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6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면담을 위해 중구 인권위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를 찾아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 대표를 맡고 있는 이 할머니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ICJ까지 가서 이걸 밝히자 하는 것 때문에 오늘 여기에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도 재판을 받고 일본에도 해봤고 한국에서도 하고, 이제는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며 ICJ 회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식민지 무법천지일 때 일본이 칼 들고 와서 마구 가져가고 하면서 어린 여자아이였던 나를 끌고 갔다"며 "일본은 무법천지일 때 하는 행동을 지금도 그대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시간가량 최영애 인권위원장과 대화를 나눈 이 할머니는 인권위를 나오면서도 "ICJ에 가서 '죄가 없다'고 하는 이들의 죄를 밝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6일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최영애 위원장과의 면담을 앞두고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면담에 동석했던 추진위 김현정 대변인은 "이 할머니는 이 문제를 갖고 30여 년간 싸워오셨음에도 여전히 피해자들이 만족할 만한,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많이 토로하셨다"며 "일본도 2015년 한·일 합의를 들면서 '돈 줬으니 된 거 아니냐'고 돈 문제로 몰아가지만, 이는 명예회복과 인권의 문제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ICJ 회부 관련 협조를 요청한 이 할머니에게 '임기가 얼마 안 남았지만 끝나기 전까지 노력해보겠다', '절차를 따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유튜브를 통해 최 위원장에게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저를 비롯한 수십만 명의 여성을 위안부로 끌고 갔는데도 범죄사실을 부정하고 역사교육도 외면하고 있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또 위안부를 두고 '자발적 매춘부'라는 주장을 펴 논란이 된 하버드대 마크 램지어 교수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인권위에 "최근 한·일 양국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를 제안했는데 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