인했다. TV조선 '미스트롯'이 전 연령대 여성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보이스트롯'은 남녀 연예인으로 출연자를 한정했다는 점, '트롯파이터'는 TV조선 '사랑의 콜센타'가 아닌 MBN이 방송한 '트로트퀸' 포맷을 활용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트로트퀸'의 경우 지난해 4월 방송된 '사랑의 콜센타'보다 두 달 앞선 2월 방송됐다.

    여기에 더해 MBN은 자사 간판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 포맷을 TV조선이 먼저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법적 맞대응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에야 TV조선은 MBN을 향해 이 같은 선전포고를 한 것일까. '미스트롯'과 유사한 트롯 프로그램들은 지상파에도 넘쳐났지만 이들은 소송을 피해갔다.

    방송계에 따르면 이번 소송전은 TV조선과 MBN 사이 출연자 겹치기 문제 등으로 갈등이 쌓여 오다 터진 결과물이다. TV조선이 오는 4월 방송될 MBN '보이스킹'을 압박하는 소송전일 가능성 또한 높다.

    성공회대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20일 CBS노컷뉴스에 "이런 논리면 걸리지 않을 방송사들이 없다. '미스트롯'뿐만 아니라 TV조선까지 포함해 방송계에서는 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면 이 포맷을 차용해 약간 변화를 준 아류 형태 프로그램들이 제작돼 왔다"고 짚었다.

    이어 "MBN에만 문제를 제기한 것은 특별히 저작권 인정을 받기 위한 소송전이라기보다 감정 싸움에 가깝다고 본다. 또 '미스트롯' 이후로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나오면서 독점 이익이 상쇄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경도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방송 포맷에 대한 저작권은 현행법상 명확히 표절 결론을 내기 어렵다. 트롯으로 얽힌 TV조선과 MBN 사이 소송전이 그저 진흙탕 싸움으로만 끝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날 한국저작권협회 관계자는 "국내 방송 포맷을 중국 등 외국에서 베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는데 일단 국제 저작권법에서 방송 포맷은 저작권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국내 저작권법으로도 방송 포맷을 얼마나 어떻게 차용하면 위반 행위인지 그 기준과 결론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 포맷 저작권 침해 사례들이 빈번하게 나오다보니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이에 따라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미스트롯' 포맷 자체가 원작으로서 독창성과 신선함을 지닌 '오리지널리티'라고 볼 수 있는지는 또 다른 의문으로 남는다. 1대 1 데스매치, 팀·그룹 대결, 마스터 심사 등은 이미 과거 수많은 지상파·종편·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등장했던 설정이기 때문이다. 음악 장르가 '트로트'인 것만으로는 이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최 교수는 "경연 포맷의 큰 틀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음악 장르만 달라진 거지 '미스트롯'이 전혀 없던 아이템이나 포맷을 새롭게 창조해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변형과 장르 변경을 독창성과 창의성이라고 볼 순 없다. 때문에 이번에 제기한 문제 자체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고, MBN에 저작권 관련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이미지를 심는 것 밖에는 효과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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