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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안아야 할 또 다른 '정인이들'



광주

    우리 사회가 안아야 할 또 다른 '정인이들'

    정조박의 노컷인사이드 ⑳
    우리 사회가 안아야 할 또 다른 '정인이들'
    18살에 홀로서기 해야 하는 보육원생의 극단적 선택
    퇴소한 보육원생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사회로
    달랑 500만 원 손에 쥐고 길거리로 내몰려
    광주 보육원생 10명 중 2명은 정신질환 진료받아
    대학은 딴 세상 이야기… 18살부터 직업전선 뛰어든 아이들
    정치권, 보호종료아동에 관심 두지만 갈 길 '멀어'

    한세민VJ

     

    ■ 방송 : 광주 CBS 유튜브 채널
    ■ 프로그램 : 정조박의 노컷인사이드
    ■ 촬영 : 한세민 영상기자
    ■ 진행 : 정정섭 아나운서
    ■ 참여 : 조시영·김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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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섭 > 유튜브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정섭입니다. 광주전남 지역의 핫 이슈를 깊숙이 들여다보면서도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보는 시간. 정조박의 노컷인사이드.

    오늘도 조시영 기자, 김한영 기자 함께 했습니다.

    조 기자 오늘은 무슨 이야기 나눠볼까요?

    ◆조시영 > 정인이 사건, 정말 화도 나고, 안타깝고, 그랬잖아요.

    오늘은 또 다른 정인이들에 대한 이야기 나눠볼까합니다.

    ◇정정섭 > 또 다른 정인이들? 무슨 이야기신지?

    ◆조시영 > 정인이 때문에 전 국민이 아파할 즈음, 광주에서도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어요. 지난해 12월 10대 보육원생의 극단적 선택.

    입양을 가도 문제고, 보육원에서 살아도 문제고, 대한민국의 아동 복지 시스템 정말 총체적으로 문제에요. 너무 안타까워요.

    오늘은 보육원생의 죽음, 그리고 만 18살에 자립해야 하는 너무 어린 어른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정정섭 >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 김한영 기자! 이거 취재하느라 고생 많이 한 것으로 아는데요. 지금도 취재는 현재 진행중인 것 같던데요? 어떤 계기로 취재에 들어간거죠?

    ◆김한영> 네. 지난해 12월 28일이죠. 광주에서는 보육원 퇴소를 1년 앞둔 고등학교 2학년생 A군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부모에게 버려져 평생을 보육원에서 지낸 A군은 보육원 내에서 착한 형으로 불리며 동생들이 많이 따랐고 전국 공모전에서 수상할 정도로 글을 쓰는데 재능이 있었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 학생의 죽음에 대해서 더 깊숙히 취재하다 보니 보호가 종료된 아이들의 경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험한 세상에 내던져지고 있었습니다.

    보육원과 그룹홈 등에서 자란 보호아동들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거나 보호 목적이 달성됐다고 인정되면 보호조치가 종료됩니다.

    수 년째 자립 지원을 위한 제도도 개선되지 않으면서 보호종료아동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지원 없이 사회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정정섭 >아이고 아이들이 만 18세 그것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사회로 나오면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걱정이 앞서네요

    ◆조시영 > 그러니까. 우리가 그 나이 때 뭐했지, 이런 생각하면 아이들이 쫌 짠하더라고요.

    제도란 것은 시대상황을 반영해서 계속 바꿔주고, 개선해 줘야 하는데 우리 정부가, 대한민국 정치가 그 부분까지 신경을 못쓴거죠.

    한 해 평균 보육원 등을 퇴소하는 보호종료아동이 2500명 정도가 나오고 있는데, 우리사회가 이 아이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던거죠.

    ◇정정섭 > 상식적으로 만 18세 아이들이 몸만 성인이지 자립을 하기에는 힘든 나이가 아닙니까?

    ◆김한영 > 네. 저도 이번 취재를 통해 보호아동들이 아직 어린 나이인 만 18세에 자립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아이들이 턱없이 부족한 자립정착금과 수당을 받고 홀로서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정섭 > 김 기자!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김한영 > 500만 원에서 800만 원. 지난해 보호종료아동 한 명에게 지급된 자립정착금입니다.

    이마저도 매년 지원이 아닌 단 한 차례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자립정착금과 별개로 3년간 매월 30만 원씩 자립 수당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호종료아동들은 지원받은 자립정착금을 주거를 위한 보증금으로 사용하거나 보육원 퇴소 이후 생필품을 구매하고 생계비를 지출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정섭 > 그렇죠, 기본적인 물건들 TV도 사야할 것이고, 요즘은 컴퓨터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고, 물가가 너무 올라서 500만 원이면 기본적인 물건들 사는 것으로도 부족하겠는데요.

    ◆조시영 > 또 이게 지자체마다 달라.

    지난해 보호종료아동 한 명에게 지급한 자립정착금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인천이 8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16개 시도는 보호종료아동에게 500만 원을 지급했는데요.

    다행인 것은 최근들어 지자체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조금 가지고 있다는 것.

    경기도의 경우 올해 500만 원의 자립정착금을 1천만 원으로 올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정섭 > 경기도가 1천만 원으로 인상했다구요?

