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예정대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를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윤 전 총장이 물러나면서 법안 발의 시점은 4·7 재·보궐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검찰총장직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 尹 사퇴, '선거 뒤 법안 발의'에 불 지펴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검찰에 남은 6개 분야의 직접 수사권을 가져오기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법안에 관해 논의했다.
이날 오전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윤 전 총장이 오후에 사퇴한다는 설이 돌았다. 하지만 특위 내에서 총장에 대한 사퇴 이야기는 일절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은 윤 전 총장의 사퇴와 상관없이 예정대로 검찰개혁 시즌2 발의·입법을 준비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검찰개혁 법안은 특위가 꾸려지기 전부터 논의했던 거다. 윤 전 총장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선을 그었다. 오기형 특위 대변인도 "논의가 충분히 정돈된 상태에서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담담하게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안 발의 시점은 오는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한층 커진 분위기다. 애초 주장했던 2월, 혹은 3월 발의 계획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사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총장이 4월 선거를 앞두고 '불장난'을 하려고 이 시점에 나온 것 같다"며 "재·보궐선거 특성상 투표율이 30%대로 낮아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결정 난다"고 말했다. 선거 전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해 검찰과 갈등을 빚는 모양새가 자칫 선거 패배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물론 민주당은 지난해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국면으로 국정지지율 추락을 경험했던 터라 선거 이후로 법안 발의 시점을 잡으려는 움직임도 이미 감지됐다.
지난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4차 회의. 윤창원 기자
◇ 與 "尹 사퇴 명분 없어"…'정치 행위' 지적민주당 내에서는 윤 전 총장의 사퇴가 과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반발 때문이냐는 의문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결과적으로 당 특위가 윤 전 총장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한발 물러서 준 셈인데, 저렇게 나가버리면 정치적 이유가 아니고 어떤 명분이 있겠느냐"라며 윤 총장의 순수성을 지적했다.
노웅래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직무정지도 거부하면서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 갑자기 임기만료를 고작 4개월여 앞두고 사퇴하겠다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로 봐야한다"고 비판했다.
당 특위는 향후 공청회, 당정 협의회, 의원총회 등을 거쳐 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하반기 전에 입법·발의를 모두 마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