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산불 조심기간 누구보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산불예방·진화 대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건조특보가 발효된 지난 2월 말 취재진은 산불에 맞서는 대원들을 직접 만나 일상을 함께 들여다봤다.
강원 강릉에는 산불 예방·진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대원 20명이 있다. 2팀으로 나눠 하루씩 교대 근무를 한다. 대원들은 강릉시 전체 권역을 담당한다.
보통 오전 9시부터 업무가 시작되는데 1시간여 정도 일찍 출근해 장비 점검을 진행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소각산불 등 감시활동을 주로 하고, 산불이 발생했을 때 직접 진화에도 참여한다.
농산부산물이나 쓰레기 소각행위는 산불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봄철 산불기간 불법 소각은 집중 단속 대상이기도 하다. 대원들은 실제 취재진과 함께 감시활동을 하던 중 소각 현장을 발견해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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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소각 행위를 적발하고 한재우 부팀장이 서둘러 불을 끄고 있다. 유선희 기자
조익현 팀장은 "공문을 보내기도 하고 직접 이야기를 해도 여전히 소각이 이뤄지고 있어 감시활동을 하는 데 힘이 든다"면서 "산불은 대부분 실화로 발생하는 인재(人災)인 만큼 개개인의 인식과 주의 등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한재우 부팀장은 "지난 2017년 5월 강릉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나무가 타버린 장소를 지날 때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 "주민들도 이제는 점점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데, 저희 대원들 역시 최선을 다해 산불 예방·방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봄철 산불 기간이면 대원들은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한단다. 대원들은 "2월 정선과 양양, 안동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강릉에서도 혹여 산불이 발생할까 신발도 채 벗지 못하고 잠이 들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봄철 양양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유선희 기자
강릉시 전체 권역을 감시하는 대원들 외에도 읍·면·동 단위로 활동하는 감시원들도 있다. 올해 4년째 활동 중인 이일섭 대원은 "저동 중심으로 하루에 15km를 걸으며 산불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곳은 경포대와 선교장 등 문화재가 많아 각별히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원은 "관광객들이 종종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기도 한다"면서 "산불 발생으로 이어질 우려가 큰 만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진화작업 가장 최일선에서 모든 역량을 쏟는 산림청 소속 대원들도 있다. 특히 초대형 헬기는 대형산불 진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초대형 헬기는 한 대당 진화용수 8천ℓ를 적재할 수 있고 유효 살포 거리가 400m로, 대형산불은 물론 잔불진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강풍특보가 발효되는 날이면 운항팀은 전원 대기상태다. 대형산불로 번질 우려가 커 대형헬기와 함께 초대형 헬기도 항상 출동할 준비를 한다.
최근 대형산불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초대형 헬기. 유선희 기자
강릉산림항공관리소 운항팀장 김현철 기장은 "2월 정선, 양양, 안동 산불에 모두 투입돼 초대형 헬기를 운항했다"면서 "안동 산불 당시 둘째 날부터 다행히 바람이 잦아들어 직접 방화선을 구축하고, 뻗어 나가는 불줄기를 진압했다"고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어 "현재 전국적으로 초대형 헬기는 6대가 배치돼 있지만, 15시간 운항하면 정비를 해줘야 하는 만큼 정비주기를 생각하면 실제 활용 대수는 4대 정도로 제한이 있다"면서 "초대형 헬기 대수가 계속 늘어난다면 진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랐다.
현재 산림청은 산림헬기를 모두 47대 보유하고 있다. 소형 11대. 중형 1대, 대형 29대, 초대형 6대 등이다. 초대형 헬기는 전국적으로 원주 2대, 강릉 1대, 익산 1대, 안동 1대, 진천 1대 등이다. 강릉에는 지난해 처음 배치됐다.
동해안산불방지센터는 지난 13일부터 오는 4월 18일까지를 '대형산불방지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산불방지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불상황실 24시간 운영, 동해안산불진화자원 통합관리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