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조사 과정에서의 위법 여부를 수사중인 검찰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현재 검찰은 클럽 버닝썬의 유착 의혹을 덮으려는 목적에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김학의 사건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건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 수사는 이 비서관 등 윗선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24~25일 이틀에 걸쳐 대검 포렌식센터와 중앙지검 기록관리과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2019년초 불거진 '클럽 버닝썬' 사건과, 비슷한 시기 이뤄진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 재수사 사이 연관성을 확인하려는 차원이다.
버닝썬 사건이 발생한 2019년 3월 당시 청와대와 경찰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윤모 총경의 유착 의혹이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던 중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3월 14일 국회에서 '김학의 별장 성접대 영상'을 언급하며 "동영상을 육안으로 봐도 김 전 차관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로부터 나흘 뒤인 3월 18일 "김학의, 버닝썬 사건에 검·경은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같은날 저녁 JTBC는 윤갑근 전 고검장의 실명이 언급된 대검 진상조사단의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토대로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윤 전 고검장과 골프를 치는 등 친분을 인정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황진환 기자
'윤중천 면담보고서'는 김 전 차관 사건의 재조사 여론을 이끄는 발단이 됐다. 면담보고서의 내용이 보도된지 일주일 만에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은 이규원 검사로,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한 친분이 있다.
보도 이후 윤 전 고검장은 "윤중천과 일면식도 없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일 JTBC와 취재 기자에게 7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보도의 근거가 된 '윤중천 면담보고서' 상당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수사팀은 이번 대검 포렌식센터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시 진상조사단 내부 자료를 확보했다고 전해졌다.
JTBC 보도와 비슷한 시기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윤 총경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대화는 '김학의 사건'으로 버닝썬 사태를 덮으려고 한 정황에 무게를 싣는다. 이 비서관은 "육안으로 봐도 김 전 차관이 확실하다"는 민갑룡 전 경찰정장의 국회 발언 직후 윤 총경에게 '더 세게 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거나 '검경 간 대립구도를 진작에 만들었어야 했는데' 등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총장' 으로 불리며 승리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 모 총경. 황진환 기자
수사팀은 '김학의 사건'을 부각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이 비서관의 이같은 텔레그램 대화와 JTBC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보도 간 연관성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에는 JTBC 기자로부터 보고서의 출처가 이규원 검사라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평검사인 이 검사가 혼자만의 판단으로 면담보고서를 유출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이 비서관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 검사가 허위로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JTBC에 유출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최근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했다.
수사팀의 이번 중앙지검 압수수색은 버닝썬 사건 당시 수사기록과 윤 총경의 통신 내역 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 결과에 따라 이 비서관의 소환 조사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