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법무법인 지혁 대표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 봅니다.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어서 오세요.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탐정 손수호에 가지고 온 사건은 뭡니까?
◆ 손수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종목. 기억하실 겁니다.
◇ 김현정> 기억하고말고요. 그때 노선영 선수가 울면서 인터뷰했던 거 기억나고, 왕따 논란이 벌어져서 기자회견 했던 게 기억나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당시 팀 내 갈등 때문에 성적이 좋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었고요. 언론이 떠들썩하게 다뤘습니다. 정치인, 언론인, 방송인, 연예인들도 이 사건을 여러 번 언급했고요. 그런데 몇 년 지난 지금 민사소송으로 번졌어요. 당시 국가대표 선수였던 김보름 선수가 동료였던 노선영 선수를 상대로 작년 말 2억 원 손해 배상 청구했는데요.
◇ 김현정> 변론 기일이 이미 한 번 열렸죠?
대한민국 여자 팀추월 대표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가 21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순위결정전에서 역주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논란 당시 김보름 선수는 왕따 가해자로 지목됐고 노 선수는 피해자로 알려졌는데요.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그렇다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소 제기했다? 그런 의미가 되잖아요?
◇ 김현정> 이게 얼마 안 된 일이잖아요. 우리에게 가해자라고 알려졌던 선수가 피해자라고 알려졌던 선수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고 해서 갸우뚱했던 기억이 나요. 우리가 몰랐던 무슨 다른 얘기가 있는 건가? 그 내막을 오늘 확인해 보는 거죠?
◆ 손수호> 그러면 좋겠지만, 지금 재판 진행되는 중입니다. 양측이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 어떤 결론을 내려서 누구는 착한 사람, 누구는 나쁜 사람 이렇게 정리하는 건 어렵죠. 다만 이 일이 그동안 어떻게 진행됐고 또 지금 어떤 부분이 쟁점인지 확인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 김현정> 좋습니다. 차근차근 살펴보죠. 어떻게 된 사건입니까?
◆ 손수호> 2018년 2월 19일. 당시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이 열렸는데요. 김보름, 노선영 그리고 박지우 선수가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네덜란드 팀과 대결했습니다.
◇ 김현정> 팀 추월 종목이 조금 생소해요. 이게 릴레이하고는 좀 다른 거더라고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팀 추월인데요. 양 팀이 링크 맞은편에서 동시에 출발합니다. 그런데 각 팀의 3명이 함께 달리는 거예요.
◇ 김현정> 이어 달리는 게 아니라 함께.
◆ 손수호> 네. 한꺼번에 출발해서 쭉 달리는 건데요. 400m 링크를 남자는 8바퀴, 여자는 6바퀴 돕니다. 그런데 이 종목 이름이 팀 추월이잖아요. 그대로 번역하면 팀 추격 정도 되는데요. 중간에 한 선수라도 상대 팀 선수에게 추월당하면 경기가 바로 끝납니다. 지는 거죠. 그런데 특성상 실제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김현정> 워낙 잘하니까 다들.
◆ 손수호> 그래서 각 팀 선수 3명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선수의 기록을 비교해서 승부를 결정합니다. 첫 번째, 두 번째로 들어온 선수 기록은 아예 따지지도 않아요.
◇ 김현정> 첫 번째, 두 번째가 아무리 앞서 나가봤자 마지막 선수가 늦게 들어오면 끝이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에이스 한 명이 잘한다고 이기는 종목이 아니고요. 3명이 고른 기량을 가진 팀이 유리한 건데요. 사이클에도 단체 추발이라는 이름의 비슷한 방식이 있죠.
◇ 김현정> 경기 규칙을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 드리는 건, 그때 우리 대표팀이 호흡을 잘 못 맞춰서 졌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죠?
