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한국판 FBI'로 불리는 국가수사본부 초대 수장 임명이 결국 설 연휴를 넘겼다. 올해 시작된 경찰 개혁과 함께 경찰 정기 인사 역시 최근 마무리되며 조직의 새 진용을 갖췄지만, 정작 '수사 총책' 공백 상태는 이어지는 셈이다.
5명의 외부 후보군 중 누가 낙점될지 아직 안갯속인 가운데 조심스럽게 유력 후보를 점치는 분위기도 흐른다. 다만 여러 변수에 따라 내부 발탁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설 지나도 국수본부장 윤곽은 아직…이달 안에는 마무리?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수본부장 임명과 관련, 심층심사 및 인사검증 절차 등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달 1일부터 11일까지 국수본부장 직위를 공개 모집했고 △백승호(57) 전 경찰대학장 △이세민(60) 전 충북경찰청 차장 △이정렬(52) 전 부장판사 △이창환(54) 변호사 △김지영(49) 변호사 등 5명이 후보로 지원했다.
경찰은 국수본부장 임명에 공모일인 지난달 1일을 기준으로 최대 45일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계획대로라면 2월 중순 임명이 돼야 하지만 설이 지나도 여전히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그만큼 인선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전언이 나온다. 지원 자체도 적었고, 후보 면면도 기대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임자를 추려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초대 수사 총책 임명이다보니 심층심사를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해야 할지도 상당한 논의가 필요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국수본부장 임명이 늦어지는 것은 경찰 입장에서도 난감한 분위기다. 올해 시작된 경찰 개혁에 따라 경찰청장은 국수본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다. 수사에 있어선 청장의 입장도 제한이 있는 셈이다.
신년부터 경찰이 홍역을 앓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 사건', '정인이 사건' 등은 부실 수사와 관련한 논란이기에 국수본부장이 적극적으로 돌파해야 할 몫이었다. 하지만 수장 공백으로 책임 있는 리더십이 확보되지 않으며 일부 한계를 보였다.
지난해 말 경찰 고위급부터 연초 실무자급까지 경찰 정기 인사가 마무리 되면서 조직의 새 진용을 갖춘 것도 국수본부장 임명을 더 늦출 수 없는 요인이다. 국수본 최정예 수사인력 '책임수사관' 90명도 이미 선발된 상태다.
경찰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인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최소한 이달 내에는 인사가 마무리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 연합뉴스
◇백승호 전 학장 유리한 고지…내부 인사 발탁 여지는외부 후보 중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인물로는 경찰 출신 백승호 전 학장이 거론된다. 경찰 안팎에서 원만한 평가를 받으며 후배들의 신망도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수본부장 계급과 같은 치안정감 출신인 점도 이점이다.
사법연수원 23기 출신으로 비(非) 경찰대란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대 4기 출신이다. 독립과 균형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국수본 수장은 비경찰대 출신이 유리하단 얘기다. 다만 경찰대 출신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선함이나 수사 총책 적임자라는 부분에선 다소 아쉽다는 평도 제기된다. 거대 로펌 김앤장 출신이라는 점도 여론을 감안할 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다른 경찰 출신 후보인 이세민 전 차장은 경찰대 1기 출신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경찰청 수사기획관으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수사팀을 이끌다 좌천됐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2019년 3월에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출석해 수사 외압 증언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력으로 여론상의 주목도를 높였으나 경찰 안팎에선 치안정감보다 두 단계 아래인 경무관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조직을 이끌만한 경력이 아쉽다는 평도 나온다. 이밖에 경찰 정년 연령인 60세를 이미 달성했다는 점도 불리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법조계 출신 외부 후보들은 독립성과 견제 부분에서 점수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 경력과 조직 장악력 측면에서 강점을 내세울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외부 후보군 사이에선 이창환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가 물망에 오른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현재 친정부 성향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변호하고 있다는 점이 여론상 변수가 될 수 있다.
후보군 중 유일한 40대이자 여성인 김지영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는 신선하지만 수사 경력 부족이, 사법연수원 23기 출신인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층간 소음 갈등으로 인한 형사처벌 전력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외부 후보군 중 적임자가 없다면 내부 인사를 발탁할 여지도 여전히 남아있다. '수사통'인 치안정감 인사가 이동하거나, 시도 경찰청 소속 치안감 계급 청장이 승진 임명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몇몇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외부 공모를 상당 부분 진행한 상황에서 내부 발탁 전환은 여론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국수본부장 후보는 종합심사를 통해 2~3명이 추려져 경찰청장에게 보고되고 청장은 1명을 추천, 행안부장관 제청과 국무총리를 경유해 대통령이 임용하는 절차를 거친다.
김창룡 청장은 지난 8일 정례 간담회에서 "절차대로 엄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최대한 훌륭하신 분이 중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