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 외곽 산업단지 흘라잉타야 중국인 소유 공장에서 불이 난 모습. 연합뉴스
미얀마에서 지난달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대한 저항의 열기가 반중 감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와 달리 미얀마 내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두둔하는 중국의 태도에 미얀마 국민들의 분노가 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요일인 지난 14일 오후 미얀마 수도 양곤에 있는 중국계 공장 여러 곳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공격을 받아 여러 곳이 불타고 중국인 직원들이 다치고 한때 갇히기도 했다.
쿠데타 규탄 시위 도중 부상한 미얀마 시민. 연합뉴스
미얀마에서는 이날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대한 발포로 최소 38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사망자 중 22명은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의 산업지대인 흘라잉타야에서 나왔다. 흘라잉타야는 중국계 기업에 대한 방화 및 폭력이 일어난 곳이다.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은 중국계 기업이 공격을 받자 현지 중국인 상공회의소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미얀마 경찰에 중국계 기업과 직원의 안전에 신경을 써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현지 기업과 자국인들에게는 안전경보를 발령했다.
중국 대사관 측은 사건 발생 직후 자체 웹 사이트를 통해 부수고 방화하고 약탈하는 행위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모든 폭력행위를 중단하고 법에 따라 관련 가해자를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우호적 정책은 미얀마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양국 간 경제 및 무역 협력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많은 이익을 준다면서 이번 폭력행위는 미얀마 이익에 해다 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에 있는 여러 국가 기업 가운데 유독 중국계 기업이 방화와 폭력의 대상이 된 것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지원하는 것 같은 중국의 태도 때문이다.
중국은 쿠데타가 발생하자 서방국가와는 달리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미얀마 각 측이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갈등을 적절히 처리하며 정치사회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특히 쿠데타 발생 직전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쿠데타를 주도한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을 면담해 '중국 배후설'을 의심받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비판하고 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에 대한 유혈진압을 비난하는 유엔안전보장이상회의 성명서도 안보리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이러다보니 미얀마에서는 쿠데타 발생 이후부터 반중 감정이 치솟았고 중국대사관 앞에서는 연일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중국 제품 불매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한편 미얀마에서 중국인 소유 기업에 대한 공장이 공격을 받기 시작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등은 중국인 공장으로 오인되는 것을 파하기 위해 태극기를 배포하고 있다.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의 봉제 기업은 약 130개로 이 중 30여 곳이 방화 사태가 발생한 양곤 외곽 흘라잉타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