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이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박중석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부산지역 진보 정당이 이명박(MB) 정권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박형준 후보는 사찰 문건을 모른다고 일축했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흑색선전 공작정치를 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무능하거나 몰염치한 행위" 비난박재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11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규탄했다.
박 위원장은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청구에 의해 공개된 4대강 반대론자(단체) 불법 사찰 문건 원자료에 박형준 후보가 사찰을 요청하고 보고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그 근거로 "공개된 첫째 문서에는 2009년 6월 26일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표기되어 있다"며 "둘째 문서에도 2009년 7월 8일 '청와대 홍보기횐관 요청사항'이라고 적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박형준 후보가 청와대 홍보기획관으로 일했던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박 위원장은 "보고된 문서를 보면 국정원 본연의 업무인 대공 업무와는 완전히 무관하며,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헌법 유린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본인 명의 자료가 드러난 만큼 이제 박형준 후보는 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 위원장은 "하지만, 박 후보는 원문이 공개된 지금까지도 '아는 것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이는 박형준 당시 홍보기획관이 무능하거나, 자신과 일했던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는 몰염치한 행위"라고 공격했다.
박 위원장은 끝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치를 하고자 하면 그 어떤 상황에서건 진실해야 한다"며 "박형준 후보는 지금이라도 부산시민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민주주의 유린에 대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이날 오전 가진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 이후 질의 응답에서 국정원 불법사찰 문건과 관련한 입장을 말했다.
김 후보는 "상식적으로 모른다는 해명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그런 일이 있었는데 관여 안했다라던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미안하다는 등의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실된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장 후보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MB 정부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송호재 기자
◇진보당 "부산시민 우롱하지 말고 후보직 사퇴해야"노정현 진보당 부산시장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박형준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노 후보는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건 공개를 통해 국정원의 권한을 넘어선 불법사찰이 있었음이 입증됐다"며 "'문건을 본 적이 없다'며 일관하던 박형준 후보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증거가 이렇게 명확한데도 발뺌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박형준 후보는 더 이상 부산시민을 우롱하지 말고 당장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흑색선전 통한 공작정치"국민의힘은 즉각 반격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부산선대위는 이날 '공작의 맛을 아직도 잊지 못했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역공을 시도했다.
국민의힘 부산선대위는 "성범죄로 250억 혈세 보궐선거를 만든 민주당이 마타도어 공작 정치에 열 올리는 모습이 가뜩이나 힘든 시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 발 공작 정치는 박지원 원장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취임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희대의 사기꾼 김대업 공작, 드루킹 공작에 이어 국정원 공작까지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이런 철 지난 정치 공작이 통할 거라 생각했다면 부산시민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고 스스로 공작 정당 낙인이 짙어질 뿐"이라며 "민주당은 정치 공작할 시간에 정책 공부를 더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11일 오후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회의가 열렸다. 국미의힘 부산선대위 제공
◇박형준 후보 "지시한 적도 관여한 적도 없고, 실체도 모른다"이날 오후에 진행된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회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강경 발언이 이어졌다.
하태경 총괄선대본부장은 "국정원 사찰 관련 내용은 전형적인 흑색선전"이라며 "구체적 근거 없이 국정원 찌라시발 흑색선전으로 선거를 이기겠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시도"라고 공격했다.
서병수 의원은 "민주당에서 관권선거, 흑색선전을 자행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당당하고 깨끗한 선거로 치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후보는 "이번 선거는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이유로 치러지는 선거"라며 "수치심이 있다면 정책선거를 할 줄 알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정부 여당의 본색을 알지만 선거 시작하니 불리한 국정 실정 덮기 위해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하며 거짓의 성을 쌓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문건, 사찰 의혹 백번 물어도 똑같다"며 "지시한 적도 관여한 적도 없고, 실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