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20대 청년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던 계엄군이 희생자의 유족에게 직접 사죄했다.
5·18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 가족을 찾아와 용서를 구한 것은 5·18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17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에 따르면 가해자 A씨는 지난 16일 국립5·18민주묘지에 잠들어 있는 고(故) 박병현씨의 유족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계엄군 출신이 5·18 유족 앞에서 특히 자신의 총격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피해자의 가족을 만나 공개 사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자리는 A씨가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유족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조사위에 전달했고, 유족도 가해자의 사과를 수용함으로써 마련됐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A씨는 "어떤 말로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저의 사과가 또 다른 아픔을 줄 것 같아 망설였다"고 오열했다.
A씨는 유가족에게 큰절을 올리며 "지난 4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면서 "유가족을 이제라도 만나 용서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고 박병현 씨의 형인 종수(73)씨는 "늦게라도 사과해줘 고맙다"면서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고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용기있게 나서줘 참으로 다행이고 고맙다"면서 "과거의 아픔을 다 잊어버리고 떳떳하게 마음 편히 살아달라"고 A씨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쏟아냈다.
앞서 A씨는 조사위에 연락해 자신이 1980년 5월 23일 광주 남구의 한 저수지 부근에서 시민에게 총격을 했다고 고백했다. 당시 계엄군의 총에 사망한 이는 25세의 박병현씨.
그는 광주의 시계점에서 일하던 중 농촌 일을 돕기 위해 고향 보성으로 향했다가 7공수여단 33대대 8지역대 소속의 A씨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A씨는 총격 당시 상황에 대해 "1개 중대 병력이 광주시 외곽 차단 목적으로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면서 "화순 방향으로 걸어가던 민간인 젊은 남자 2명이 저희를 보고 도망가기에 정지할 것을 명령했으나 겁에 질려 달아나자 무의식적으로 사격을 했다"고 진술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조사 활동을 통해 A씨의 고백과 유사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며 "향후 계엄군과 희생자 간 상호 의사가 있는 경우에는 만남을 적극 주선해 사과와 용서를 통한 불행한 과거사 치유 및 국민통합에 기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