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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친일·극우 인사라는 해괴한 형용모순

기자수첩

    [뒤끝작렬]친일·극우 인사라는 해괴한 형용모순

    램지어 위안부 망언에 국내인사 찬동…국수주의와 매국적 친일은 양립 불가
    보수·진보와 달리 친일은 옳고 그름의 문제…'극우' 포장이 면죄부 될 수도
    잘해야 '사이비 극우' 실제로는 日 극우 하수인, 노예근성 찌든 친일 매국노

    '위안부 망언'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 'Harvard Law School' 유튜브 캡처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위안부 망언을 옹호한 국내 인사들이 '극우인사'로 호칭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행태로 볼 때 '극우'는 잘못된 표현이다.

    극우의 사전적 정의는 '극단적으로 보수주의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사상'이다. 보수주의는 대체로 강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성향을 띤다. 그 정도가 지나쳐서 자기가 최고라는 환상에 빠지는 게 국수주의라 할 수 있다.

    극우의 대표적 사례는 독일 나치즘과 이탈리아 파시즘, 일본 군국주의다. 인종적 우월성을 들먹이며 열등 민족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한다.

    과학적 근거가 약할뿐더러 동물 세계의 약육강식 논리를 인간 사회에 그대로 갖다 붙이는 사악한 이론이다. 모두가 하나 같이 비참한 종말을 맞음으로써 스스로 오류를 입증했다.

    일본의 아베 전 총리는 국수주의적 역사관과 우익성향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연합뉴스

     

    물론 완전히 뿌리 뽑힌 것은 아니어서 악성 종양처럼 재발도 한다. '잃어버린 20년' 이후 보수 우경화하고 있는 일본이 대표적이다.

    사회 전반의 퇴행적 분위기 속에 과거사 지우기와 군사적 재무장이 가속되고 '혐한' 등 배타성이 강화되며 침략 본성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전범기업 미쓰비시 장학생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매춘부'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일본 극우세력을 대신해 위안부의 추악한 진실을 적당히 세탁하려다 오히려 문제를 키운 셈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서울 대학생겨레하나 소속 학생들이 류석춘, 이영훈, 이우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그렇다면 램지어, 아니 일본 극우를 두둔하고 나선 국내 인사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극우와 극좌가 통한다는 말은 있어도 배척관계인 극우끼리 통하는 것은 해괴한 일이다.

    서로 자기가 우수한 민족, 지배 민족이라 우기며 싸워도 모자랄 판에 선뜻 무릎을 꿇는 것은 논리상 말이 안 된다. 자석의 같은 극끼리는 밀쳐내는 게 정상이다.

    다만 국가와 민족 간 위계를 인정한다면 가능한 측면도 있다. 일본 극우의 우월적 지위에 승복하는 조건이라면 한국 극우도 '극우' 시늉은 할 수 있겠다. 약육강식의 조폭 세계에서 중간 보스가 딱 그런 역할이다.

    그렇다면 램지어 교수를 편든 이영훈, 류석춘 등의 인사는 잘해야 '사이비 극우'이고 실제로는 일본 극우의 하수인에 불과하다. 친일과 극우는 '둥근 사각형' 같은 형용모순으로서 양립할 수 없다.

    지난해 2월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강행된 전광훈 주도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시내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물론 친일이 됐든 극우가 됐든 나쁘긴 매한가지다. 호칭 차이가 뭐가 대수냐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정언(正言) 정명(正名)은 중요하다. 정치적 프레임 설정은 이름 붙이기(네이밍)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극우는 보수주의의 연장선에 있다. 극단적이지만 않다면 보수는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 보수와 진보는 대등한 가치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전쟁범죄를 미화하고 민족을 배신하는 친일은 옳고 그름의 문제다.

    노예근성에 찌든 친일 매국노를 '극우인사'라 부르는 것은 부당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친일을 취사선택의 문제로 보이게끔 하는 면죄부가 될 수 있어서다.

    해방 후 친일파들이 보수 우파로 스리슬쩍 둔갑하며 살아남은 역사가 있기에 더욱 그렇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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