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계산 안 하시고 그냥 물건 가져가시는 분들로 가뜩이나 어려운 점포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젠 보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법적 조치 취하고 CCTV 얼굴 공개 다 하겠습니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기숙사 내 무인편의점 점주 오모(48)씨는 이달 1일 가게 유리문과 전자레인지에 이 같은 문구가 적힌 경고장을 붙였다.
4일 오씨에 따르면 기숙사 1층에 있는 이 편의점은 하루 매출이 300만~400만원에 달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학생들 왕래가 끊기면서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다.
오씨는 "월 1천여만원인 임차료를 부담하기 어려워 작년 3월부터 인건비라도 아끼고자 점포를 무인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 때부터 도난이 빈발했다. 일주일에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20만원어치 물품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씨는 "처음엔 학생들이 훔쳐간다고 생각해 못 본 척 넘어갔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 액수가 크거나 상습으로 절도를 저지르는 이들은 폐쇄회로(CC)TV로 얼굴을 확인해 기숙사 측에 조치를 요청했다.
결국 범인을 찾아낸 적도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도 잘리고 돈이 없어 그랬다"는 말을 듣고는 안쓰러운 마음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눈감아줬다.
이후에도 도난이 계속되자 오씨는 경고장을 붙였다. "이제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학생들인데 형사처벌까지 받게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들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면서 "하지만 내게도 꽤 큰 돈이고, 코로나19로 점포 상황이 어려워져 그만 훔쳐갔으면 한다"고 했다.
이 대학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고장을 찍은 사진이 올라오자 학생들은 "양심적으로 살자", "부끄럽다" 등 반응을 보였다.
대학원생 최모(26)씨는 "학내라 무인으로 운영해도 훔쳐 가진 않을 줄 알았는데 도난이 많다고 해서 놀랐다"며 "잘못에 대한 벌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