◆ 손수호> 앞에서 바람을 맞으면서 이끄는 선수의 체력 소모가 크잖아요. 그래서 3명의 선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전략에 따라 호흡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전체 6바퀴 중 2바퀴 남기고 노선영 선수가 뒤처졌어요. 세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뒤처지면 이기기 어렵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그런데 당시 김보름, 박지우 선수는 그냥 앞으로 계속 달렸습니다. 이게 어떤 상황인지 짧은 영상 하나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 김현정> 볼까요? 유튜브와 레인보우 앱을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캐스터> 노선영 선수와 거리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 김현정> 이게 지금 마지막 결승선 들어오는 장면인데, 저렇게 차이가 많이 난 상태로 노선영 선수가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 팀이 졌습니다.
◆ 손수호> 8초나 뒤진 부진한 기록으로 패배해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는데요. 다른 경기도 아니고 올림픽 본선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당시 해설자도 비판을 했죠. 그런데 그 후 김보름 선수의 TV 인터뷰로 인해 문제가 더 커졌습니다.
◇ 김현정> 그 김보름 선수의 TV 인터뷰가 결정적이었던 걸로 제가 기억해요. 내용이 어땠죠?
◆ 손수호> 경기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자신과 박지우 선수는 잘했는데 노선영 선수가 뒤처지는 바람에 졌다는 뉘앙스로 들렸어요.
◇ 김현정> 그러면서 중간에 약간 웃음을 띠는 게 있었는데, 또 이게 비웃음 아니냐는 여론이 있었어요, 그때.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 노선영 선수의 모습이 방송 화면에 나오면서 여론이 더 안 좋아졌죠.
◇ 김현정> 그때 노선영 선수는, 바로 지금 사진으로 저희가 보여드리고 있는 것처럼, 한 쪽 구석에서 혼자 있었던 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노 선수 곁에 다가가 위로하지 않고, 오히려 네덜란드 출신의 밥 데 용 당시 대표팀 코치가 홀로 위로하는 장면이 방송된 건데요. 그런데 이것도 나중에 보니 좀 달랐죠. 박지우 선수가 먼저 코치에게 노 선수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그래서 코치가 노 선수에게 다가가 위로했다는 게 영상으로 확인됐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다른 동료 선수들은 위로하지 않고 코치 혼자 위로하는 장면만 화제가 됐죠.
◇ 김현정> 기억이 나요. 그때 여론이 어땠냐면 김보름, 박지우는 노선영 선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왕따시켰다. 이렇게 일파만파 퍼졌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따돌림 의혹을 제기했고,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을 박탈하고 빙상연맹 적폐를 해소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도 올라왔죠.
◇ 김현정> 그래서 긴급 기자회견도 열렸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김보름 선수가 바로 다음 날 기자회견 열고 사과했습니다. 또 코칭 스태프도 경기 상황을 해명했는데요. 경기 중 노 선수가 뒤처지는 사실을 알고 다른 선수들에게 전달하려 했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건데요. 그리고 경기 직후 선수들이 서로 다가가지 않고 어색해 한 것도 지도자들이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 김현정> 사과하고 해명도 했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렇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기자회견 끝나자마자 노 선수가 방송 인터뷰를 통해서 반박했는데요. 취지를 요약해 보면, 첫째, 팀 경기였지만 함께 훈련한 적 없다. 둘째, 훈련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았고 선수끼리 대화 나눈 적도 없다. 셋째, 경기 계획을 미리 정하지 않았고 내가 맨 뒤에서 타는 건 해 본 적 없는 방식이었다.
◇ 김현정> 내가 맨 뒤에서 달리는 건 해 본 적이 없던 방식이었다?
◆ 손수호> 네. 넷째, 김보름과 박지우 선수가 경기 막판 스퍼트해서 내가 쫓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결국 팀에서 따돌림 당했다는 이야기로 해석되는 거죠.
