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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위기론의 근원지인 쌍용차와 르노삼성, 한국GM 등 국산차 3사는 몇 년간 누적된 부진과 지난해부터 들이닥친 코로나19로 '추운 겨울'을 보냈다.
3사 모두 활로 모색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연초 때 전망하는 향후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유동성 자금 부족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불안정한 노사 구조 등 장‧단기 악재들이 안 좋은 시그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3사의 공통점은 과거 우리나라 경제위기의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에 의한 회사 인수로 연명한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외국계 기업들은 위기가 봉착할 때면 산업은행 등 정부 자금과의 매칭에 의해서만 자금을 투입하고, 찔끔찔끔 신차를 배정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고질적인 불안한 노사관계가 중첩돼 내외부적으로 위기를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3사의 내수 판매량은 쌍용차 8만7888대, 한국GM 8만2954대, 르노삼성차 9만5939대 등이다. 3사를 합쳐도 30만대가 안 되는 구조이다. 이는 '마이너 3사'의 전성기였던 지난 2016년 한때 내수 판매량이 50만대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현대차‧기아가 내수를 활로로 모색한 반면, 3개사는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을 겪고 있다.
업계에선 3사의 자생적인 내수 판매량이 연간 10~11만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수출 물량 급감에 따라 3사 합쳐 100만대를 넘는 생산 능력은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가장 위태로운 쌍용차는 12일 현재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쌍용차는 기업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이 보류된 이달 말까지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사전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고 단기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선택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P플랜 돌입을 서두르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품 납품을 거부하는 협력업체를 설득하고 기존의 재고를 이용해 16일부터 공장 가동을 재개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국계를 중심으로 한 일부 협력업체의 납품 거부와 현금 결제 요구가 강해 향후 공장 가동 정상화와 채권단 과반의 P플랜 동의 성사 등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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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플랜'을 가동 중인 르노삼성차에는 최근 프랑스 본사로부터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르노삼성은 임원 40%를 감원하고 남은 임원의 임금 20%를 삭감한 데 이어 8년 만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임금 인상을 요구 중인 노조는 최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작년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하지 못했다.
이에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임원인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 9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부산공장의 낮은 경쟁력을 지적하면서 XM3 후속 모델의 물량 배정 취소를 압박했다.
한국GM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부평2공장의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인 상태다. 부평2공장은 쉐보레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고 있다. 한 달 생산량은 약 1만대로, 두 차종 모두 내수 수요는 많지 않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올해 3분기까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트랙스가 수출 주력 차종인 만큼 수출에 사실상 의존하는 한국GM의 입장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10일 보고서를 내고, 국내 완성차 업계의 여파를 최소화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주요 생산국인 대만에 차량용 반도체 증산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GM은 작년말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2만5000대가량의 생산 손실을 빚었다. 최근 누적적자가 5조원에 달하는 와중 유동성 위기의 탈출구로 서울 양평동 서비스센터 매각설(說) 나오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