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을 놓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최초의 법관탄핵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는 긍정적 평가에 사법부 붕괴라고 반박하는 모양새다.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3권 분립 민주 헌정 체제가 처음으로 작동했다는 역사적 의의를 가진다"고 자찬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권과 결탁한 대법원장의 탄핵거래로, 불법. 부실탄핵"이라며 격앙된 반응이다.
아전인수식 해석이 난무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법관탄핵이 대법원장의 거짓해명과 임 부장판사와의 진실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정치권이 부추기고 있는 것도 볼썽사납다.
중요한 것은 판사 개인이 사건에 개입해 헌법을 위반했느냐, 사법을 농단했느냐 하는 본질이 절대 흐려져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등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법리상 무죄를 선고했지만 '재판 개입' 행위는 유죄로 봤다.
'재판관여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를 했다며 6차례나 '위헌'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지만 직권남용은 아니기 때문에 무죄라는 논리다.
형사법적으로 무죄가 불가피한 사안이기 때문에 오히려 탄핵을 해야 할 필요성이 큰 것이다.
잘못된 법관에 대한 탄핵은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정상적인 절차다.
법관의 재판 독립 침해 행위 등 사법농단 판사들의 탄핵소추를 국회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은 지난 2018년 전국 법관 대표회의에서 시작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에 따라 이번 탄핵이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야당의 공세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법관 탄핵안은 1985년, 2009년 2차례나 상정된 적이 있지만 그 때마다 정치적 논리에 휩싸여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해 왔다.
다수의 힘을 앞세워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거나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폐기돼 왔다.
집단성과 편협성을 버리고 정당한 단죄의 역사를 가졌더라면 같은 우를 범하지 않았을 일이다.
사법부라고 해서 잘못을 해도 단죄를 받지 않는 성역일순 없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현직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심각하고 비겁한 사안이지만 탄핵 건과는 별개의 문제다.
부장판사가 대법원장과의 면담내용을 몰래 녹음하고 이를 공개한 행위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나 이로 인해 본질이 희석돼선 안된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헌재가 임기가 2월말로 끝나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각하, 또는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안은 가결된 자체로 의미는 크다.
언제부터인가 많은 국민들은 독립된 기관으로서의 사법부 판결을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
서글프지만 국민들은 상징적으로 사법부 내부가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도 목도했다.
사상 첫 법관의 탄핵소추, 그리고 헌재의 판결이 사법부의 뼈저린 자성과 함께 신뢰를 회복하는 시금석이 되길 기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