◇ 김현정> 노선영 선수의 이 인터뷰를 보고 많이들 충격 받았었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김보름 선수는 당시 팀 추월 외에도 개인 종목에 출전했어요. 매스스타트인데요. 며칠 후 그 종목 역사상 첫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런데도 위축된 표정이었고 눈물도 흘렸고 관중들을 향해 큰절을 했어요.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매우 싸늘했죠. 그리고 올림픽이 끝난 후 노 선수가 방송에 출연해 여러 가지 추가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 김현정> 노선영의 추가 폭로 내용은 무엇이었죠?
◆ 손수호> 팀 추월 경기는 빙상연맹이 버리는 경기였고, 빙상연맹이 자신을 차별했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요. 그러자 다른 동료 선수들과 빙상연맹에 대한 비난이 더욱더 커졌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61만 명이 동의했어요.
◇ 김현정> 61만 명이?
◆ 손수호> 결국은 문체부가 감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결과는 어땠습니까?
◆ 손수호> 일단 이건 문체부의 감사 결과이지 수사 기관의 수사 결과나 법원의 최종 판단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고요. 쟁점별로 보겠는데요. 우선 노 선수는 팀 훈련이 없었다고 주장했잖아요. 반면 김 선수는 훈련 했다고 반박했고. 감사 결과, 전반적으로 여자대표팀의 훈련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다만 선수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다르게 느낄 수 있다니?
◆ 손수호> 훈련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올림픽 직전 두 달 동안 선수들이 개인 종목 국내 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에 함께 팀 훈련 하기는 조금 어려웠다는 건데요. 특히 김보름 선수는 개인 종목인 매스스타트 훈련을 병행했기 때문에 팀 추월 훈련에만 집중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노 선수가 팀 추월 훈련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거죠.
◇ 김현정> 노선영 선수가 문제 제기한 다른 쟁점들도 있었잖아요. 내가 맨 뒤에서 뛰는 경기는 해 본 적도 없다. 이건 어땠어요?
◆ 손수호> 김 선수 측에서는 사전에 합의된 거라고 주장했지만, 노 선수는 그게 아니라 경기 당일 즉흥적으로 결정된 거라고 반박했잖아요. 감사 보고서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노 선수는 원래 2번 주자를 선호했지만, 경기 전날 박지우 선수가 감독을 찾아가서 노 선수가 3번 주자인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감독은 선수들끼리 합의해서 정하라고 했는데, 이후 선수들 사이에 논의가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경기 당일 감독이 노선영 선수가 3번으로 타는 것에 대해서 의견을 물어봤는데 김보름, 노선영 선수는 왜 갑자기 그 얘기가 나왔는지 이해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노 선수는 그날 자신의 컨디션에 자신이 없어서 약간 망설였지만 다들 괜찮다고 했고 또 책임감 때문에 3번 주자를 맡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 김현정>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 문체부는 그렇게 본 거예요?
◆ 손수호> 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거죠. 원래 계획대로 한 건지 아니면 따돌림 당했기 때문에 마지막 3번 주자로 뛰었다는 건지. 그리고 또 하나, 사실 이게 가장 궁금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노선영 선수가 뒤로 처진 이유가 도대체 뭐냐.
◇ 김현정> 그게 진짜로 왕따, 따돌림 당해서 그런 거냐, 이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두 선수가 일부러 노 선수를 따돌린 게 맞느냐?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고의가 아니었다는 거에요.
◇ 김현정> 감사 결과는 고의 아니다로 결론났어요?
◆ 손수호> 네. 왜냐하면 노 선수가 뒤처진 그 마지막 2바퀴의 구간 속도를 다른 구간 속도와 비교했더니 큰 차이 없었다. 그리고 해외 경기에서도 이런 사례가 종종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왕따 문제는 아니라고 본 거군요, 감사에서는?
◆ 손수호> 그렇죠. 김보름 선수는, 통상 뒤처지는 선수가 사인을 보내서 앞에 있는 선수에게 알려주는데 당시 노선영 선수가 아무런 사인도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뒤처지는 걸 몰랐다는 거죠.
