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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도 까맣게 몰랐던 배수로 3개 …뻥 뚫린 월남 루트

국방/외교

    軍도 까맣게 몰랐던 배수로 3개 …뻥 뚫린 월남 루트

    합참, 고성 월남 사건 관련 조사 결과 발표
    '6시간 어떻게 수영하나' 의혹 제기에 대해 "가능하다" 해명
    군이 알고 있었던 해안 배수로는 45개, 실제로는 48개
    3개 가운데 시설물 부실한 1개 배수로로 월남…경계 시설물 관리 허점 드러내

    동해안 접경지역. 연합뉴스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으로 월남한 북한 남성의 이동 경로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군 당국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배수로가 3개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이 가운데 차단물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던 1개가 월남 루트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사건 발생 직후 민간인이 겨울 바다에서 6시간 동안 수영을 해 월남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의혹 제기에 대해 군 당국은 기상 데이터 등을 근거로 들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오전 기자들에게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군은 해양수산부와 해양정보단 등이 파악한 15일 밤에서 16일 새벽 당시의 기상 상황 데이터를 함께 공개했는데, 당시 해류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0.2노트(시간당 370m)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바닷물의 온도는 섭씨 6~8도였으며 서풍이 초당 10~13m/s로 불었다.

    그런데 해당 상황에서도 이 남성이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 등 겨울옷을 입은 뒤, 일체형으로 돼 있는 잠수복을 입고 오리발을 착용한 상태라면 6시간 정도 수영해서 월남할 수 있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은 "미 해군의 잠수교범상 수온 7도에서는 5시간 이상 바다에서 활동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며 "잠수복 때문에 체온은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며, 해당 남성도 어업을 하는 등 바다에 익숙하기 때문에 수영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월남한 남성은 오전 1시 5분쯤 통일전망대 근처 해안으로 올라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버린 뒤, 1시 40~50분쯤 해안철책 밑의 배수로를 통과해 철로와 7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대 경계를 담당하는 22보병사단은 당초 해안 배수로가 45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실제로는 부대에서 모르고 있었던 3개가 더 있었다.

    3개 가운데 2개의 배수로에는 차단 장애물이 잘 설치돼 있었지만, 직경 90cm에 길이 26m 정도 되는 1개의 배수로는 해안 쪽 차단물이 전부터 고정이 잘 되어 있지 않았다. 내륙 쪽에서의 차단물은 아예 없었는데 해당 남성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가 이 곳이다.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

     

    군 관계자는 "근처에 동해선 철도가 지나는데, 이를 위해 방벽을 쌓고 그 밑으로 배수관이 지나가는 구조"라며 "배수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2m 높이의 해안철책이 있고, 바로 옆에 철로가 있으며 철로에는 따로 울타리가 있다 보니 일반적으로 다니는 지역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쉽게 말해, 철도 관련 시설 때문에 구조적으로 사람의 눈이 닿기 어려운 곳에 배수로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배수로가 월남 루트가 됐다는 설명이다. 군은 일단 "접합 부분의 상태 등을 확인해 보면 그전(이번 사건 전)부터 차단물이 정확하게 부착돼 있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배수로의 존재를 처음부터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한다. 군 관계자는 "(배수로 해안 쪽 출구에) 철책이 제대로 붙어 있어야 하는데 허술했고, 녹이 많이 슬어 있었다"며 "과거에 경계부대들이 (알고는 있었지만) 교대하면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현재 임무수행하고 있는 부대는 배수로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관리가 되지 않아서 과오가 있다고 본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의 흐름상 배수로가 확연하게 보이는 곳도 있겠지만 지형적으로 배수로가 안 보이는 지역도 물의 흐름이 있으면 배수로가 있겠다고 볼 텐데 그런 점에서 부족했던 것"이라며 "안쪽에도 관이 있는데, 이를 왜 못 봤는지 현장 간부들에게 물어봤더니 길이가 26m나 되고 바다로 연결되는지 몰랐으며 상가에서 나오는 오수가 흐르는 관인 줄 알았다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도 해안경계를 하는 부대는 해뜨기 전 항해박명 시작 시간(BMNT)을 기준삼아, 해안에 부대원들이 직접 들어가 수제선(水際線) 정밀정찰을 해 침투 흔적 등을 찾도록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평소 정찰하던 곳이 아니었다"며 "해류를 통해 떠내려온 물건들이 많이 쌓이는 지역이고, 이번 현장조사 과정에서도 위험한 곳이라고 판단해 지뢰탐지기를 활용해서 통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3개의 배수로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고성군 내로 들어온 남성은 오후 4시 16~18분쯤 민간인 출입통제 소초의 CCTV에 포착돼 식별됐고, 약 3시간이 지난 7시 27분쯤 두꺼운 점퍼 차림에 나뭇잎을 덮고 누워 있다가 군 수색병력에 발견돼 붙잡혔다.

    군은 적의 침투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통합방위태세를 확립하도록 현행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군도 모르고 있었던 바로 그 배수로를 통해 북한 남성이 월남하면서, 최전방 지역의 경계 관련 중요 시설물 관리 등에 허점이 생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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