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서 A 대안학교 학생들이 시위하는 모습. 제보자 제공전현직 외교관 집단인 한국외교협회와 서울 서초구 소재 A 대안학교 간 갑질 논란을 둘러싸고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5일 국회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국회 앞에는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이날 열린 청문회에 외교협회 이준규 협회장과 이태로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요청해서다.
A 대안학교 학생회 대표단 9명은 국회 앞에서 '한국외교협회는 갑질을 당장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내세워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육받고 싶다', '외무고시 엘리트 학생 무시 로보트', '외교협회를 고발합니다', '우리도 학생입니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호소했다.
외교협회 측이 A 대안학교 학생들이 엘리베이터와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조치를 취한 모습. 제보자 제공학생들은 "외교협회 측은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식사를 제한하려 하고, 관리하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운동장을 막았으며 비용 절약을 명목으로 학생들을 추위에 떨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협회는 인권보다 건물이라는 소유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A 대안학교를) 미인가 대안학교라고 무시한다. 더 이상 이러한 차별을 견딜 수가 없다. 이 시위가 변화의 시발점으로써 대안학교의 처우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외교협회는 주일대사 등을 지낸 22대 이준규 회장 취임 직후인 2020년 1월부터 서울 서초구 협회 건물에 입주해 있는 학생과 교사들을 상대로 정문 출입과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했다.
이 같은 조치로 급식을 위해 교사와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20kg 무게의 쌀 포대 등 무거운 식자재를 어깨에 메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가 하면 경비업무를 하는 협회 직원에게 각종 욕설과 핍박을 받아야만 했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21. 01. 20 [영상]"엘리베이터 쓰지마"…외교협회 '학교에 갑질' 논란>논란이 이어지자 외교협회 측은 언론을 상대로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외교협회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인가 대안학교로부터 협회에 대한 끊임없는 명예훼손 보도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엘리베이터 사용 문제에 관해서는 "계약서 상 내용에 없었지만, 최근에는 저연령 아이들과 식당을 운영하는 학교의 특수성을 감안해 화물 운반 시 사용하게 해주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코로나19 예방 등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 모든 층에 단체로 아이들이 몰려다니고 있다"며 "A 대안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경전을 읽는 등 종교활동 모습이 포착되어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막아놓은 철문 앞에서 A 대안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을 쓰게 해달라며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는 장면. 제보자 제공A 대안학교 학부모 A씨는 CBS노컷뉴스에 "외교협회가 최근 문제 됐던 종교 관련 국제 학교의 방역 문제를 핑계 삼아 거짓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물밑으로는 악의적인 메일을 보내 엘리베이터와 운동장에 대한 학부모 요구 사항을 비밀리에 보내달라는 얄팍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학부모들이 서울시 민생침해신고센터나 교육부 갑질신고센터, 외교부 등 다양한 곳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하나같이 '민사상 문제이니 법적으로 처리하라'는 성의 없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외교협회는 외교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역대 22명의 회장들 모두 외교부 장관이나 외국 주재 대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