◇ 김현정> 나는 앞에 가고 있으니까 뒤에서 신호를 보내야 되는데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몰랐다?
◆ 손수호> 반면 노선영 선수는 이렇게 반박합니다. 우선 문체부 감사의 측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 당시 김보름과 박지우가 나를 무시하고 경기한 게 맞다. 내가 신호 보낼 틈도 없이 두 사람이 치고 나갔다는 주장인데요. 이런 근거를 댔어요. 2014년 올림픽에서도 3번 주자가 뒤처지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김보름 선수가 속도를 줄이고 뒤를 돌아보면서 대처했다. 그런데 평창에서는 그렇지 하지 않고 그대로 치고 나갔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감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양측의 해석은 여전히 부딪치는 상황.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그 이후에 어떻게 된 거예요?
21일 강릉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7,8위전을 마친 노선영과 김보름이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이한형 기자
◆ 손수호> 문체부 감사 결과만 보면, 김보름 선수나 박지우 선수의 구체적 잘못이 드러나지는 않은 거잖아요.
◇ 김현정> 감사 결과에는 없어요.
◆ 손수호> 그렇다보니 선수들이 정신적인 상처를 받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식적인 후속 조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약 2년쯤 지난 작년 11월 김보름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상대로 2억 원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한 거죠.
◇ 김현정> 여러분, 여기까지 진행된 겁니다. 그러니까 그때 왕따 논란이 있었고 감사가 있었고 감사 결과는 이제 문제가 없었다, 고의 아니었다, 이렇게 결론 났는데요. 그럼 2년 후인 최근 김보름 선수가 왜 소를 제기했는가.
◆ 손수호> 왕따 주행이 없었음에도 노선영 선수가 허위 인터뷰를 해서 논란이 커졌고 그로 인해서 김보름 선수가 본인이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엄청난 비난을 받아서 오랫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피해를 호소한 건데요. 또 올림픽 즈음에 여러 건의 광고 계약 논의 진행 중이었는데 노선영 선수의 그러한 인터뷰 등으로 인해서 평판이 훼손되고 결국은 계약이 무산됐다.
◇ 김현정> 정신적, 금전적 피해를 받았다?
◆ 손수호> 게다가 노선영 선수가 자주 욕설과 폭언을 하며 자신을 괴롭혔고, 코치진에게 반발하는 등 팀 분위기를 해친 건 오히려 노선영 선수라는 주장입니다.
◇ 김현정> 오히려?
◆ 손수호> 노선영 선수도 당연히 이에 대해서 반박했습니다. 허위 인터뷰한 적 없다. 폭언이나 괴롭힘도 사실이 아니다. 또 문제의 경기 이후 김보름 선수가 피해 입었더라도 내가 그 피해를 준 것은 아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내용 등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한쪽에서는 나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아니라고 하고 양측 주장이 완전 다른데요. 그러면 김보름 선수는 지금 노선영 선수가 없는 말 지어냈다는 입장이에요?
◆ 손수호>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죠. 노 선수가 자신의 경기력 때문에 질타 받을 것을 우려해서 그 화살을 김보름 선수에게 돌린 것이고, 경기 다음 날 노선영 선수 인터뷰는 내용 전체가 거짓이라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그러면서 근거 자료도 제출했어요.
◇ 김현정> 어떤 자료요?
◆ 손수호> 한 번도 함께 훈련한 적 없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증거로 주간훈련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선수단이 마지막 두 달 동안 네 차례 함께 훈련을 한 기록이 있어요.
◇ 김현정> 그런데 훈련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주장은요?
◆ 손수호> 경기 전날 웃으면서 대화도 나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며 노선영 선수가 다가와 어깨동무하고 대화했다고 반박하면서 그런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사진과 동영상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거든요.
◇ 김현정> 찍어놓은 게 있군요?
◆ 손수호> 여기에 대해서 노 선수는 이렇게 반박을 합니다. 사진이 연출된 거다.
◇ 김현정> 연출된 거다?
