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2월 2일 당시 책 '제국의 위안부'를 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박유하(세종대 국제학부) 교수가 프레스센터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지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옹호하는 글을 올린 게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최근 내놨다.
박유하 교수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안부를 '매춘부'로 주장했다는 하버드 교수의 글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정확한 건 말할 수 없다"면서 "보도만 보자면 이 교수의 주장은 역사적 디테일에선 크게 틀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이어 램지어 교수가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라는 공식 직함으로 재직 중인 점을 들어 '전범기업 후원 교수'라는 국내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무조건 망언이니 심지어 전범기업 교수라고 할 이야기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쓰비시를 전범기업이라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업의 연구비가 역사정치적 목적으로 주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전범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다만 그는 "'위안부=매춘부'라는 주장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당시 일본군이 중국 우한에 위안부 공양비를 세운 점 등을 근거로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일부 힘을 실었다.
지난해 6월 24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의 모습. 이한형 기자
박 교수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8일 박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1년 1월 8일 위안부 손배소 판결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재판부의 위안부 인식에 문제가 많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소송의 쟁점은 한국 재판부가 일본이라는 국가를 상대로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국가면제' 대상인지에 있었다"며 "일본은 '국가면제' 대상이라는 주장과 함께 한일 합의를 근거로 재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일관한 듯한데, 그러다 보니 내용에 관해서는 아예 터치하지 않은 듯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보도자료에 따르면 재판부의 위안부 인식에 이미 문제가 많다"며 "원고 측 주장을 그대로 옮겨 놨을 뿐이기 때문이겠지만, 학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역사'법정의 한계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위안부 동원과 관련해 "유괴나 납치의 행위자는 유괴범이나 업주들이었다. 일본은 그런 행위에 대한 단속지침을 내렸고 실제로 경찰들은 납치범들을 잡아들였다"며 "(판결에서) 불법행위의 주체를 일본정부로 단정하고 있지만 옳지 않다. 위안부 동원에 대한 비판을 하려면 오히려 '법'의 바깥에서 이루어진 일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12월 2일 당시 책 '제국의 위안부'를 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박유하(세종대 국제학부) 교수가 프레스센터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지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앞서 박 교수는 2013년 8월 출간한 책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정신적 위안자', '군인의 전쟁 수행을 도운 애국처녀', '자발적 매춘부' 등으로 표현해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이에 법원은 박 교수의 저서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9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9명은 박 교수와 세종대 학교법인 대양학원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9천만원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해 박 교수의 월급을 압류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일 일본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램지어 교수의 '태평양전쟁 당시 성(性)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일부 공개했다. 이 논문에서 램지어 교수는 "위안부 여성들은 성매매를 강요당한 성노예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램지어 교수는 유소년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고, 지난 2018년 일본 경제와 사회를 홍보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정부 훈장인 '욱일장' 6가지 중 세번째 등급인 '욱일중수장'을 수상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972년 미쓰비시가 하버드 법대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개설한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Mitsubishi professor of Japanese legal studies)'라는 직함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져 '전범기업 후원 교수'라는 국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