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바이든은 트럼프를 어떤 존재로 생각할까?
자신을 '슬리피 조'라고 놀렸던 악동으로 기억할까? 아니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은인으로 여길까?
트럼프는 일찌감치 바이든을 적수로 봤다. 한 다스(doz)에 이르는 민주당 대선후보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상대로 봤다.
그래서 미리 손을 쓰려고 했다. 그 것이 바이든 아들(헌터) 뒤를 캤다가 탈로 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 것을 빌미로 탄핵의 벼랑 끝에 몰렸다. 이어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끝내 침몰하고 말았다.
트럼프가 45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3수생 바이든은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이제 바이든이 트럼프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는 이제 죽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결코 죽지 않았다.
NPR/PBS의 여론조사를 보자.(1월 11~13일 실시. 표본 1173명. 표본오차 ±3.5%p)
미국 인구의 절반 정도인 공화당쪽 사람들에게 트럼프는 어떤 대통령인지 물었다.
33%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 중 한사람"이라고 답했다.
20%는 "평균 이상의 대통령"이라고 답했고, 14%는 "대통령의 평균"이라고 답했다.
1월 6일 미국 연방의사당이 쑥대밭이 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였지만 미국 공화당 사람들 100명중 76명은 트럼프를 '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여론 조사가 잘못됐을까?
아니다. NBC의 여론조사도 비슷하다.(1월 10~13일 실시. 표본 1000명. 표본오차 ±3.1%p)
공화당쪽 사람들의 87%는 '그래도'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난입사건 이전인 지난해 10월 같은 여론조사보다는 비율이 낮아졌다.
얼마나 빠졌나고? 2%p 빠졌다. (10월 지지율은 89%였다.) 한마디로 현재 트럼프는 미국에서 '윤석열'급이다.
바이든이 트럼프의 싹을 미리 잘라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책을 뒤집는 것은 좋은 방편이다. 취임과 함께 쏟아내고 있는 행정명령들이 그렇다. 불법이민자 구제, 저소득자 지원, 국제기구 재가입 등 트럼프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적폐 청산이다.
트럼프의 공직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더 매력적인 선택지다. 그러나 그 것은 의회의 몫이다. 상원이 트럼프 탄핵안을 유죄로 심판하면 끝난다.
결정권은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손에 달려있다. 매코널은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바이든의 절친이다.
더욱이 조지아주 상원 의원 결선투표를 계기로 매코널과 트럼프의 사이가 멀어졌다. 매코널은 트럼프 때문에 조지아주 선거에서 졌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상원이 민주당 손아귀에 넘어갔고 자신 역시 다수당 원내대표 지위를 잃었다고 보고있다. 매코널이 트럼프 마지막 환송식을 불참하고 바이든 취임식에 참석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바이든 취임 다음날부터 매코널의 심사가 뒤틀렸다.
바이든이 내놓고 있는 일련의 행정명령들 때문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과 키스톤파이프라인건설 백지화 등을 거론하며 공화당원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조치라고 얼굴을 붉혔다. 바이든이 예고한 부자감세, 최저임금 인상 등 좌파적 정책에 미리 쐐기를 박으려는 심사다.
바이든은 그것들 역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며, 자신이 취임식 때 약속한 '통합'의 일환이라고 설득중이다.
그러나 가령 '불법'이민자 1100만명 구제하겠다는 것이 바이든에게는 통합일지 몰라도 공화당에겐 '불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의롭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바이든이 쓴 '통합'이라는 글자를 공화당은 '분열'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바이든의 '통합' 마케팅은 매코널에게 트럼프 탄핵 반대입장으로 '유턴'하도록 명분을 제공하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바이든은 통합 드라이브를 걸 수록 트럼프가 죽지않고 컴백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바이든이 23일 매코널을 포함한 여야 원내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대한 것에 더욱 관심이 끌리는 이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