◆ 손수호> 평소에 팔짱을 끼지도 않던 박지우 선수가 갑자기 와서 팔짱을 꼈는데 그 순간 사진 찍혔다. 미리 짜고 사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
◇ 김현정> 지금 저 사진인가요? 저희가 유튜브와 레인보우로 보여드리고 있는.
◆ 손수호> 그리고 노 선수는 이 사진을 찍는 과정에 빙상연맹의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하고요. 심지어 소송 자체를 빙상연맹이 주도하고 있고 김보름 선수는 연맹을 대리해서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거든요. 물론 연맹과 김보름 선수 측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분위기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개인이 느끼는 굉장히 주관적인 부분이잖아요. 양쪽 얘기가 완전 다른 거네요. 또 다른 건요?
◆ 손수호> 노선영 선수가 3번 주자로 달리게 된 상황도 중요하잖아요. 김보름 선수는 노선영 선수가 최종적으로 합의해서 그렇게 한 건도 이걸 왕따로 몰아갔다고 주장하고요. 반면 노 선수 측은 미리 정한 게 아니라 경기 당일 즉흥적으로 순번을 정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 상황에서 누가 거절할 수 있겠느냐. 상황상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것도 그러니까 당시 상황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되겠네요. 왜냐하면 계약서 써놓고 도장 찍어, 이런 게 아니니까.
◆ 손수호> 그렇죠. 진실은 당사자들만 알 수 있겠죠. 그리고 소 취하하지 않는 한 법원 판단이 나올 테니까 기다려봐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무리 객관적인 진실이 존재하더라도, 당사자들이 각자 느낀 자신만의 진실이 또 있을 수 있어요. 사건 발생 후에 상당한 시간이 흘렀거든요. 그래서 자기 느낌과 생각이 진실처럼 굳어질 수도 있고요. 외부의 제3자가 지금 상황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 판단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저는 하여튼 이 사건이 참 안타까워요. 이 젊은 선수들, 정말 인생을 걸고 운동을 했던 이 선수들이 왜 이런 일에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고생을 해야 하는가.
◆ 손수호> 두 선수 모두 피해자입니다. 일단은. 왜냐하면 그날 이후 두 선수 모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어요. 이번 소송을 시작한 원고 김보름 선수뿐만 아니라 피고 노선영 선수도 그럴 텐데요. 노 선수는, 빙상연맹에 밉보이고 이제 스케이트 타는 일 자체를 할 수 없게 됐고 심지어 개명까지 고민했다는 말도 했어요.
그리고 지금 시점에 꼭 한 번 되돌아보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 김현정> 뭔가요?
◆ 손수호> 지금은 조금 침착해진 것 같지만, 그 당시 냄비처럼 들끓었던 여론. 그리고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따지지 않고 여론에 편승해서 논란을 부추기고 나중에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정치인, 언론인, 방송인 얼마나 많습니까? 이 사건을 방송 소재로만 접근한 방송사도 반성해야 되고요. 무엇보다 당시 정의로운 입장에서 분노한 것처럼 행세했지만 실제로는 이 일을 게임처럼 즐기고 소비한 대중 역시 반성해야 합니다. 진실이 그렇게 쉽게 즉각적으로 판단 가능한 게 아니잖아요. 이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김보름, 노선영 두 선수는 학교 선후배입니다. 엄청나게 노력해서 국가대표가 됐고요. 함께 훈련하고 운동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지금 법정에서 다투고 있네요. 안타깝습니다. 우리 모두 다시 섣부르게 판단해서 또 다른 누군가를 욕하지 말고 이번에는 침착하게 판결을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그때 여론에 휩쓸려서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누군가를 욕 한 바로 그 사람들이 지금은 방향만 바꿔서 또 다른 누군가를 욕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 김현정> 탐정 손수호. 오늘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 추월 경기 이후 벌어진 일들. 그리고 지금 진행되는 재판까지 짚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네.김현정의>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