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신세계, 네이버와 2500억 지분 교환. 연합뉴스
네이버와 신세계가 16일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 계약을 맺고, 반(反)쿠팡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양사는 온·오프라인 유통·판매, 물류 거점화, 라스트마일(최종 목적지 구간) 배송 등 폭넓은 사업 제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와 이마트는 이날 각각 긴급 이사회를 열어 주식 교환 등을 통한 제휴협력 방안을 의결했다.
신세계그룹은 1500억원 규모의 이마트 자사주와 신세계가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천억원어치를 네이버 주식과 맞교환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주식 교환이 완료되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에 이어 이마트 3대 주주(2.96%)로 올라서게 된다. 자사주 교환일은 17일이다.
양사가 손을 맞잡은 데에는 이웃 적과 함께 더 큰 적인 '쿠팡'에 대항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등 유통 대기업은 물론, SK텔레콤과 홈플러스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까지 뛰어들면서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뒀다. 161조원 규모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점령을 넘어 향후 유통의 패권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다.
◇쿠팡, 로켓배송? 우리는 "2시간 배송"…수요 예측·신뢰도↑ 풀필먼트 확대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한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기존 유통·물류 업체의 손을 잡고 오프라인 시장으로 손을 뻗쳐왔다. CJ그룹과 주식을 맞교환하고 올해 초에는 BGF리테일과 플랫폼 사업 업무를 제휴하는 방식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이에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위시한 오프라인 유통 인프라를 갖추고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꾀하는 신세계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다.
네이버와 신세계 이용자는 각각 5400만 명, 2천만 명에 달한다. 양사 e커머스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셀러도 45만에 이른다. 양사는 향후 이마트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 3곳과 7300개 이상 지역 거점을 활용해 전국 단위 빠른 배송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데이터에 기반한 수요 예측과 재고 배치 솔루션으로 판매자 신뢰도도 높여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배송 파트너 업체와 '2~3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 등 각 영역에 알맞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는 한편 공동투자도 검토 중이다.
이커머스 콘텐츠 영역도 함께 할 방침이다. 네이버의 '쇼핑 라이브' 기술, 웹 오리지널 콘텐츠 역량과 신세계가 가지고 있는 상품 기획력을 결합하는 형태다. 이와 관련 패션·뷰티 브랜드 신제품 론칭 쇼나 독점 라이브e커머스, 온라인 명품관 구축, 1:1 퍼스널 쇼퍼 서비스도 제공될 예정이다.
이마트 간판. 연합뉴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리뷰 좋으면 스타필드 입점한다네이버는 자사 스마트 스토어 판매자들이 신세계 브랜딩 역량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네이버쇼핑 판매량과 리뷰 만족도 등 데이터로 검증된 우수 SME 제품을 스타필드,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다양한 오프라인 편집샵에서 판매할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다. 오프라인에서 검증된 지역명물, 수공예 상품 등을 독자브랜드로 상품화하는 과정도 지원할 예정이다.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 매장에 이미 적용된 네이버 스마트주문은 더욱 확대한다. 네이버페이, 스마트 지도 서비스, 영수증 리뷰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온라인 이용자의 오프라인 매장 유입을 촉진한다.
매장 실내에는 인공지능 상품 추천 기술을 활용한 AR(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도입을 추진한다. 양사는 네이버랩스의 로봇 기술을 활용하여 오프라인 매장 내부 길 안내, 주차 정산, 짐 들어주기 등의 컨시어지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마트·신세계백화점·스타필드·SSG닷컴에서 네이버 페이 쓴다 "멤버십 강화"신세계그룹의 신세계포인트, 네이버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통합 혜택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SSG닷컴에서는 네이버페이를 사용·적립할 수 있도록 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무료 배송 프로모션을 하는 등 양사가 보유한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가진 온오프라인 유통, 물류 역량과 네이버의 플랫폼, AI기술 등을 결합해 고객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소 셀러 등 파트너와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 전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각자 최고의 역량을 보유한 네이버와 신세계의 협력인만큼 이용자나 판매자 모두 지금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쇼핑 경험과 다양한 커머스 비즈니스 기회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라며 "동네시장과 대형마트가 양립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는 협력 사례를 선보이고, 다양한 분야의 SME들과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