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주장을 담은 게시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제공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아내의 엘시티 분양권을 아들로부터 샀다고 시인하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한 직후인 19일 오전 11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부산시의회 브리핑룸 단상에 올랐다.
최초 당첨자를 밝히며 "불법이나 특혜는 없었다"는 박 후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를 아들로부터 매수했다는 사실만으로 또 다른 의구심이 한껏 부풀어 오른 상황.
김 후보는 결의에 찬 모습으로 "부산시장 후보로서 더는 묵과할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고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후 내지른 김 후보의 일격은 기자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아들에게 1억원의 웃돈은 왜 줬습니까? 부모 자식간에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산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이 무슨 골키퍼와의 일 대 일 노마크 찬스에서 오버헤드킥 시도하는 뜬금없는 말인가.
분양권은 일반 부동산 거래 못지않게, 아니 더 엄격하고 정확하게 거래를 해야한다.
실거주가 아닌 이른바 딱지 상태에서 시세변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투기가 개입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현 정부도 분양권의 경우 최대 70%까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도록 세법을 바꾸면서까지 분양권 시장을 다잡고 있다.
가족 간 거래라 할지라도 세금과 직결되는 이 문제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더욱더 철저하게 시장의 시세에 따라 거래하는 게 맞다. 시장가보다 낮은 거래는 곧 세금 회피로 이어진다.
분양가가 고정되어 있는 분양권 상태에서의 양도소득세 결정 기준은 매수와 매도 시점의 프리미엄 가격에 비례한다.
박 후보의 아들은 2015년 10월 700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사 2020년 4월 어머니에게 1억원의 웃돈을 받고 팔았다고 했다.
당시 세법으로 보면 양도차익 9천300만원에 더해 공제대상에 해당하는 취득세와 부동산중개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차익의 26%~38%를 세금으로 냈을 것이다.
'부모 자식간에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거래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김 후보의 논리대로라면 이 세금은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김 후보가 A4 용지 두 장 분량의 회견문을 읽는 내내 기자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부모 자식 간 거래, 그 자체에 대한 지적 또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다른 의도가 있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에 김 후보에게 재차 "지적의 핵심이 뭐냐"고 물었다.
연합뉴스
"프리미엄이 3억원이라도 하더라도 가족 간에 시세대로 다 주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설마가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힘이 빠졌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김 후보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 중 하나는 눈먼 거래의 정상화를 통한 시장 안정화다. 그 중심에 세금이 있다.
시민들은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부동산 세법에 계산기를 두드리며 정책을 쫓아가려 한다. 나와 가족이 살 집을 위해서다.
340만 시민의 대표가 되려면 가덕신공항과 2030월드엑스포 등 부산의 미래 청사진 이전에 민생과 직결되는 부동산에 대한 이해와 가치관이 필수적이다.
'부모 자식 간 웃돈 거래'를 부정하는 것은 현재 부동산 정책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시장질서에 대한 몰이해로 해석될 수 있다.
두 번째, 김영춘 후보와 민주당 부산시당의 엇박자다.
김 후보는 이날 코너에 몰려 해명하기에 급급했던 박후보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기 위해 달려가던 참이었다.
하지만, 잘못된 작전을 머릿속에 되뇌며 상대를 향해 뛰어드는 김 후보에게 사전에 어느 누구도 작전 미스를 말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심지어, 기자회견의 사회를 본 시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아들로부터 분양권을 샀을 때의 프리미엄 시세가 2~3억원에 달했다'는 부연 설명을 하며 김 후보의 논조를 흩트리기까지했다.
여기에 더해 김 후보 기자회견 직후 열린 박재호 시당위원장 등 부산선대위 지도부 기자회견에서의 조준점은 박 후보의 다운거래 의혹에 맞춰져 있었다.
'왜 프리미엄을 주고 샀느냐'는 김 후보와 '왜 시세보다 싸게 프리미엄을 주고 샀느냐'는 선대위의 배치된 지적은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