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창원 기자
지난해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로부터 최고 수위인 '권고' 결정을 받은 가운데 이에 대한 이행계획을 뒤늦게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CBS노컷뉴스 취재가 시작되자 인권교육 시행 및 재발방지책 등을 담은 이행계획을 뒤늦게 인권위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13일 결정문을 민주당에 통보했는데, 98일 만에 이행계획을 통지한 것이다. 국가인권위법에 따르면 권고를 받은 기관은 90일 이내에 이행계획을 인권위에 통지해야 한다. 만약 수용하지 못하겠다면 그 이유라도 밝혀야 한다.
전날 취재진이 민주당에 '인권위에 이행계획을 통보했는지'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보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인권위로부터 결정문만 받았고, 90일 안에 회신해야 한다는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아서 몰랐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은 권고 결정문이 오기 전에 이미 이 전 대표와 당직자들이 온라인으로 장애인 인권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매년 의무적으로 받는 '직장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이수한 것이지만, 이를 권고에 대한 수용으로 볼지 여부는 인권위에서 추가로 논의를 해봐야 한다.
또 다른 권고 사항이었던 '당 차원의 재발방지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회신한 내용에 포함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재발방지책을 마련했고, 올해에도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1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총선 인재영입 1호 인사인 강동대 최혜영 인사를 두고 "선천적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와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고 언급해 '장애인 비하'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 전 대표가 "하지만 사고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 더 의지가 강하다고 들었다"고 덧붙이는 등 최 교수를 칭찬하려는 의도였지만, '정상'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로 장애 유무를 들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선천적 장애인들은 의지가 약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2020년 1월 17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로비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진정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해당 발언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전원위원회를 통해 가장 강한 조치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한편 정치권의 장애인 혐오·비하 표현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 전 대표는 이전에도 "정치권에서 말하는 걸 보면 저게 정상인처럼 비쳐도 정신장애인들이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절름발이 총리"라고 표현했다가 인권위로부터 인권교육을 받으라는 권고 결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