    ◆조시영 > 네 그렇습니다. 이런 점 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통령 후보 군에 거론될만하다. 우리 김한영 기자가 그렇게 이야기했구요.

    다른 시장 도지사도 관심 가졌으면 좋겠어요. 정부와 지자체들이 아이낳기 운동만 열심히 할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지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튼튼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정섭 > 그렇다면 김 기자! 이번 취재과정에서 보육원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죠?

    만 18세에 자립해야 하는 부분에서 큰 부담을 느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김한영> 퇴소를 앞둔 아동들은 자립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적 부담 느끼고 있었습니다.

    광주의 한 그룹홈에서 지내는 한 대학생은 자립을 1년 앞두고 있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사회에 내던져지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가 보육원 등에서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아동을 대상으로 보호아동의 진로와 자립 관련 욕구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보호아동들은 자립 준비가 어려운 이유로 자립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적 부담, 자립 정보 부족 등을 꼽았습니다.

    ◇정정섭 >설명을 듣고 보니 부모에게 버림 받은 아이들이 국가로부터도 버림을 받는 것 같아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대학을 가면 보호종료를 미룰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들의 대학 진학률은 어떤가요?

    ◆김한영> 혹시 일반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정정섭 > 요즘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학 진학을 하지 않습니까? 한 90%는 넘을 것 같은데요?

    ◆김한영>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19년 광주의 일반계 고교의 대학 진학률은 85.8%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보호종료 아동의 대학 진학률은 27%에 그쳤습니다.

    ◇정정섭 > 27%라고요? 잘못 설명한 것 아닌가요? 요즘은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까?

    ◆조시영> 대학을 가야 한다. 뭐 이런 관점이 아니라.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공부하고, 빨리 취업하고 싶은 학생은 취업하고. 아이들의 꿈을 키워줘야 한다는 관점이죠.

    현재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교에서는 신입생을 유치하기 힘들다고 토로하는데, 보육원생들에게 대학교는 딴 세상 이야기이어서 참 아이러니 합니다.

    ◇정정섭 > 씁쓸하네요. 김 기자. 관련해서 실제 보육원생들은 어떻게 이야기 하던가요?

    ◆김한영> 보육원 출신들은 이러한 낮은 대학 진학률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결정돼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보육원생들은 본격적으로 진로가 나뉘는 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학업 성적은 물론 자신의 꿈과는 별개로 오로지 빠른 자립을 위해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권유받고 있습니다.

    일부 보육원에서는 대학교에 갈 수 인원을 제한하며 대학 진학을 막는 일도 있었습니다.

    ◇정정섭 > 정말 충격적이네요? 이게 대한민국의 이야기 맞습니까?

    ◆김한영> 충격적이지만 사실입니다.

    이래서 대학 진학률이 현저히 낮은 것입니다.

    어이없는 현실 속에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만 18세에 대학 대신 취업을 나간 절반의보호아동들이 비정규직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정섭 > 저희가 보호종료아동의 실태를 살펴봤으니 대책 역시 논의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조시영> 대부분의 보호아동은 투표권이 없는 데다 사회적 영향력조차 없어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일 정치인은 별로 없죠.

    누군가 죽거나 사고가 날 경우에만 관심을 보였지만 이마저도 단순 일회성에 그쳤습니다.

    우리 부터 반성해야돼! 잘 몰랐잖아!

    이렇다 보니 현실과 다르게 1961년 이후 60년째 아동복지법상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나이를 만 18세 미만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정정섭 >과거만 하더라도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부모에게 지원을 받고도 자립을 하기 어려운 사회 환경입니다.

    더구나 1960년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김한영 > 최근 정치권도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한 현행 자립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별법에는 자립대상 이들의 나이를 만 18세에서 만 24세로 상향, 주거지원 등 각종 지원책 등이 담겨있습니다.

    ◇정정섭 >보육원 등 집단 수용시설보다는 가정과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그룹홈 위주로 보육체계를 전환해야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고요?

    ◆김한영 > 전문가들은 보호아동들이 어린 시절부터 가정 해체 등 아픈 경험을 안고 살기 때문에 집단 시설인 보육원에서 지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광주의 보육원에서 지내는 보호아동 10명 가운데 2명이 정신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반면 그룹홈에서 지내는 아동이 병원 진료를 받은 비율은 전체 아동의 5.1%에 불과했습니다.

    단순 수치로 비교는 어렵지만 그래도 집단적이고 폐쇄적인 보육원보다는 그룹홈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시영> 이번에 취재하다가 진짜 가슴 아픈게 이 대목이었는데요.

    보호아동들이 정신질환을 많이 겪는다는 거. 우리 사회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부분이에요.

    ◇정정섭 > 그러니까요.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집니다.

    김 기자 기획보도가 나간 이후에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면서요?

    ◆김한영 > 네! 저희 기획보도를 보고 보호종료아동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기계 설비 등을 가르쳐 자립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분이 연락을 하기도 했습니다.

    보육원과 광주아동복지협의회 등을 통해 보호종료 아동들의 취업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정정섭 >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김 기자 좋은 소식 기대 하겠습니다.

    최근 아동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이 된 정인이 사건과 맞물려 그동안 정치권에서 외면받아온 만 18세에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에 관한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조박의 노컷인사이드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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