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왼쪽)과 모델 문가비.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 사이 비혼 자녀가 밝혀지자 양육 책임 문제와 새로운 가족 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부각됐다. 몇 년 전, 일본 국적 방송인 사유리가 자발적 비혼 출산을 했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물론, 정우성은 결혼하지 않은 관계의 실제 상대가 있기에 자연스럽게 사회적 지탄도 따라왔다.
결혼 제도 밖 출생까지 너그러운 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일각에서는 "친부가 양육비 책임만 다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합계 출산율이 1%대를 넘지 못하는 저출산 위기만이 원인은 아니지만 가족 공동체가 점점 더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법률혼·혈연을 벗어난 가족 공동체 인정을 위해 차별금지법 같은 법안이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굳이 친자의 친모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정우성 사례까지 가지 않더라도 제도 밖 공동체에 대한 인식적, 제도적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친부가 양육비 책임만 다하면 된다"는 주장은 "그럼에도 아직 제도권 내 '정상가정'이 인정받는 사회 인식 속에서 정우성·문가비 자녀에게는 안정된 양육 환경과 친부의 육아도 필요하다"며 결혼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을 반박하면서 나왔다. 그런데 여기에 꾸준히 의문을 제기한 인물이 있다. 친부의 육아가 포함된 안정된 양육 환경, 아이 정서 발달 등을 따지기 전에, 가장 기본적인 '양육비 책임'이 한국 사회에 안에서 정상 작동하느냐는 것이다.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의 구본창 대표는 배드파더스 활동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양육비 미지급자 부모들에 대한 신상공개로 양육비 지급을 받아내면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양육비 미지급의 심각한 실태 역시 널리 알려졌다.
구본창 대표는 지난 2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개개인의 재력 상황과 관계 없이 양육비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양육비 책임만 다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통할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말하면 여전히 양육비에 무책임한 사회이며 정우성 하나의 사례로 한국이 '양육비 지급 모범국가'가 될 순 없단 이야기다.
그는 "정우성은 아마 문제 없이 양육비를 낼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양육비는 양육에 필요한 기본 비용, 생계의 문제"라며 "'넉넉한 양육비'란 이야기는 이 활동을 하며 들어본 적이 없다. 현실에선 이혼 가정의 80%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미혼모들은 92% 받지 못한다. 미혼모는 친부들이 그냥 거의 다 안 낸다는 소리다. 그 이후의 것을 논해봤자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일침했다.
물론, 현행법 상으로는 이혼 가정이나 비혼 자녀의 경우에도 친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정해져 있다. 그러나 현실 적용에는 법의 실효성이 떨어져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구 대표는 "정우성 이야기가 나오면서 양육비 관련 기사들을 봤다. 내년 7월부터 양육비 선지급제가 시행되지만 현재 정우성 사안처럼 비혼 출산의 경우, 즉 미혼모는 대상이 아니다. 양육비 채권이 부재하기 때문에 친자 소송을 해서 인정 받고, 양육비 소송은 별도로 해야 한다. 그렇게 양육비 이행 절차가 미혼모는 5~7년이 걸린다. 이혼 가정도 양육비 미지급을 법적 절차를 거쳐 이행하게 하려면 4~5년이 걸린다"라고 짚었다.
정부 지원 제도는 잘 갖춰져 있지만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 누구나 누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애초 양육비는 '부모'로서 개인이 가지는 '법적 의무'이고, 정부가 대신 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돼 있다. 사적인 신상공개가 불법이란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구 대표는 더 이상 배드파더스 당시의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양육비 미지급자가 위기감이나 압박을 느끼긴 어렵다고.
구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신상공개를 여성가족부가 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되는 비율은 4.7%에 불과하다. 실효성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게 (공개 범위가 광범위해) 미지급자가 누구인지 절대 알 수가 없다. 이름과 나이는 동명이인이 너무 많고, 직장 주소지는 '길'까지만 공개되는데 거기 수백개 직장이 있다. 직업명은 '회사원' 이런 식"이라고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추산되는 피해아동의 숫자는 100만 명에 이른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양육비 지급 판결 불이익이 양육비 미지급 이익보다 커야 꽉 막힌 무책임을 돌파할 수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양육비 지급 관련 법안만 통과되어도 지금보다는 상황이 낫다.
구 대표는 "몇 년 씩 걸리는 양육비 이행 절차 간소화, 미지급 형량 강화 법안을 발의했는데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미지급자에 대한 실효성 높은 제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양육비 미지급해서 법원에서 이행하라고 판결이 나와도 그 처벌, 즉 불이익이 내가 낼 양육비에 비하면 적으니까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은 미혼모가 양육비를 못 받으니 정상적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우성 정도면 괜찮다, 감지덕지다' 이런 평가가 나온다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양육비 미지급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